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 결혼 날짜를 밝힐 생각은 없지만.. 5월 25일이 결혼 1주년이었습니다.
24~29일까지 4박 6일 코스로 1주년 기념 필리핀 여행을 예약했었죠.
처음에는 주말 포함해서 제주도 3박4일 정도 계획했었는데,
필리핀에서 사업하고 계시는 동문 선배형이 자기네 회사 별장이 무지 좋은데 실비만 내고 쓰고 가라고 해서
Wife랑 둘다 겨우겨우 일주일 휴가내고 잡은 1주년 기념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날인 23일 아침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서거하셨습니다.
그날 토요일이었지만 둘 다 출근도 하고(일주일 휴가써야 했기 때문에) 밤에는 여행준비도 해야 해서, (24일 아침 08:30분 비행기라)
결국 분향소도 찾지 못하고 인터넷으로만 안타까운 소식을 보다가 비행기를 탔습니다.
여행지에서야 국내 일 잊고 잘 놀긴 했습니다.
로밍으로 SMS나 통화하면서 지인들에게 국내 소식을 간간히 들었는데 다행히도 영결식이 29일이라고 하더군요.
29일 아침 06:00 인천 도착 후 집에 와서 검은 정장으로 갈아 입고 Wife와 함께 시청광장으로 갔습니다.
살짝 졸리고 피곤하긴 했지만, 오늘 가지 않으면 앞으로 계속 후회가 남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절을 올리고 나니 일단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벗은 것 같았습니다.
(해외에 놀러 가느라 그 분의 마지막 길을 외면하게 된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
시청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영결식을 지켜보다가 한명숙 전 총리께서 애절하디 애절한 조사를 읊으실 때에는,
주변의 훌쩍임이 커다란 울음 소리로 바뀌면서 저 자신도 참고 참았던 눈물을 펑펑 흘리게 되었습니다.
(Wife는 말 그대로 엉엉 울었습니다.)
Wife 바로 앞에 앉으셨던 여자분께서 계속 소리내 우시면서도 흩날리는 노란 풍선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시는 걸 보면서
마치 그 분을 떠나 보내는 마지막 장면을 간직하고자 하는 것 같아 카메라를 안 갖고 온게 조금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양희은, 안치환, 윤도현의 노래를 들으면서 기다리던 노제가 시작되니 광장은 또 다시 엄숙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윤도현씨도 자기 노래보다는 민중가요를 선택해서 불렀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노제가 끝나고 사랑으로, 함께가자 우리이길을, 임을위한 행진곡, 솔아솔아 푸르른솔아 등을 따라 부르면서 그 분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다가
쓰러질 것 같은 Wife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역까지 따라가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따라가고 싶었어도 인파 때문에 사실상 힘들었다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오후 5시 쯤에 집으로 돌아와 잠들었다가 한밤중에 깨어 이제야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 남기게 됩니다.
밤에 혼자 술먹는 짓은 주로 박지성 축구 볼때나 하는데...
고작 이런 글 하나 쓰면서 맥주 pet병이 바닥을 드러냈네요.
뜬금없긴 하지만 님을 떠나보낸 마음이 너무 아프다 보니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오릅니다.
제 마음을 투영해 보면서, 맥주 하나 더 사러 나가야 겠습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람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날들도 묻어버리기
못다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중복이겠지만... 현 정부의 통치 방법을 보여주는 듯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