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6/28 21:06:25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모듬잡담] PGR 사이트 글 도용건의 뒷이야기 外
#1 - PGR 사이트 글 도용건의 뒷이야기

약 한 달 반 정도 전에 질문게시판에 남긴 글에 썼던, PGR 도용건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그 사실을 질문게시판에 말한 이후, PGR 운영진 분들께서 어떠한 대응을 하셨는지에 대해서는 그 이후 제가 여쭤보지는 않았습니다.
제 개인 대응을 하는 것보다 PGR 자체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된 문제였기 때문에, 저는 '공'을 운영진 게시판에 넘긴 이후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죠. 다만 개인적으로 제 블로그에 - 지금은 비공개 처리되었지만 - 도용과 관련된
몇 가지 증거 자료들을 포함한 글 하나를 남기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표면상의 대응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표면상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 그 동안 고소에 필요한 자문 및 자료 수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래 자료들을 모아, 6월 초쯤에는 행동에 옮길 생각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로 인해 모든 계획이 다 틀어져버렸죠.

어쨌거나 한동안 패닉상태에서 벗어나 자료수집을 어느 정도 갈무리하려고 할 때, 제 블로그에 이런 덧글이 달렸습니다.
개인 신상 및 저에 대한 개인적 요청과 관련된 내용은 편집하고, 사과와 관련된 부분만 보여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먼저 우린친구닷컴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글을 읽고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러워 글을 쓰지 않을수 없습니다.
부득이 비공개로 덧글을 남깁니다.

제가 멋모르고, 글쓰기에는 관심이 없었고, 메타사이트를 만들어보려고 자동 글수집이 되는가를 테스트 해보면서
신기해서 만들었다가 그대로 놔둔게 저렇게 되버렸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제가 만들어놨던 모든 사이트를 폐쇄하였습니다.
사실 접속자도 없었고, 방문자가 많지 않아 그냥 게임 / 경제 / 유머글 수집하면서
남들보다 빨리 내용을 보려고 만든것이 부득이 작성하신분들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수집된 것에대해
미안한 생각도 들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하 생략)
=======================================================================================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사이트가 폐쇄된 것은 일단 사실로 보여서,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소원을 일단 믿어주기로 했고,
그래서 제가 증거 삼아 올려놨던 블로그의 글은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만, 저는 이 건과 관련되어 이미 상당 부분의 자료를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마 이 사람이 PGR 또는 저와 관련된 도용행위를 또 다시 한다면 그 때에는 법정에 세울 생각입니다.

사람을 잘 믿지 않는 저이지만, 지금은 저 사람이 적어도 제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그런 행동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2 - 난 항상 왜 이리 늦는 것일까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겪는 시기가, 유독 저한테는 늦게 다가오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향의 문제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어떤 일들을 하다가도 싫증을 내는 기간이나 정도가, 저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보다 상당히 늦는 듯 합니다.
아주 싫어하는 일이 아니라면, 싫증을 거의 내지 않거나 싫증을 낸다 해도 그냥 가볍게 넘어가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한 번 싫증이 나거나 제대로 뒤틀려 버리면, 판을 뒤집어 엎어버리거나 접어버리고 다시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략 몇 달, 아니면 약 1년 정도 되면 일에 대한 권태기나 위험한 순간들이 온다고 하죠. 그런데 저에겐 그 조짐이 이제서야 나타나고 있군요.


약 7년간, 거의 아무런 문제 없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 일상에 지금 꽤 커다란 먹구름이 낀 상태입니다.
지난달부터 닥쳤던 기분 언짢은 일들의 연속과, 직업상의 허탈함 등이 겹쳐 요즘 제가 살아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까요.
분명 좋아하는 일인데도, 일할 의욕이 없어질 정도가 되는 것을 넘어 일이 '진심으로' 싫어지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업 방향이 제가 봐도 망하는 길로만 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도저히 벗어날 길은 없고, 나이만 들어가고,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자니 복리후생이라든지 집을 사고 나서 갚아야 하는 대출빚을 생각해보면 무작정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그만둔다 해도 제대로 된 터를 잡지 않고 무작정 빠져나온다면 그건 제 집이 망하는 길이 되어버리는 형국이죠.


참고로 같이 일하는 직속상사나 동료들에게는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그 분들도 저와 같이 휩쓸려 가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어쨌거나 지금의 저에게 일어난 대강의 증상은.


- 감흥이 덜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도 그냥 '맛있다'고 느끼고, 그 때 뿐이고, 어떤 때에는 아예 맛을 모르게 됩니다.
(처음엔 둔감해진다고 썼는데, 둔감해졌다는 것과는 약간 다른 문제라고 봐야겠군요.)

- 게임하기 귀찮아집니다. 추산해 보니 WOW조차 접속시간이 줄어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일일퀘스트만 하는 정도입니다.
불꽃감시자 6캐릭터 업적은 어떻게든 기분전환해 보려고 거의 발악하다시피 3일만에 해버린 거였는데, 오히려 탈력상태가 되어버렸죠.

- 글을 쓰는 느낌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습니다. 지쳐서 글이 잘 안 써지기도 합니다.
(그럼 이 글은 뭐냐. 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원래 다른 사람보다 글을 길게 씁니다.-_-)

- 회사에 있는 시간이 싫어지기 시작합니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싫은 건 아니었는데, 지금은 매우 위험합니다.

-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억제는 할 수 있는 만큼 하는데, 점점 잘 안 되고 있습니다.

- 다소 불면증이 있는데, 과거에는 잠을 별로 못 자면 피곤했지만 지금은 잠을 별로 못 자도 피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엇이 문제지. 하고 뒤돌아봐도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어디서부터인지를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내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자각한 지금은 그 증상이 너무 큽니다.
마치 TIG 원사운드님 카툰에 나온 것처럼, 버그율 5% 미만으로 잘 나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꼼꼼이 살펴보니 어느새 대박 버그가 있는 그런 형국이라고 해야 할까요.

성격이 참 유별나서 한잔 술과 광란의 밤 같은 것으로 다 털어내고 잊는다는 건 힘듭니다. 전혀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어떤 이에게 제 상처가 있을 때마다 무작정 털어놓는다는 것은 - 개인사라서 남에게 털어놓는 것이 꺼려지기도 하지만 -
어떤 이의 무한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서 힘듭니다. 가족이 있지 않느냐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모든 말을 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이고,
어떤 면에서는 남보다도 더 가혹한 부분도 있더군요.(만일 지금의 저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그 사람은 대단히 힘들 듯 합니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가족과 이야기할 때 어느 정도의 벽을 느낀 상황이라. 그 지친 정도가 더 심한 것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라는 것은 제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그 원천이 위험한 상황입니다.
문제임을 알았고 싸움을 시작한 이상, 부디 그것까지 침해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듯 합니다.


지금까지 내린 결론은,

'일상을 포기한다 해도 짧게 싸운다는 보장이 없다면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며 좀 많이 길게 싸워야겠다.' 정도 뿐입니다.


오랜 전투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여기서 인생이 발목잡힐 수는 없으니까요.


- The xian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6/28 21:53
수정 아이콘
건투를 빕니다.
09/06/28 22:09
수정 아이콘
현실에 대한 대응.
저는 그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는데
그렇게 답을 내리다니요.........

전 그런답은 싫어서 지금 사실 고민중예요..
왜냐면.. 아직 전 어리니까요.....
하늘계획
09/06/28 22:11
수정 아이콘
뭔가 자극적인 새로움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셉(?)니다.
허나 원한다고 자기 앞에 떡하니 오는 것도 아니니까 '뭐, 재밌는거 없나' 하면서 눈을 부라리며 찾아 다녀야겠죠.
아니면 마음 푹 놓고 여유롭게 일상의 소소함들을 즐길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아무튼 건투를 빕니다.(2)
폭풍의언덕
09/06/29 01:54
수정 아이콘
무척 힘 드시겠네요.
고충을 깊이 나눌 만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가까이 있다면 그래도 힘이 될 텐데 말입니다.
힘 내시라는 말씀 밖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군요. 부디 힘 내십시오.
동트는 새벽
09/06/29 04:28
수정 아이콘
건투를 빕니다.(3)
유유히
09/06/29 08:10
수정 아이콘
건투를 빕니다.
정 주지 마!
09/06/29 16:49
수정 아이콘
건투를 빕니다. 하루 빨리 전환점을 찾으셔서 좋은 글 다시 오래도록 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077 [일반] 이천수선수 갈때까지 가는군요.... [80] 적울린 네마리6178 09/06/29 6178 0
14076 [일반] 컨페더컵 결승전 중.. 미국// [139] 반니스텔루이3530 09/06/29 3530 0
14074 [일반] [그바보 이야기] 박정현 - '그바보' [4] 권보아3715 09/06/29 3715 0
14073 [일반] 부족하지만;; 1년동안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C'est La Vie 를 선보입니다. [37] DEICIDE4050 09/06/29 4050 4
14069 [일반] 소녀시대 컴백무대(음중, 인가) [46] 도시의미학5934 09/06/29 5934 0
14068 [일반] 2NE1, 멋진 그룹이네요. [31] Nybbas5774 09/06/29 5774 0
14067 [일반] 작년 9월 고양이를 주웠다는 글을 기억하세요? [21] 초롬3600 09/06/29 3600 2
14066 [일반] 스페인vs남아공. 컨페더컵 3,4위전. [37] zephyrus3008 09/06/28 3008 0
14064 [일반] "요즘 애들이 굶어? 시민들의 오해입니다. 전교조가 뒤에서....... [20] 세우실4425 09/06/28 4425 0
14063 [일반] 아... 이건 또 뭘까요... [19] 프렐루드4650 09/06/28 4650 0
14062 [일반] 강남분향소 기록물 전달을 위해 봉하마을 다녀왔습니다.~ (스압 쩔) [25] 세우실4565 09/06/28 4565 10
14060 [일반] [모듬잡담] PGR 사이트 글 도용건의 뒷이야기 外 [7] The xian3431 09/06/28 3431 0
14059 [일반] [바둑] 뜬금없는 바둑퀴즈(수상전편) - 정답 첨부하였습니다. [8] 애플보요3682 09/06/28 3682 0
14058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6/28(일) 리뷰 [53] 돌아와요오스2897 09/06/28 2897 0
14057 [일반] 2009 윔블던 테니스 소식 (16강 프리뷰) [7] Arata3756 09/06/28 3756 0
14055 [일반] 6월30일 하이든 연주 초대에 관하여~ [15] hornartist2890 09/06/28 2890 0
14054 [일반] 위클리 경향의 커버스토리!!! (pgr도 아주 사~알짝 언급이... ) ^^;; [10] 朋友君4635 09/06/28 4635 0
14053 [일반] Michael Jackson & Freddie Mercury [13] 리콜한방4161 09/06/28 4161 1
14052 [일반] 사람이 사람한테 집착한다는 게 이리 힘든 건가요. [20] A1B2C34994 09/06/28 4994 1
14051 [일반] We are the world ... [10] 메딕아빠3775 09/06/28 3775 0
14050 [일반] [K리그] 이보다 화끈한 축구는 없다! [16] lovewhiteyou3906 09/06/28 3906 0
14049 [일반] LG트윈스의 역사 - 6. 잦아드는 신바람 [6] 유니콘스3249 09/06/28 3249 1
14047 [일반] [K리그] 최근 눈에 띄는 몇몇 뉴스들 [18] 빨간당근2596 09/06/28 25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