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세우실입니다. (-_-) (_ _) (-_-)
강남분향소와 관련된 얘기로는 참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예전에 강남분향소를 운영하면서
시민들이 남기고 가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 주옥같은 메시지가 적힌 방명록,
분향과 헌화를 마친 후 남기고 가신 시민들의 밀짚모자, 편지, 씨앗 등 각종 분향물,
그리고 회계보고를 마치고 난 후 남은 후원금 등을 봉하마을에 직접 전달하겠다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제야 다녀오게 되었네요.
한 두 분이 가서 전달하고 오기 보다는, 그리고 누구누구만 갈 수 있다... 또는 누구누구는 못간다..... 이런 제약없이
원하는 분들은 이 기회에 모두 봉하마을에 한 번 다녀오기로 하고 날짜를 잡은 것이 이번 토요일이었지요.
아무리 늦어도 49재 전에는 다녀오는 것이 예의이고, 그것이 저희나 봉하마을이나 크게 번잡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다녀올까 했더니 대부분이 1박 2일 또는 무박 2일의 계획이더라구요. ^^;;;
저희는 당일치기 계획이었기 때문에 버스를 한 대 빌려서,
분향소를 만들었던 강남촛불과 함께 운영했던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알음알음으로 신청하신 분들 해서 약 30분 정도가 봉하마을에 함께 가게 되었지요.
저도 그 분 살아생전, "사람 좀 빠지면 가야지." "사람 좀 줄어들면 가야지."하는 마음에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한 번도 얼굴을 뵙지 못했는지라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다녀오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볼 것도 없이 지원했지요. 강남촛불 분들은 저는 당연히 가는 걸로 생각하고들 계시더군요. 흐흐흐흐
"니가 일을 키웠으니 너는 가야지 흐흐흐" 뭐 요런? ^^;;;;
아무튼 제 글 스타일도 있고 해서, 이번 글은 딱딱한 보고글이 아닌,
함께 봉하마을에 다녀온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자유로운 "후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그리고 사진이 많아서 아마 꽤 스크롤 압박이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애초에 사진에 재능이 없음은 지금까지의 글을 보셔도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듯 하므로
제 사진을 통해 봉하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뿍 느끼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신다면 오산입니다. 흐흐흐흐;;;;
위에도 말씀드렸듯 저희 계획은 당일치기였으므로 양재역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7시에 출발하기로 했고,
일종의 총무 역할을 맡으신 "미라클워커"님께서는
"7시엔......... 짤없이 출발한다 -_-+"는 명언을 남기시며 무서운 결의를 보이셨습니다.
저는 물론 일찍 도착했고, "카오루"님과 함께 먼저 양재 꽃시장에 들러서 정토원에 드릴 헌화용 흰 국화 100송이를 사서 기다렸습니다.
나중에 가시는 길에 저희를 픽업해 가셨지요. ^^
정말 약간의 딜레이는 있었으나, 7시까지 다들 맞춰 오셨고 덕분에 7시에 "짤없이" 출발했습니다만,
강남분향소 운영기간에 노무현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아무도 억지로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꺼이 시민 상주의 역할을
해 주신 "파란다라이"님의, "택시를 타고 광속으로 달리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줄 수 없겠느냐"는 간절한 부탁으로 잠시 길에 멈춰섰습니다.
그리고 "파란다라이"님은 그 쏟아지는 야유와 비난을, 계획이 빠듯해 다들 배를 주리고 있는 멤버들의 허기를 메꾸는 조건으로 퉁쳤습지요.
자아...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원 및 물품 점검, 계획 전달 해 주시구요~~~~~
출발!!!!!!!
사실, 다들 배가 무척 고팠습니다. 아침을 못 먹고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따라서 중간에 잠시 멈춘 휴게소에서
...와 같은 휴게소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부지런히 달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리는 봉하의 너른 들판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좋게 마을 입구에서 조금 더 달려서 좋은 곳에 버스를 댈 수 있었습니다.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여기 저기에 걸려있는 현수막들...........
무척 더웠습니다만, 이른 시간부터 많은 분들께서 봉하마을을 찾아주신 덕분에 추모객들로 무척이나 붐볐습니다.
저희도 얼른 짐을 내리고
(여러분? -_- 사진찍고 있으니까 이제부터 표정관리 좀 해주시겠어요? -_- 긴장을 좀...............)
자! 이제 강남촛불 깃발을 꺼내라구!!!!!
아악! 어떡해!!!!
아니 왯!!!
깃발을......... 안가져 왔........ 가져오려고 꺼내놓고......... 그냥 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0- 아~ -0- 아~ -0- 아~ -0- 아~ -0- 아~ -0- 아~ 이어지는 장탄식 들.............
하지만 어쩌겠슴까? 서울 올라가서 가져올 수도 엄꼬.................
분향소와는 거리가 좀 있었으므로 "강남촛불" 깃발 대신에 "강남분향소" 小현수막과 영정을 앞세우고 좀 걸었습니다. 흐
걸어오는 동안도 빼곡하게 걸려있는 추모 현수막과 노란 리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들어오는 동안에도 많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그것들도 차근차근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분향소에 도착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단 인사는 드리는 게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직은 사람이 많지 않아, 바로 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강남 분향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철수하기 전 마지막으로 4배를 드렸으므로 이 곳에서도 저희는 4배를 드렸습니다.
차분한 분향소의 모습과, 그 한 켠에 걸린 소설가 공지영씨의 문구입니다.
봉하 마을회관입니다.
마을회관 한 편에 설치된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화...................
많은 분들이 이 밑에서 사진을 찍으시더군요. 전 그냥 그림만 담았습니다.
담당하는 마을 주민께서 오셔서 저희가 가져온 물품들을 접수받으셨습니다.
어떤 어떤 물건을 가져왔는지 체크를 하시는데, 저희가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이미 모두 정리하고
목록까지 만들어 왔지요.
저희가 일단 개략적으로 추린 리스트는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814193&pageIndex=1&searchKey=subjectNcontent&searchValue=강남&sortKey=depth&limitDate=0&agree=F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 세분화 해서 박스별로 물품들의 사진을 찍고 갯수까지 일일이 정리했지요.
특히 "기록물로서의 의미"를 담아서 방명록이나 후원금, 시민들이 남기고 가신 분향물 뿐 아니라
강남분향소에서 사용했던 패널, 현수막, 영정, 리본 등....... "강남분향소의 기록이 될만한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이 점을 봉하마을 관계자께서는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다 모아놓으니까 양이 좀 되는군요. ^^;;;;
안희정 의원과 만나서 대화와 악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흐
사실 저희가 따로 연락드린 건 없는데 연락처를 어찌 아시고 -_-;;; 의원님 측에서 미리 카오루님께 연락이 왔었다고 해요.
오시면 좀 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게 된 것입니다.
이제 봉하 분향소에도 슬슬 조문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저희는 바로 정토원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바로 그.................. 부엉이 바위입니다.
한숨이 나오더군요. ㅠㅠ
정토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더군요.
올라가는 길에도 그 분께 남기는 메시지가 적힌 노란 리본과 근조 리본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 날씨였기에 모두들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정토원으로 오르는 추모객들은 계속 발걸음을 옮깁니다.
약간의 편한 길도 있고
산에서 내려다 본 부엉이 바위..............
봉하마을 전경.............
정토원 주변에는 이와같이, 잘 만들어진 노란 바람개비 수십개가 바람을 맞으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곳에도 어김없이 추모의 글을 담은 현수막들은 걸려 있네요.
법당의 모습입니다. 참배객들이 줄을 서 계시는군요.
저흰 일단 공양을 하러 갔습니다. 봉하마을에 물품과 정토원에 드릴 꽃을 전달해 드리자
마을 총무님께서 정토원에 가서 인사를 드린 후에 그 곳에서 공양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급한 꽃은 먼저 올려보냈기 때문에 저희는 도착한대로 일단 식사부터........
공양소 앞에도 주옥같은 글귀가 담긴 현수막들이 걸려 있고,
앉아서 쉬면서 차근차근 읽어볼 수 있게 의자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토원 공양소의 모습입니다. 사람이 많고 무척 더웠지만 다들 질서를 잘 지켜주셔서 혼잡하지는 않습니다.
밥은 이른바 "절밥"다운 간단한 산채비빔밥....... 그러나 그 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ㅠㅠ)b
자신이 먹은 밥그릇은 자신이 씻어야 하지요. 애초에 기름기가 거의 없으니 어렵지 않습니다.
다들 허기를 채우고 정토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더운 날 강남촛불 대표로 108배를 마치고 나와서 땀을 씻고 계시는 미라클워커님........
수고하셨습니다.
사진 저 멀리에 보이는 곳에서는 자원봉사자가 1인당 1병씩 시원한 생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초코파이도 주고 있었지요.
아! 그리고 저희가 휴게소에서 "성남 시민광장"분들을 만나서 인사를 드렸었는데,
성남 시민광장 여러분께서 떡을 10말을 해가지고 정토원으로 가져 오셔서 참배객들께 나눠 드리기도 했지요.
정토원에서 기르는 강아지 입니다. 이름은 "보리"라고 하는군요. ^^
옆에는 새끼인 듯....... 만지려 하면 으르렁 대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사찰견답게 센척은 오래가지 못하고
모두의 손길에 누그러진 표정의 보리............
이제 정토원을 내려와야겠죠? ^^;;;;
정토원을 올라오는 길이 너무 가파른 코스였기 때문에 저희는 차가 올라오는 길로 내려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작렬하는 태양;;;;;;;;;;;;;;;;;;;;;;;
봉하마을은 왼쪽인데 길은 자꾸 오른쪽으로 꺾입니다.
산을 내려가는데 오르막길도 자꾸 보입니다.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이 길은 산을 돌아 마을을 아예 크게 한 바퀴 도는 길이더군요. ㅠㅠ
다들 본의 아니게 "행군"을 하고 말았던 것이죠.
"우우우~~~ 이 길로 가자고 한 사람 누구냐능!"
"저녁밥사라!! 이 길로 가자고 한 사람!!! 나와라!!" 등등........ 웃음섞인 푸념 속에서도
모두들 한시간 남짓 걷고 또 걷다보니 마을 입구가 보이더군요. 흐흐흐흐흐흐흐흐흐
아까 제가 맨 첫머리에 말씀드렸었지요. ^^;;;;
"마을 입구에서부터 현수막은 보였는데 버스가 더 들어오는 바람에 다 찍지를 못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찍어보고 싶다"......고.......................
그 바람이 이런식으로 이뤄지는군요? -_-;;;;;;;;;
마지막 현수막의 문구가 가슴에 팍 와 닿는군요..........
모든 현수막을 다 찍은 것도 아니고, 현수막의 문구는 사실 대동소이 하지만.......
그만큼 봉하마을을 뒤덮인 지역과 계층을 가리지 않는 국민들의 마음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행군이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차에서 내려서 인사만 드리고 다시 올라타고 가는 방문이 아닌......
봉하의 들녘과 산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흐
아유~ 내려와보니까 이제는 마을이 아주 그냥 북적북적거립니다. ^^
마을 앞에는 일종의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마 임시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 분의 역사가 사진으로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고,
추모객들이 남기고 가는 한마디 한마디가 메모지에 적혀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차가 출발하기로 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사분께서도 분향소와 정토원에 인사를 드리러 다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더운 날씨......... 시원~~~~~~~~~~한 봉하마을의 탁주 한 잔을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동동주는 한 잔 마시자 땀이 쏘옥 들어갈 정도로 시원했구요,
부추파전과 해물파전의 맛도 어머님의 손맛! 아주 맛났습니다. ^^ (특히나 김치맛이 예술 ㅠㅠb)
강남촛불의 "꼬냥"양은 성악을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기분이 거하게 오르자, 노무현 대통령께서 애창하셨던 "상록수"를 불러보라고 부추겼지요.
몇 번을 빼던 꼬냥양은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분향소 바로 옆은 아니지만 노래를 한다는 것이 마을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줄까 걱정했는데요.
어느새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
한곡으로 시작된 노래는 사랑으로, 홀로아리랑, 광야에서, 솔아솔아푸르른솔아 등.................. 다섯곡을 훌쩍 넘어갔고
주변 분들 모두 박수를 쳐 주시는 즐거운 거리 콘서트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동네 주민들도 어디서 오셨냐고 관심갖고 물어보셨고, 어르신께서 너무 예쁘다며 술값 일부 계산해 주시기도 ^^;;;;
그렇게 무르익은 분위기는
기어이 바위처럼과 처음처럼의 댄스 콘서트로까지 이어졌습니다. ^^
그렇게 기분좋게 모두가 하나되는 자리를 마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처음 출발했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밤 10시가 되었더군요.
아!
봉하마을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찰보리빵도 사 왔어요. 흐
물론 봉하마을 물건이라고 일부러 "사 주는" 성격은 아닙니다.
시식을 해 봤는데 정말진짜너무무척 맛있어서 냉큼 지른거예요. ^^
정말정말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흐흐흐흐흐흐흐흐흐
뭐 광고(?)는 이쯤하구요. ^^
봉하마을은 여느 시골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었지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의 분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단기간에 끝나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예요.
봉하마을은 모두의 노력으로 인해 바야흐로 민주주의의 성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봉하마을에 고여있지 않고 이곳을 찾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으로 손으로
전국 곳곳에 전염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