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8/06 02:57:52
Name 유유히
Subject [일반]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게 두말할것 없이 바로 사랑이라는데
하지만 난 사랑하면 아픈데 행복은 잠시 얻지 후유증만 큰데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사랑했었다 라더군요.
분명 저도 사랑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행복은 분명 길었지만 그 행복은 너무 짧았습니다.
그 후유증에 몸부림치다 뱉었던 말들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이런 씨발. 사랑하면 행복하다면서, 뭐 이래? 뭐 이렇게 괴로워, 뭐 이렇게 아파?

근데 근데 상처위에 붕대 감을것도 없이 또 누구를 만나는게
그게 바로 풀리지도 않는 문제 이제 정말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아픔 후로 몇 명을 만나온 것 같기는 한데, 만날 때마다
상처 위에 붕대를 감을 틈도 없이, 계속 소독약.. 아니 모래만 끼얹어대는 기분인 건 왜일까요?

그래 관둬 다 그만둬 처음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뭐
그냥 좀 아프다 누군가 만나겠지 여지껏 그래 왔듯이
나의 반도 반의 반도 알지 못하면서 넌 날 다 아는척
늦은 전화 술취한 목소리 사양하겠어 늘 그래 왔듯이

새벽 세시,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의 술취해 비틀거리는 '사랑했던' 목소리에,
공감하기보다 짜증을 낸 기억이 있다면 누구나 알 겁니다.
'내 마음이 떠난 술취한 목소리'만큼 나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없다는 걸
'나를 알지 못하는 목소리'만큼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없다는 걸

혹시 우연히 날 보게 되거든 그냥 나를 피해 지나가나 줬으면
내일은 그래 내일 해가 뜨거든 제발 너도 아무나 하나 만났으면
난 헤어지면 돌아보지 않거든 문자 메세지 됐거든 쪽지 됐거든
이제 정말 끝났거든 제발 구질구질 굴지좀 말았으면

이별을 선고받는자리는 흔해빠지고 통속적이게도, 스타벅스 커피숍이기 마련입니다.
내 앞에는 언제나 아메리카노, 맞은편엔 꼭 카라멜 마끼아또.
우린 서로 안 맞는 거 같아. 더 좋은 사람 만나라. 너 좋은 사람이야.
입에 발린 마음 떠난 목소리보다 진심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냥 아무나 필요했는데 마침 가까이 있던 게 너였고, 이제 넌 필요없다고.
그리고 저는,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아야죠. 마음을 준 적 없는데, 떠난 마음이 아쉬울 리 있나요.
이제 매일 저녁 문자와 전화로 귀찮을 일 없겠구나. 야호. 스타리그 편하게 볼 수 있겠네.  


원래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도 잔인하게 돌아서지 못했는데 항상 겁만 냈지 이별 앞에
처음 이별에 가슴을 찢고 두번째에 심장을 씻고
세 번째에 비틀거리고 결국 난 벼랑위에 있고

그런데 스타리그를 보다 보면 전화가 옵니다. 소리를 줄이고 전화를 받으면 뭐하냐는 질문. 사랑해야 하던 시절이라면 그녀가 좋아하던 잘생긴 김택용의 경기가 있다고, 김택용이 낫냐고 내가 낫냐고 물어보고 나라는 거짓말을 받아내어야만 했겠지만,
그냥 있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죠, 아니 그렇게 말해야만 하죠. 할 말이 없어진 그녀가 전화를 끊기만 기다려야 하니까.
이렇게 잔인하게 전화를 끊게 만들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왜냐구요? 어디 처음 이별이라야죠.

근데 정말 웃기더라 그래 이별도 학습이더라
헤어지고 헤어지니 쿨해지더라 하다보니 무감각해 지더라
이젠 이별하는게 헤어지는 게 사랑하는 그것보다 익숙한데
어떡하는데 난 답답한데 누가 나를 쿨하게 만든건데

원더걸스가 아무도 필요없고 니가 아니면 싫다더군요.
참나. U wanna nobody but me? No kiddin'. U need anybody but me.

그냥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볼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 누구라도 상관없었어.
그래? 난 핸드폰줄에 달린 엑세서리보다 더 큰 장식품이 필요했는데. 누구라도 상관없었어.
아, 이 얼마나 쿨한 광경인가요.
왜 이렇게 헤어지지 못하는 걸까요.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

처음 만난 그때부터 헤어질 것을 항상 생각해
호감이란 것을 사랑이라 착각하면 절대 안돼
양심보단 욕심 헤어지고 얻는것을 생각해
얘보다 훨씬 좋은 애는 반드시 있어 어딘가에

..정말 그럴까요?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을 알고 싶어지는 새벽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엔뚜루
09/08/06 03:01
수정 아이콘
흑흑흑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이 있지 흑흑흑
탈퇴한 회원
09/08/06 03:14
수정 아이콘
가사 좋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그라쥬
09/08/06 03:15
수정 아이콘
흑흑흑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이 있지 흑흑흑 (2)
09/08/06 03:19
수정 아이콘
시작은 같이 해놓고 마지막은 혼자 하는데 남은 사람 입장에서 쿨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하면서 끝까지 자기는 착한척 멋있는척 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한대 때리고 싶더라구요
켈로그김
09/08/06 03:22
수정 아이콘
불완전연소로 남은 연료는 가끔 혼자서도 잘 타오릅니다.
옮겨붙을 곳이 없는 불씨는 곧 꺼지기 마련이지만,
오래도록 타오르는 불꽃도 간혹 있으니
꺼진 불도 다시 보고 탈 만한 것들은 근처에 두지 마세요.

어떤 사람은 혼자서 꺼져가며 너울대는 불꽃의 처연한 모습에 다시금 시선을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다른 어떤 이는 그 불꽃을 계속 보려고 일부러 그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도 하죠.
09/08/06 03:29
수정 아이콘
가시밭길을 걷는거 같고..외줄타기를 하고 있는거 같은 심정입니다..
혼자 지내는게 편하고, 상처받는것도 익숙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거 같네요.
전과는 달리..이번에는 정말 오래갈꺼 같습니다..
09/08/06 03:31
수정 아이콘
쿨하게? (등업 각오하고)

" XX럴 X먹으라고해"

일까요?

전 안되더군요.... 마음속으로는....
유유히
09/08/06 03:35
수정 아이콘
켈로그김님// 그 불꽃은 가장 단단한 쇠도 녹이고 가장 오래 얼어붙은 빙하도 녹이지만 간혹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허무하게 꺼져버리곤 하죠.
제 마음속에선 꺼져버린 것 같아 불안할 따름입니다.
09/08/06 03:49
수정 아이콘
서로 그냥 즐기는게 아니었다면 절대 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별헤는밤
09/08/06 04:21
수정 아이콘
상처를 격더라고 쿨하게 헤어지고 싶지는 않네요.
쿨하게 헤어진다는 말은 꼭 죽은 사람 장례식장에서 쿨하게 보내주자는 거 같이 들려요.
C.P.company
09/08/06 05:01
수정 아이콘
사람체온이 36.5도인데 어떻게 쿨해질수가 있나요.
로즈마리
09/08/06 07:50
수정 아이콘
전 헤어지면 무조건 주위에 할일을 많이 만들어요.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일처리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흘러있고
아무렇지도 않은...건 아니지만
많이 괴롭진 않더라구요.
닥터페퍼
09/08/06 08:54
수정 아이콘
쿨하게 헤어진다는 말 자체가 넌센스.
Naraboyz
09/08/06 09:45
수정 아이콘
한척.. 하는거겠죠 다들..^^

그게 아니라면 잘 헤어진거고.
여자예비역
09/08/06 10:00
수정 아이콘
세상에 사랑앞에 쿨한게 어딨나요...
그저 쿨한척.,. 하는 것일뿐..
그 무엇보다도 감정적이고 격정적일수 밖에 없는 감정 앞에...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쿨'을 붙이면 안됩니다..
감성 그대로 사랑하심이..
너구리를 형으
09/08/06 10:00
수정 아이콘
흑흑흑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이 있지 흑흑흑 (3)
Untamed Heart
09/08/06 10:11
수정 아이콘
쿨하게 헤어질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면 아무말없이 보내주는 것
그리고 혼자... 상대방 모르게 아파하는 것. 이게 쿨한 헤어짐 아닐까요?!
지나고 나면 헤어짐의 열병도 좋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아 나에게도 그런 열정적인 시절이 있었지.. 하구요.
그냥 지금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연애던 일이던 최선을 다하는 게 훗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 같습니다.
09/08/06 11:07
수정 아이콘
"쿨한 척,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안 할래 나. 쿨한 거 싫거든. 피가 뜨거운데 어떻게 쿨하냐, 사람이?"
옛날에 즐겨보던 <미스터 굿바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인데요, 많이 공감하는 말입니다.
옆에 있던 강아지가 없어져도 사람 마음이 허한데, 오랜 시간 함께 곁에 있던 사람이 없어졌는데 당연 마음 한구석이 텅 비겠죠.
쿨한 척은 할 수 있지만, 정말 쿨해지기란 어려운 일이죠.
근데요, 쿨한 척해봤자 결국 속만 더 타들어가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의 차에 흠집을 낸 게 이해됩니다.
영화를 보고 있을 땐 "유치하다, 찌질하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 의미를 알겠더라고요.^^;;;
라바무침
09/08/06 11:44
수정 아이콘
본문을 읽고 숙연해진 후

몇몇 리플에 눈물을 훔치며 갑니다...흑...

세번정도 헤어짐을 겪고 나니 덜 상처받고 헤어지는 법..을 안다기보단, 그냥 덜 상처받게 되더군요.
honnysun
09/08/06 11:57
수정 아이콘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이 있지란 리플 너무 재밌네요 크큭.

상대방앞에선 쿨하게 혼자일때는 눈물이.. 그게 대부분 코스겠죠.
09/08/06 12:11
수정 아이콘
시 한편 추천드립니다~ 얼마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http://navercast.naver.com/literature/poem/493
설탕가루인형
09/08/06 12: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D
개인적으로는 이 사회가 왜 '쿨함'에 목숨거는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사랑했다면(잠시라도) 헤어지며 울컥하는 맘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흔히말하는 쿨할 수 있다면 어느 한쪽이 사랑하지 않았거나,
감정조절이 제로의 영역에 들어선 사람이거나, 허세의 극치거나 셋 중 하나라고 봅니다.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 쿨함은 멋있는 것도, 지향해야 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뭐 차였을 경우에 주변에 이를 부각시키고 싶지 않은 경우라면 사용할수도 있겠지만요.
09/08/06 12:34
수정 아이콘
제목부터 익숙하다 했더니,

'김진표 -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 노래 가사에 빗대어 표현하셨군요..

잘 봤습니다..
09/08/06 13:51
수정 아이콘
쿨하게, 쿨하다란 표현 정말 싫어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상대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억지 포장하게끔 만드는 저 단어의 스임새가 솔직히 거북하며
개인적으로 맘에 안들어 합니다..

본문과는 상관없는 제가 생각하는 "쿨하다"에 대한 생각입니다..
09/08/06 14:18
수정 아이콘
만남조차도 없는 사람 입장에서도 말이죠..똑같이 속 타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_-
이놈의 사랑은 얻어도 문제 못얻어도 문제 ㅠㅠ
꺼먼안개
09/08/06 14:46
수정 아이콘
흑흑흑 만남이 있어야 헤어짐이 있지 흑흑흑 (4)
바알키리
09/08/06 15:02
수정 아이콘
5년간 연애를 하면서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절대 쿨한 헤어짐은 이해를 못하겠네요.
보낸줄 알았는데 가슴과 기억엔 여전히 남아있는 그친구.....작년 10월에 헤어지고 마지막인줄 알았으나
끝내 술취한 그녀 전화 한통에 무너진 내 인내.. 지금은 연인도 아닌 그렇다고 친구도 아닌 참 애매한 관계...
직장으로 인해 이젠 물리적 거리까지 멀어진 상태...같이 지내온 세월이 길어서일까요?? 아... 답이 없네요라는 김태형 해설의 목소리가 어쩌면
가장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이글을 보니 이래저래 주절거리게 되네요
higher templar
09/08/06 15:56
수정 아이콘
쿨할수 없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029 [일반] 두산베어즈의 역사 - 10. 우동수 아닌 우동학, 그리고 V3 [5] 유니콘스3868 09/08/06 3868 1
15028 [일반] [야구] 봉중근 선수 시즌아웃 [46] 기습번트4217 09/08/06 4217 0
15027 [일반] 대형마트와 공격적 경영. [35] nickyo4493 09/08/06 4493 2
15026 [일반] 소녀시대 '윤아'도 13년 계약이었군요.... [82] 권보아8919 09/08/06 8919 1
15025 [일반] 이거 좋은 소식인가요? 나쁜 소식인가요?(환율관련소식) [13] 빨간바다4188 09/08/06 4188 0
15024 [일반] 쌍용차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입니다. [114] 북북아저씨3730 09/08/06 3730 1
15023 [일반] 서태지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군요. [17] 리콜한방5384 09/08/06 5384 0
15022 [일반] [바둑] PGR 바둑 이야기 제9회 - 3주차 2일 [5] 디미네이트3235 09/08/06 3235 0
15021 [일반] 쿨하게 헤어지는 방법 [28] 유유히6474 09/08/06 6474 0
15019 [일반] [야구] 김인식 감독님, 나는 당신이 매우 부끄럽습니다. [67] 독수리의습격6698 09/08/06 6698 0
15018 [일반] 가요계는 女風! 가요프로로 본 2009년 여성 가수 리뷰<2> [30] GPS4592 09/08/06 4592 1
15017 [일반] 최고의 은행은 이런것. [44] ManUmania5989 09/08/05 5989 5
15016 [일반] 미야베 미유키의 남편이 되고 싶은 1人(모방범과 백야행은 스포 있습니다.) [15] 루크레티아4792 09/08/05 4792 1
15015 [일반] 마구마구, 슬러거... 결국에는 소송당했군요 [20] 빨간당근5474 09/08/05 5474 0
15014 [일반] [인증해피]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20] 해피3189 09/08/05 3189 0
15013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8/05(수) 리뷰 & 08/06(목) 프리뷰 [37] 돌아와요오스2898 09/08/05 2898 0
15012 [일반] 쌍용차노조원들의 폭력행위 동영상들 [69] 별과달3844 09/08/05 3844 0
15011 [일반] 쥐를 잡는 고양이. [3] 먹도3529 09/08/05 3529 0
15009 [일반] pgr21회원님들께 사소한 부탁 한가지 드려볼까 합니다(신문구독 안하기 위해) [14] 틀림과 다름3306 09/08/05 3306 0
15008 [일반] 미국이 북한에 억류됐던 여기자 두 명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네요. [19] 연성연승3671 09/08/05 3671 0
15006 [일반] 쌍용차 노조원들 강경진압 너무합니다. [14] 견우야3168 09/08/05 3168 0
15005 [일반] 타...탑아!!! [124] Daydew5636 09/08/05 5636 0
15004 [일반] [금과옥조 2선] 농민들, 도움만 받으려 해선 안 돼 / 미생물 안 보이네. 살아 있어? [17] honeyspirit3039 09/08/05 303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