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감세는 왜 했노?
정부의 이른바 '감세 정책'에 여기저기에서 균열이 생기다 못해, 증세로 돌아서고자 하는 조짐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에 추가 감세하기로 예정된
법인세 및 소득세 추가 감세를 유보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에서 나올 정도라면 감세 정책의 균열이 어느 정도나 심각한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당초 정부는 올해 경기 침체에 따라 12조원의 세수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올 1분기에만 8조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부유층에 대한 증세 뿐만이 아니라 서민들에 대한 증세도 병행될 가능성이 무지하게 높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해 퍼진 부가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괴담이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정황을 보면 의심을 모두 떨쳐버리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기획재정부에서
술, 담배 등의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품목 -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품목으로서, 건강상에 해로운 담배와 술, 도박, 자동차(유류 포함) 등을 지칭함 - 에 대한 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상 서민에 대한 증세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금은 아니지만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이 들먹거리는 것도 서민들의 허리띠를 조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아직도 기획재정부의 어떤 분께서는
'감세를 하면 납부할 세금만 주는 게 아니라 소비도 늘고 투자도 늘어서 세수가 늘어난다'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런 말을 한다 해도 하루가 다르게 얇아지는 유리지갑과 몇 달 연속 흑자라고 하는데도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삶의 질을 보노라면,
"그렇게 교과서적(?)으로만 나라 살림이 돌아간다면 내가 재정부 장관을 해도 나라 살림을 이렇게 형편없게 만들지는 않겠다"라는 오해까지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가신 지 벌써 한 달이나 되신 어떤 분의 말씀을 좀 들어보겠습니다.
(전략)
얼른 계산해 봤는데 법인세 세수가 연간 6조 8000억 원이 감소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세금 어디서 거둘 것입니까? 이만큼 세출을 줄일 것입니까? 빚을 낼 것입니까? 내하고 토론 한번 해야 되는데 이게 자리가 있어야 물어 보지요. 저는 그만큼 복지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정책의 84%의 기업은 이 정책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그 다음에 나머지 중에서 일부는 조금 도움이 될 듯 말 듯 하고 이익을 많이 내는 엄청나게 큰 기업들만 왕창 이익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하 생략)
새 정부 출범 이후 일 년 여만에 이 말이 현실화되기 직전입니다. 아니, 사실상 현실화되었죠.
지금 위정자들의 계산 능력을 합친 게 돌아가신 한 분 보다 못하다는 이야기인가요. 참 한심하고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은 지하에서 영면하고 계실 그 분이 이렇게 말하시는 듯 합니다.
"이 싸람들아. 이럴 거면 감세는 왜 했노?"
만화 속의 짧은 명언 - 외워라 임-이-최-마-엄!!
지난 금요일의 네이버 웹툰, '크레이지 커피 캣'의 한장면입니다.
단 한마디밖에 떠오르지 않더군요. '외워라 임-이-최-마-엄!!'
참고로 이 대사에 대한 오해나 곡해는 명언을 써 주신 분께 누가 될 수 있는 관계로 정중히 사양합니다.
- The xian -
P.S. 지난 글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여러 모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 글을 쓸 의욕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우울해져서, '쓴소리' 역시 쓰다가도 그만두고 그만두고 한 끝에 겨우 글 하나를 맺었습니다.
뭐 이 글 쓴다고 돈 한 푼 받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조리에 대해 기록을 남기겠다는 사명감이나 의무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저는 제가 보고 듣고 느낀 대로 글을 쓰는 글쟁이에 불과합니다... 만. 글 하나를 맺기가 요즘처럼 힘든 것도 처음입니다. 작년에 걸었던 태클을 또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걸려는 자가 있는 것도 여러 모로 골치아픕니다.
지금은, 무엇을 해야 제 살맛 안 나는 삶이 살고 싶어질 만큼 재미있어질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위해 싸우는 데에도 하루가 모자란데, 가만 내버려두지를 않는군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말은, 파란 집에 계신 분이 아니라 제가 써야 할 말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