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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30 02:38:47
Name 이카루스테란
Subject [일반] 이제부터 본격적 시작 - 노무현 훼손하기
안녕하세요? 이카루스테란입니다.

피지알에 글을 써본지도 정말 오래되었군요. 최근 들어 글쓰기 단추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느낌입니다.

어제로서 공식적인 추모기간이 끝났습니다. 이제 다들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죠. 물론 이 충격적 결말로부터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제가 보낸 우울한 한 주보다 더 우울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1. 여는 글 - 본격적 반격의 시작

솔직히 이번 주 동안은 보수진영에서도 지만원, 조갑제 같은 좀 모자르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번 서거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대립의 각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추모기간이라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겠죠. 대체적으로 "화합"을 중시하는 발언 정도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현 정권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비교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입니다. 필연적으로 깎아내리기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이번 기간 중 보여줬던 국민들의 모습과 비례하여 강력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2. 불안요소 그리고 정부의 대응

저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한국인들은 역동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지금은 어느 정도 개인의 정치적 색깔을 뛰어넘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일 수도 있고 인격에 대한 존경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단순히 인간에 대한 동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보다 바뀌기 어려운 것이 정치성향입니다. (물론 이번 서거는 충격이 컸던 만큼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결국 많은 분들의 자신의 성향을 유지할 것이고 이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생각만큼 쉽게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듭니다.

지난 해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뿐입니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잠재적인 힘을 의미합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통합된 방향성만 제시할 수 있다면 거대한 힘이 되겠죠. 지금까지 민주주의 발전에서 이와 같은 과정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라는 깃발 아래 모인 사람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이 기회를 이용하려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겁니다. 정당, 시민단체, 노동조합, 이익집단 모두 다 상관없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려는 시도가 분명 있을 겁니다.(이름을 앞세울 수도 있고 이것을 카드로 사용해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싸움은 다시 이전 구도로 되돌아갑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처하기에 따라 유리한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 집단이 가지고 있는 약점, 예를 들자면 노동조합에 대한 일부 국민들의 반감, 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훼손하기를 시도할 것입니다.

분명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사용하겠지만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여러 집단의 운동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카드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는 이걸 노리겠죠.

3. 맺음 - 역사를 통한 배움

제가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은 집권세력이 저항세력을 이기는 방식은 언제나 똑같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저항세력이 일어서는 것 자체를 막습니다. 그리고 세력이 미약하다면 바로 밟아버립니다.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기본대응 방침이 이러합니다.
만약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커진다면? 그러면 일단 물러섭니다. 그리고는 일부 저항세력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면서 힘이 약해지기를 기다립니다. 요구조건을 일부 수용하면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합니다. 힘이 충분히 약해졌으면 바로 강력한 탄압을 통해 손쉽게 저항세력을 정리합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 모든 정권이 저항세력을 다루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효과만점입니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필승카드입니다. 바로 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이미 작년 촛불시위 때도 한번 보여줬죠.)

너무 부정적으로만 썼나요? 하지만 제가 역사를 통해 배운 중요한 것 하나가 더 있습니다. 보수를 지향하는 개혁은 길게 봤을 때 언제나 실패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책을 보면 구세대를 지향하는 정책흐름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 정권에서는 부분적으로 성공할지 몰라도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역사가 반드시 진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옛사람은 가고 새사람이 오는 것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터 시작입니다. 저항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카드를 들고 나온다면 현 정권 하에서 어느 정도까지 노무현 훼손이 이루어질지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것이 이명박 정부에 악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각 세력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일단은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확고한 목표와 검찰, 경찰 등 도구를 가진 정부가 약간은 유리해보입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그들의 승리공식이 이번에도 성공할지 아니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두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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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30 02:45
수정 아이콘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잠시 막을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촉의 멸망을 막지는 못했던 것처럼, 죽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디까지나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일 수 밖에 없는 일이지요.
09/05/30 03:01
수정 아이콘
기득권층은 언제나 체력 하나는 충분하니까, 세가 불리하면 몇달이고 숨죽이며 민중이 실패하기를 기다릴 수 있죠. 그리고 틈이 보이는 순간 바로 끝입니다. 이번 서거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추모의 감정도 들고 현 정권에 대한 증오심도 크게 들지만, 뭔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2002년 월드컵과 비슷한 식의 '내가 카타르시스를 좀 느껴야겠는데 마침 좋은 기회다' 라는 식의 접근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리콜한방
09/05/30 08:36
수정 아이콘
OrBef님//

첫째줄부터 셋째줄까지 전부 동의합니다.
이카루스테란
09/05/30 08:48
수정 아이콘
OrBef님// 저도 일부 동의합니다. 아무래도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시간은 정부 편입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한나라당은 이미 숨죽이기에 들어갔더군요.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릴 겁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순수한 추모의 마음으로 이번 기간에 참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느낌 점이 많다고 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천으로, 민주주의 가장 최소한의 의사표시인 투표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면 과욕이겠죠? 물론 저는 그러길 바라고는 있습니다.
09/05/30 09:14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일단 10월에 재보궐선거 있으니 기다려보죠~
09/05/30 11:22
수정 아이콘
OrBef님// 기득권층의 체력이 충분하다기 보다 비기득권층은 무언가를 지키기위해 싸워본 경험이 없어서 endurance가 부족한것 같습니다.

기득권층은 기다려봤고, 지금도 도전받는 각각의 사안에 기다리고 있고, 기다릴 의지도 있으니 기다릴 수 있는데,
기득권층을 공격하는 비기득권층은 개별적으로, 파편화되어 자신의 이익과 직접 결부되는 사안에만 달려들고, 연속성또한 부족하다고 봅니다.

싸움에서 이기는데 필요하며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있다고 생각됩니다.
09/05/30 12:10
수정 아이콘
cOsaiSo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카르텔을 유지한 수십년 세월을 우습게 볼 수 없죠.
하늘계획
09/05/30 12:13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역효과, 부작용의 고려가 우선되야 할 겁니다.
적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은 틈을 보이는 사건이나 시간일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수족을 잘라서라도 적장의 머리를 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군요.
어차피 그들에겐 포지티브는 물 건너갔고, 기회가 생긴다면 네거티브만 줄창 늘어놓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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