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늦게 학원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큰딸과 집사람사이에 작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저의 영향도 적지 않아 있다고 보지만 큰딸은 노무현대통령팬입니다.
허나 이제 중1입니다.
갖난것 받아서 어르고 달래고 씻기고 젖은 기저귀갈아가며 보낸세월이 벌써 13년
어느새 중학교에 들어갔지요
딸아이가 아끼는 것중 하나가 초등학생시절 현직이었던
노무현전 대통령님이 직접 써주신 친필사인이었는데
집사람이 실수로 그걸 버렸나 봅니다.
노무현전대통령님의 싸인이 아닌 그냥 낙서종이인줄 알고
큰딸의 실망은 말안해도 알만하죠
노무현전대통령님과 악수만으로 성에 안차 초등학생들이 대통령할아버지 싸인해주세요 하고
간청해 차례기다리다 받아온거였는데...
화가 가라앉은 큰딸에게 차분히 오늘 하루 학교어땧었니하고 물었습니다.
수업분위기가 많이 안좋았다고 하더군요
어떤 선생님은 그냥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며 오늘은 우리나라역사상 서민을 이해하고 안아주시던
유일한 대통령이 가신날이라며 눈물지었다고 하고
반아이들중 노무현대통령님의 서거에 눈물지으며 슬퍼하는 애들도 몇이었다고 하더군요
의왕이라는 서울변두리위성 도시의 조그마 중학교 라서 그럴까요
대부분 사는게 그렇고 그러다 보니 요즘와서야 비로서 노무현전대통령이 얼마나 서민적이고
그만이 유일하게 낮은자리에 모여사는 국민들과 높이를 같이하려한 대통령이었다는것을 요즘들어
반친구들 부모나 가까운 이웃 지인들이 모이면 애기하고 논해서 어리지만 어렴풋이 노무현전대통령님에
대한 신상은 안다고 합니다.
큰딸아이와 대화하면서 또 집에 간간이 놀러오는 딸아이의 친구들을 보며 느끼고 아내가 아이들을
대하는 대화를 들으면 전 대한민국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느낍니다.
13살 어린아이들이지만 그아이들에겐 더이상 제가 어린시절 교육받았던 상명하향식 선도와 가치판단
사고의 주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작년 자주 놀러오는 딸아이 친구의 앉아있는 자세에 대해 제가 주의를 준적 있습니다.
친구가 돌아간후 큰딸은 저에게 반문합니다. 아빠! 왜 여자는 그렇게 하면 안되요
전 차근히 그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바른자세와 보기좋음의 연관, 여자와 남자의 자세가 가지는 미관상 체형상차이등
당연하기에 설명해주었습니다.
허나 이것은 불과 한세대 전까지만 해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가정에서 가장의 위치가 가지는 권위가 얼마나 엄한것인지를 우린 잘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권위가 지금은 그권위의 위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그리고 도덕적인
바탕을 깔아야 합니다.
어른말씀에 토달지 말고 하라면해가 통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권위와 구습에 얼매여 있지만 그수위는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실수를 딸아이에 사죄해야하고 난 딸아이에게 심부름하나를 시켜도 그당위성을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어제로 해서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를 몸으로 나서서 해결하려했던 선지자중 한분이 그 꿈을 미완으로
한채 이땅을 떠났습니다.
그분의 꿈과 이상을 실패와 무능으로 간주하는 사람도 있고 그 미완의 업적을 아쉬워하고 실퍼하는
사람도 다수입니다.
허나 저와같은 조그만 한 가정에서 작지만 이젠 지켜야 할룰과 가치가 어느새인가 생겨났습니다.
어느순간부터입니다.
노무현대통령님은 자신이 먼저 낮은 자리로 내려와 낮은사람들과 같이 섰습니다.
그 낮은 사람 즉 국민들은 어느새인가 저 까마득히 높은사람이 결코 자신들보다 높지않고 같은
한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임을 인식하게 됬다고 봅니다.
이 인식의 변화 가치의 변화가 아주 작고 어찌보면 무시될수도 있는 하찮은 것일수도 있다고 보지만
일단 생겨난 이것을 없애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언젠가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에서 프랑스의 유명한 축구선수 앙리가 바지주머니에 손쑤셔넣고 한손으로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이 올라온걸 봤습니다.
대통령이 오히려 두손으로 앙리선수의 손을 감싸쥔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죠
허나 제 어린시절은 대통령은 쳐다볼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전 박정희, 전두환 두대통령시절 관제동원에 끌려가 저멀리에서 휘황찬란한 차에 타 우리들을 쓸어보며 가는
그분들을 우러러보는 세상을 살았지만 제 큰딸은 현직 대통령에게 악수해주세요 싸인해주세요 하며
매달리는 세상을 삽니다.
현정권은 그런 이세상을 다시 과거로 돌리려고 나름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적어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앙리선수와 같이 우리국대의 축구스타가 대통령의 맞잡은 두손으로 환대받는 세상이 올수도
있다고 봅니다.
시간이 얼마냐 더걸리냐의 차이만 있을뿐이라고 전 믿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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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당신의 꿈이 차근 차근
실현되는것이 보입니다.
당신이 죽음으로서 우리에게 보여줬던
그 말로 할수 없을만큼 많은 "것"들을
이제 조금씩 조금씩 우린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진하다보면 우린 당신의 생전 웃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울지 않아도 될겁니다
아니 더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죽음으로서 보여줬던 그 수많은 "것"들을 말이죠
"것"에다 "사랑"과 "관심"등등을 넣을려고 했는데
당신이 너무 많은것을 보여줘서인가 차마 한 단어로 넣질 못했습니다
이해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