김대중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카페 게시판을 통해, 연락 닿는 사람은 전화를 통해, 메신저 등록된 사람들은 메신저를 통해......
서로서로 물었어요.
"어떻게 할까?"
노무현 전 대통령때를 생각하면 당연히 분향소를 만드는 게 맞겠지만
사실 강남촛불이 반드시 분향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도 없거니와
또한 반대로 아직 관제분향소나 다른 시민분향소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만든다"고 하는 것도 조금 성급한 것이 아니냐.... 뭐 이런 얘기가 오갔어요.
싫다.... 귀찮다.... 이런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때와 이번 김대중 대통령 서거는 조금 상황이 다르니
무조건 옛날을 떠올려서 성급하게 결정하지는 말자......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요.
하지만 결국 "하자"는 쪽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1년 넘게 강남역 앞에서 촛불도 들고 피켓도 들고 판넬도 깔고 시민들과 대화도 나누고 토론도 했던 사람들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도 바로 거기에서 출발한 것이었거든요.
강남 지역.... 지나가는 분들께 뭔가를 알리고 그 분들과 함께 숨쉬었던 거니까
지나가시는 길에 고인에게 인사할 공간이라도 만들어 드리자..... 정말로 그게 목적이었습니다.
나중에 그게 커져서 유명해진 건 처음부터 예상했던 바는 아니었지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어쨌거나 얼마가 되었건 나중에 어떻게 되건..... 조촐하게라도 시민들이 인사할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야겠다......
지난번 규모 같은거 생각하지 말고, 되는대로라도 시작하자..... 만들기는 해야할 것 아닌가.........
그래서....... 다시는 만들 일이 없.........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빨리 다시 만들게 될 줄은 몰랐던.....
전직 대통령의 시민 분향소를 또 다시 만들게 되었습니다. ㅠㅠ
100일은 지났나요? ㅠㅠ 에효........................
어느 분은 영정사진을 뽑아오신다. 어느 분은 꽃을 준비하시겠다. 어느 분은 천막을 섭외하겠다.........
일단 십시일반으로 모은 걸로 시작을 했습니다.
팀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서 달려나간, 예전의 그 자리에는
그새 급하게 만들어 오신 판넬 몇 장과 함께
................. 너무 조촐하죠?.......... 아무튼 일단 무작정 시작했어요.
어젠가요? 이 앞을 우연히 지나게 되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로..............
"여기 땅을 다 파헤쳐놨네........ 나중에 여기에 뭐 깔거나 치기 힘들겠다"는 생각..............
왜 그런 생각이 들었던건가 기분이 참 묘해요................
아무튼 그 생각이 적중해서.... 이 쪽이 원래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이렇게 되고 나니....
땅바닥이 이렇게 울퉁불퉁한 위에 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6번 출구 앞에 설치하기엔..... 너무 보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드리는데다가
이번에는......... 노점상분들께 직접적으로 뭔가를 바라거나 피해를 드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저번에도 도와주신다고 생업도 미루시고, 나중에도 고생하셨는데요.......
그래서 부득이 이 자리에 바락바락 다시 깔았어요. 그 1차적인 결과물이 이겁니다.
보면서........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하고 있었는데
강남촛불 중 한 분께서 민주당과 연락이 닿았어요. 지원을 약속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원이 올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이렇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원이 오긴 오되 정확히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이게 일단 최대한 있는 것 가지고 모아서 만든 분향소의 모습이에요.
저희 홍보용 판넬 희생해서 타일처럼 깔고 위에 또 돗자리 사다 깔고 했는데도
좀 미끄럽고 울퉁불퉁한 건 여전했지만
그래도 그 위에서 많은 분들이 고인에 대한 예를 표해주셨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때와 비교하지 말자.....고 했다고 위에 말씀드렸죠?
그냥 상황에 따라.... 흐름에 따라..........
그런데 이번에는 날이 조금 어두워지자 조문객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아직 줄은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꼬리를 물고 찾아와 주셨습니다.
아직 강남 분향소의 홍보랄까? 아무튼 전혀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강남에는 당연히 시민 분향소가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무작정 왔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방명록을 쓸 수 있는 자리도 당연히 만들었죠.
방명록은 나중에 각종 기록물들과 함께 당연히 유족측에 고이 전달할 예정입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민주당 강남갑 위원회 측에서 지원이 도착했어요.
강남 지역에는 강남촛불이 시민 분향소를 만들었으니 민주당 측에서 이름걸고 뭘 괜히 따로 하지 않고
바로 이 시민 분향소에 최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 좋더군요........ 막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때는 조문객들이 많아져서 유명해졌을 뿐
어디에 허락맞고 한 게 아니었고, 따라서 저희가 장소를 고를 수도 없는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천막을 비롯한 기본 물품과 함께 원하는 장소의 사용허가까지 대신해 주셨네요.
그래서 시민 분향소를 옮겼습니다.
저희가 원래 분향소를 운영했던 곳은 강남역 5번 출구와 6번 출구 사이의 공간이고
이곳은 7번 출구와 8번 출구에 새로 조성된 일종의 광장입니다. 엄청나게 넓죠?
이곳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큰 천막을 지원받아 치고
책상은 인근 중국어학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주셨습니다.
모두가 달라붙어서 분향소를 옮겼고
결국 이번에는 강남역 7번과 8번 출구 사이에 김대중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아직은 무척 휑해요. 천막은 쳤는데 주변 가림막이나 현수막, 새 영정 사진은 아침 일찍에나 도착한대요.
그래서 이렇게 일단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나가다가 분향소를 발견하신 시민들은 어김없이 예를 표하고 가셨어요.
헌화된 꽃이 "쌓여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걸 보니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ㅠㅠ
이렇게 해서 이번에도 일이 커져버렸어요.
원래는 "일단 설치하고 아무래도 밤에 걷는 게 좋겠다... 민주당이든 정부든 분향소를 만들면
거기에 가서 차라리 일을 돕는게 낫지 않겠나" 했었는데
결국 또 이렇게 강남역 앞에 시민 분향소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강남촛불이 사실상 총 동원 예정인데..... 그래도 모르겠어요. 저희끼리 돌아가면서 시간을 내려니....
일단 내일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물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민주당 측에서도 일종의 당직인원을 포함해서 자봉인원 제공해주기로 하셨고,
일단 오늘 밤에는 위원장께서 직접 철야로 상주를 맡아주기로 하셨어요.
언제나 이런 글을 쓰면서 노파심에 강조하는 거지만
"많이 찾아와달라"는 홍보글도 아니고 (실적으로 뭘 하는게 아니니까요) "우리가 이런거 했다!"는 자랑글도 아닙니다.
그냥 또 이렇게 하나의 시민분향소가 생겨서 운영되기 시작했다는 보고입니다.
매일까지는 확신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번처럼 분향소의 현장 소식을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