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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25 12:00:08
Name 大韓夢郞
File #1 간지_간지_이런_간지_없다.jpg (0 Byte), Download : 251
Subject [일반] 공성진과 Ted Williams


1990년대 중반 어느 봄 강의실에 바바리 코트를 입고 등장한 한 멋쟁이 교수가 있었습니다.  한국 미래학의 권위자인 이 사람의 강의를 듣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무슨 vision으로 살려고 하는 친구의 권유로, 한편으로는 이 교수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라는 말도 들으면서도 별 생각 없이 강의실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 저의 심정은 정말 ‘친구 따라 강남도 가는데…’ 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교수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빠져 들게 되었고 한 때 대놓고 (현재는 속으로만) 꿈꾸고 있는 교수라는 직업의 model로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전공 교수님을 버리고 이 교수를 role model로 삼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 교수의 이름은 공성진 교수.  한때 한국 미래학의 선구자로 불렸던 교수였습니다.  간간히 강의 중에 본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버지가 국군 장성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가 군대 갈 무렵에는 군인의 힘이 막강했고 아는 사람 꽃보직에 보내주는 것은 이슈가 되지도 않던 때) 해병대 장교로 떳떳하게 다녀와 이 정도는 해주는 것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의 당연한 행동 아니냐며 군입대를 앞 두고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영화배우와 같던 샤방한 미소를 날려주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이 교수가 딴나라당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점점 공성진 교수와 공성진 국회의원이 절대 다른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더군요.  공성진 선생님은 진보, 혁신과 같은 급진적 성향의 선생님은 아니라고 판단 했지만 이런 유체이탈과 같은 현상은 무었일까요?  공성진 선생님께서는 지난 달 70원으로 버스를 타시는 신공을 갖고 계신 국회의원님과 박희태 대장님의 옆자리를 놓고 자리 다툼 하시어 뒷목 잡게 하시더니 몇 일 전에는 국민들이 맘도 몰라주지만 우리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에 머슴살이까지 각고하고 계시는 각하가 ‘소통의 달인’ 이라는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그나마 90년대 중반의 좋았던 아련한 추억을 삭제하라는 강제 명령을 저에게 주시더군요.  제길슨, 저는 삭제 명령이 잘 듣지 않는 머리를 가졌단 말입니다.


요즘 야구관련 게시물이 항상 올라와 82년 베어스 (베어스는 좋아하지만 두산은 별로인) 어린이 회원 출신의 저로서는 너무 좋습니다.  그러므로 야구를 좀 아시는 분들은 전설의 강타자 Ted Williams를 아실 겁니다.  마지막 4할타자라는 말을 평생들었으며 죽기 전에 그 말을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기를 바랬던 사람, 이 Ted는 잘 아시겠지만 2차대전에 이미 참전해서 징집 대상이 아니었지만 참전 직전의 경기에서 ‘난 죽을지도 모른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참전해 39번의 비행을 마치고 바로 메이저리그에 참전해 남은 37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포함해 4할7리의 타격을 선보입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우리 김별명 선수가 한창의 나이에 이라크 파병에 지원해 전투 비행을 하고 다시 돌아와 김참전이라는 별명을 추가하신 뒤 신들린 듯한 타격으로 시즌을 마감하는 모습이겠네요.  이 외에도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선수라 할 수 있는 Don Newcombe라는 선수 (메이저리그 유일의 신인왕, 사이영상, MVP 석권과 투수 통산 타율이 2할7푼)와 Jerry Coleman (한국전 63차례 포함 120차례의 출격으로 2개의 공군십자훈장, 13개의 공군 수훈장, 3개의 해군 표창으로 메이저리거로서 보다 군인으로서의 성적이 HOF) 선수가 참가 했습니다.

이렇게 비교가 되는 사람들을 적은 이유는 조금 느끼셨겠지만 오늘이 6.25여서입니다.  지금 2000년대에 사는 건지 1900년대에 사는 건지 혼란스러운 건 알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사건 만큼이나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라 생각 합니다.  저도 직접 격은 세대는 당연히 아니지만 지금 그래도 자유를 이야기 하며 자유를 위해 고민하고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도 우리를 지켜주신 이름 모를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이라는 이 시간에는 한 때 저의 로망이었던 face off 공과 같이 국민의 뒷골을 잡게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와 명예를 뒤로 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들도 있습니다.  즉 대놓고 하든 숨어서 하든 우리의 뒷통수를 치는 나쁜 놈들도 있지만 보이지 않은 곳에서 숨어 있는 천사와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에도 있고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지만 어려운 처지를 보고 손 내밀어줄 외국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고 오늘만큼은 한번쯤은 우리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준 역사 속 고마운 분들의 신념에 감사하는 시간이 각자 있었으면 합니다.

사족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을 하나 올립니다.  저는 제 유일한 낙인 Baseball Mogul을 할 때 이 분의 능력치를 사기스텟으로 바꾸는 못된 습관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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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 Message
09/06/25 12:06
수정 아이콘
에휴, 어쩌면 저랑 같은 강의실에 계셨을지도 모르겠군요. 근데 그때도 외부 강사로 홍사덕의원 같은 사람을 초빙해서 강의시간을 내주고 했으니까, 성향 자체는 그때랑 지금이랑 크게 달라진건 없을거에요. 단지 이 정도인줄은 몰랐던거죠.
Ms. Anscombe
09/06/25 12:09
수정 아이콘
공성진은 뭐, 미래학 어쩌고 할 때부터 껍데기 뿐인 사람이었던지라..

워렌 스판과 밥 펠러도 참전으로 많은 시간을 구장 밖에서 보냈죠.. 전쟁이 아니었다면 또 다른 역사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우거
09/06/25 12:16
수정 아이콘
아....그러고 보니 오늘이 6.25 였군요....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타자, 한국전쟁 참가자, 완소팀의 레전드 등등 여러모로 잊을 수 없는 선수가 테드 윌리엄스 입니다.

성격이 약간 좀 그래서 언론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소속팀이 우승을 못했다는 점 때문에

동시대에 라이벌팀의 스타 (야구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였던 뉴욕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에 비해 조금 묻히는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저에겐 최고의 선수 중 한명입니다....^^
大韓夢郞
09/06/25 12:25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네 알고 있습니다. MLB 참전용사는 많이 알고 있는 편이고 여기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만 언급한거입니다. 아무도 모르느 사람들이 한국에 손내밀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해서요.
제리와 톰
09/06/25 12:25
수정 아이콘
어설프게 학문을 연구하신 분이 정치에 참여하면 이렇게 된다라는 모습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분일 따름입니다.
옛부터 학(學)과 정(政)을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이상을 현실 사회에 구현해 보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만 그래도 그 분들은 처음부터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교수님은 제가 알기로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 학으로 자신을 포장했을 따름입니다.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던 정치꾼이 되었을 뿐이지요.
이와 같은 사람들(사이비라고 하지요.)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는데도 그 걸 구별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Ms. Anscombe
09/06/25 12:28
수정 아이콘
大韓夢郞님// 모르실 거 같아서 언급한 게 아니라, 그냥 덧붙여 봤습니다..
大韓夢郞
09/06/25 12:30
수정 아이콘
제리와 톰님// 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그런 사람들을 구분 못하는 제 좁은 안목이 걱정되고 걱정될 뿐입니다. 이놈의 안목은 언제나 훤이 트일런지 원!!!
내일은
09/06/25 19:16
수정 아이콘
일단 미래학이란 학문 자체에 굉장히 회의적이고
학자로써의 공성진도 낙제에 가까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swordfish
09/06/25 19:17
수정 아이콘
엠팍에선가 지나가는 논쟁 중 이런게 있었죠. 50년대 주한 미군 올스타 vs 한국 올스타.
야구라는 종목적 특성상 그래도 한국 올스타가 이기지 않겠냐는 의견이 주류 였습니다만,
누군가가 이 게시판의 주인공인 그분이 한국전에 참가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시더군요.
결국 주한 미군 올스타가 이긴 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귀염둥이
09/06/26 00:36
수정 아이콘
Spiritual Message님// 홍사덕의원도 참 많이 변한사람 아닌가요? 과거를 생각하면 한나라당 그것도 친박이 된건 정말 개그라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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