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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29 16:20:55
Name 꽃비
Subject [일반] 우리나라의 과거에 대한 슬픈 세계의 인식

우리 민족은 고대로부터 천문학을 사랑해왔다고 합니다. 옛 왕조들은 천문학을 국가의 최고의 학문중 하나로 인정하고 중시했죠. 비록 우리나라의 역사적 특성상 우리의 선조가 남긴 많은 천문 유산 중에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여전히 양적으로 많은 유물과 기록이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죠. 우리의 천문 관측 기록은 오히려 중국보다 특정현상에서는 양적으로 더 많고 , 전체적으로 정확한 기록이 많다는 것이 최근에 연구도 되었고요.

영국의 걸출한 과학사학자 조셉 니덤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영향력 있는 <중국의 과학과 문명> 이라는 저서를 보면, 본문은 중국과 일본에 편향되어 있는 경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책 마지막에 보충 글에서 색다른 고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동안에 저자와 동료들의 마음에는 중국 문화권에 있는 모든 민족 중에서 한국인이 모든 종류의 과학적 문제에 대해 여러 세기 동안 가장 큰 관심을 지녀 왔다는 신념이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우리들은 18세기 예수회 선교사의 해시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과 한국에서 만든 놀라운 천문시계에 주목하였다. 또 7세기에 세워진 한국 천문대와 근대 한국의 관측기록 중 혜성 그림 등을 소개하였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대개 그렇든, 니덤 역시 처음에는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여져있는 작은 징검다리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나봅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전통과학의 깊이와 한국인의 열정이 그의 선입견을 상당히 무너뜨렸나 봅니다. 한국의 전통과학에 대한 진심 어린 경의가 이 글에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한다면 이는 그만큼 우리 과학의 역사에 대한 기존연구와 국제적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말해주는 진술이기도 하죠. 우리의 과학사 연구가 미진했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현존 최고(最古)의 천문대인 첨성대(633)는 천체를 관측하던 천문대가 아닌 종교적 제단이나 상징물이라는 시비에 휘말려 있습니다.
경주 불국사 석가탑에서 출토된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751년 이전)이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했습니다.
우리민족이  세계최초의 발명품이라고 자랑거리로 삼던 측우기는 중국의 과학사 서적에 ‘ 본디 중국의 발명품으로 남조선에서 발견되었다’ 라는 식으로 소개되어 있죠.

처음에 말했듯이 우리는 서기 이전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2000년에 걸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오로라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스티븐슨이 서양에 소개한 책에 한국의 오로라 관측은 일본의 오로라 기록(620)보다 한참 뒤인 993년부터 나온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고려 이전의 한국사 기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고려이전의 삼국사기에 나와 있는 오로라 기록들의 사실여부가 과학적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 더욱 슬픈 현실이라 할 수 있죠..
세계에서 가장 오래전의 밤하늘의 모습을 담은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고구려의 천문도를 새긴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실 고구려의 천문도를 기본으로 조선태조시대의 관측을 더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고구려의 천문도를 새겼다는 것은 국내연구결과 사실로 인정을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나와 있는 별자리는 그 별자리가 나타났던 시기와, 관측자가 밤하늘을 본 위치가 고구려의 강역과 일치했습니다 . 그런데 이것 또한 영국의 루퍼스가 한 논문에서 당나라가 보낸 천문도가 원본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한 뒤 아예 이를 근거로 중국 과학사 책에는 중국 황제의 하사품을 새긴 것으로 둔갑해 있습니다. 또 니덤은 앞의 책에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은 중국의 봉건적 제후국에 불과한 속국인데 황제 국에서만 하도록 되어있는 역법을 어떻게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서양인들이 우리의 역사와 전통과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숨김없이 드러납니다.

세계최초의 발명품인 고려 금속활자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지심체요절(1377)이 구텐베르크의 성경보다 78년이나 앞선다는 사실은 1972년 알려지기 전까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지금도 외국에서는 구텐베르크를 금속활자의 최초발명자라고 교육하고있죠.

우리의 역사는 세계역사의 한 켠에서 우연히 튀어나온 돌부리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중국의 역사왜곡이 국민의 분노를 터뜨렸지만 이것은 중국 일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곡이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면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릴까 두렵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력을 키우든 연구를 하던... 아니면 외국어로 한국의 역사를 강의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양성해 국외에서 강의활동을 하도록 한다던가 하는..

어러분들은 어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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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토스
09/06/29 16:32
수정 아이콘
외국에 나와... 이런 것들이 이제 점차 피부로 느껴지니.. 안타깝습니다.
09/06/29 16:43
수정 아이콘
우리의 천문학사를 간단히 살펴보고 싶으신 분은 '하늘 속에 새긴 우리 역사' 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서울대 천문학과 박??(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 교수님께서 쓰신 책인데,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의 학문에서 아쉬운 것은, 우리의 역사라거나 국내의 독자적인 방식의 연구를 하신 분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세계로 그것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고, 외국에서 배운 소위 유학파들은, 국내의 학문적 성과보다는 외국의 이론을 좇기에 바빠 국산의 좋은 연구를 확인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둘은 적절히 섞을 수 있으면 좋겠건만, 이제 모든 분야의 세분화가 극에 달해 있고, 같은 분야라 할지라도 세부분야가 달라지면 또 서로 이야기가 통하지도 않는, 그런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이건 인문계 쪽 이야기라, 이공계에도 적용이 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Siriuslee
09/06/29 17:02
수정 아이콘
정작

우리네 역사에 대한 연구는 국내가 더 열악합니다.

역사학계에서 기존에 알려진 '국사'와 조금만 '다른'의견을 내도 비난당하고 무시당하죠.

우리나라 역사는 국외에 홍보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냥 암기과목 정도의 인식뿐인것이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보다, 국내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이 더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느끼는데요.


이미 언론에서는 동북공정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졌죠? 아마 한동안 관심도 없을겁니다.
더펄이
09/06/29 17:12
수정 아이콘
동북공정을 들은 지 거의 10년이 흘렀는데 정부가 안 바뀌네요.
퍼플레인
09/06/29 18:06
수정 아이콘
이래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되는 거였습니다. 차라리 다른 과목을 포기하더라도 국사는 절대로 놓아서는 안됐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정부는 '중장기적인 한국 알리기'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90년대 들어와서부터야 조금씩 뭔가가 생겨나고 있는 중이고, 그 전까지 외국에서의 한국사 연구란 중국사/일본사를 공부하던 학자들이 위의 경우처럼 '우연히' 한국을 접한 뒤에 스스로가 그 매력에 빠져들어 자기 연구비 털어 가며 공부한 경우가 99.9%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그나마 한국을 알리는 기관들 역시 재정적인 열악함과 구조적 한계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외교야말로 소위 '돈놀음'이 개입해야 하는 법이거든요. 중국은, '공자학원'을 세우겠다고 천명한지 딱 1년만에 세계 80여개국에 300군데가 넘는 공자학원을 설립했습니다. 한국에도 있습니다. 2년째엔 500개로 늘리겠다고 했던가요. 이건 말이 좋아 중국어 교육이지, 사실상 한국학/일본학 및 한국/일본 문화의 씨를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입니다. 불행히도 일본학은 이미 뿌리가 너무 깊게 뻗었고, 아직 새순 막 돋아나 채 줄기가 여물지도 않은 한국학만 잘려나가게 생겼습니다.

조금씩 기틀을 잡아나가던 한국어/한국학/한국문화 알리기 사업이 최근 다시 휘청대는 중입니다. 누구 탓인지는 굳이 언급 안하겠습니다. 이건 너무 총체적인 문제라서요.
루크레티아
09/06/29 19:14
수정 아이콘
과거를 모르는 자가 어찌 현재를 논하고 미래를 논할 수 있을까요?
민족을 내세우고 항상 우리네 역사의 자부심을 선전하면서도,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우선 '역사는 외워야 하는 것, 별로 쓸모없는 것'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외국에서 아무리 잘못된 지식이 퍼진다고 해도, 그 잘못들은 역사를 외국인이 이야기한다고 해도, 즉시 그것을 반박하고 고쳐줄 국민이 몇 없다는 지금의 실정은 정말 심하게 잘못된 것입니다. 이는 정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역사 자체를 꺼려하고 접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국민들도 문제입니다.
망디망디
09/06/30 01:03
수정 아이콘
이게 다 왜이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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