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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9 12:20:34
Name 청보랏빛 영혼
Subject [일반] 별은 져버렸지만 이것 하나는 잊지 않겠습니다.
별이 져버렸습니다.

어떤 바람에도 모래에도 물에도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등불이였으나
세월앞에 별은 져버렸습니다.

그 별이 얼마나 찬란한 것이였는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었는지
얼마나 중요한 것이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평범한 20대 국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누군가의 피흘리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만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이야기로만 들은 말이지만

'그때는 다들 총소리가 너무 무서웠지
집마다 창문을 꼭 걸어 잠그고 솜이불을 씌웠어.
아이들이랑 여자들은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는 외침이 있었지.
하지만 약속한 것 처럼 대문은 잘 잠그지 않았어.
뛰어들어오는 젊은이가 있을까봐.
먹을 사람이 없는 대도 밥을 해놓기도 했었단다.
우리 집에 들어오면 밥은 먹여서 보내야 하잖니...'

그냥 전래 동화 같은 거라고 여겼던 이야기이지만

' 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어? 전쟁을 한거야?'

'아니, 전쟁은 아니고...
니 삼촌이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하더라 안그러면 일제 시대 처럼 된다고.
그래서 하라고 했지.
일제 시대가 다시오면 절대 안되거든... 절대 안된단다.
그때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때는 말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5월이 되면 숙제로 내 줬었으니까.
그림이나 시도 한편 적었어야 하니까
억지로 할머니를 졸라서 듣고 또 듣고 한 이야기 였지만...

그 이후로는 수능에 나오지도 하다못해 전국 모의고사에 나오지도
대학에서 실시하는 논술에 나오지도 않을 이야기라서
잊어버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금남로 거리의 피로 떠오른 별이 였기에
그 별이 지는데 적어도 수천, 수만년은 걸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단 십여년 만에 별은 져버렸습니다.

정말 져버렸는지 아니면 구름에 가려 안 보이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 하늘에는 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별은 져버렸지만 이것 하나만은 잊지 않을 겁니다.
이 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는지
'자유' 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유'를 지키는 별을 위한 것이라면
할 수 있는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자유'를 위한 '민주주의' 라는 이름의 별 말입니다.




뱀다리. 광주에서 나고 광주에서 자랐습니다.
지역감정이라고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유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제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손이 벌벌 떨려서 자꾸 약 앰플을 떨어뜨리는 절 보면서
다른 선생님들이 그러더군요.
'너 광주애라서 그러는구나? 야... 정신차려 지금 우리 할 일이 태산인데... 정신 차리고 일해. 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다를 수도 있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농담삼아 하는 말이 있죠.
'프랑스 사람들은 쓰레기통이 있어도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린다.
왜냐면 그것이 그들이 얻어낸 자유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지켜낸 자유에 대한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것은 지역감정도 아니고 열렬한 애국심도 아닙니다.
단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안전하고 커다란 철창속에 갇힌 새같은 자유가 아니라
내가 원하면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는 하늘에 대한 기억을
그리고 그 것을 지키고자 했던 누군가의 노력을 잊지 않을 뿐입니다.


뱀다리2. 하늘에는 아픔도 병도 없을 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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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with you
09/08/19 12:28
수정 아이콘
타인을 위해 피흘려본 사람입니다.
올바른 행동만 하신 것은 아니었지만 바른 행동을 하고자 노력하셨고 그러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셨던 분입니다.
권력에 저항하시면서 사형선고까지 받으셨던 분입니다.
그 권력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닌 '어떤 권력에라도 저항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가 있음을 알려 주신 분입니다.

충분히 존경과 사랑을 받으실 자격이 있는 분입니다.
권보아
09/08/19 12:41
수정 아이콘
청보랏빛 영혼님//

굉장히 오랫만에 글을쓰시는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어제 다큐멘터리를 유심히 봤는데 정말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신분이시더군요..

몇번이나 죽을고비를 넘기고 ( 6.25 때 북한군에 끌려갈때, 박정희에 의한(?) 지방유세 자동차 테러, 일본에서 납치사건 등등)

결국은 김영삼에 이어서 꽃을 피우셨죠.. (3당합당 -_-)

가장 유심히 본 부분은

' 이나라 민주주의가 반석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아니었다 '

라는 용산참사 뒤에 안타까워하시는 부분이었습니다.



' 우리나라는 언제나 독재자를 밀어내고 자유를 찾았다는걸 잊지말길바랍니다. '
공업셔틀
09/08/19 13:06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인자 저 양반도 갈때가 다 된 모양이다. 그래 욕보고 고생했다 아이요."

"그라모. 대한민국에 저마이 욕 마이 본 사람이 어딘노."

"아...맘이 너무 안 좋다. 깡통주스라도 하나 사들고 디다봤으면 좋겠네."

"문디. 니가 머라고. 니 가 봐야 만나주도 안 한다."

"나는 뭐 문병도 몬하나. 맘이 그렇다는 거 아이요. 맘이!"

몇일전 뉴스를 보면서 부모님들이 나누시던 대화입니다.
70년 가까운 평생을 부산경남을 벗어나보지 않으셨던 분들입니다.
어제도 저녁내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더군요.
티비뉴스가 나로호로 넘어가자 라디오를 켜시고...

암요. 지역의 문제가 아니지요.
09/08/19 13:09
수정 아이콘
민주화의 성지 광주분이셨군요..
격동의 시대를 버티고 지금까지 살아계신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ㅠㅠ
앞으로 지역감정에 의해 누군가 피해보는 역사가 다시는 없기를 빕니다..
엷은바람
09/08/19 13:45
수정 아이콘
저도 전라남도 광주 출신입니다.
바르게 말하면 부모님이 광주 출신이구요. 전 갓난애기때 서울로 부모님 품에 안겨 상경했습니다.

전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을 알고 난 후의 제 머리속엔 항상 물음표가 떠돌았습니다.
그분들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분들이 행해오신 행실이나 업적이 아닌 단지 지역감정이 아닐까.. 라는 물음표입니다.

어릴적부터 부모님에게서 김대중 = 존경할만한 분 이라는 말을 간혹가다 넘어들은 것은 사실이거든요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고 올바른 사리분별이 가능해졌다고 믿는 지금
이제 더이상 그런 혼란에 머리 싸매지는 않지만..
좋은 것을 좋다고 믿는 것에 조차도 의문을 갖게 하는 대한민국의 썩은 병 '지역감정'.. 이제 제발 사라졌으면 합니다.

애초에 지역감정 자체가 없었다면 제가 옳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에 부끄러워하거나 눈치볼 일은 없었겠지요
노짱을 돌려됴
09/08/19 14:15
수정 아이콘
김대중전 대통령이 특정지역 우리나라 인구로는 거의 일천만명가량이 극도로 싫어하고
개중에는 증오(자기도 이유없이) 혐오하는 분이지만 그반대의 거의 일천만명은 당대최고의
인물로 또 삼김중 사실상 홀로 우뚝서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분으로서 현 한국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분인지는 제가 군복무시절
그당시 야권의 중진으로서 사실상 재야정치인으로서
김대중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가 보도될때마다 대대장까지 뛰어나와
전장병을 모아놓고 군은 정치에 간섭하면 안되 어쩌고
군은 사회에 초연해야 되 어쩌고
군은 오직 대통령만을 직속상관으로 알고 따라야해 어쩌고 할적
도대체 김대중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길래 저러나 하는 호김심 반발심이
이분에게 관심을 가지게 했지요
답은 하나....
왜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 그발광을 떠는지 알게됬고
더더욱 민정당=민자당에 대한 혐오감만 커질수밖에 없었지요
아영아빠
09/08/19 20:24
수정 아이콘
이렇게해서 역사의 한 페이지가 쓰여지는군요.
뭐라고 기술될지는 몰라도 좋은 글만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최초의 정권교체, 한국인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좋은 타이틀외에 큰 정책적 성과가 없는 것이 아쉬운 대통령이었지만,
나름 멋진 분이셨다고 생각합니다.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09/08/20 00:31
수정 아이콘
저 왜이러죠..
할머니의 저 얘기가 귀로 들리는 것만 같고 막 눈물이 쏟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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