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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30 04:36:28
Name 이기적인남자
Subject [일반] 외면.
죄송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간혹 뉴스나 신문을 볼때마다 에휴 다 똑같은것들이

뭘 싸우고 난리야 라면서 나는 모르겠다 너희들 따위에게 관심같지 않겠다

라면서 외면 해왔습니다

선거는 거의 하지 않았고 했을때도 뭐 아는것도 없이 별 의미를 두지 않고 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FTA 다 뭐다 전 영화일을 해서 사실

스크린쿼터 와 관련해서 그를 믿지 않았었고 믿지 않았다기보다 앞에서 말한듯이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심도 없었던 주제에 스크린쿼터에 관련해선 그를 욕하곤 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박연차 게이트 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나라가 시끄러울때도

전 관심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이 나라에 이 나라의 정치에 전 관심이 없었습니다

누가 수사를 받던 누가 얼마를 받았던 검찰이 뭘 어떻게 하던 이명박이 뭔짓을 하던

당장 내일 제가 점심을 못먹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내일 저희 집이 없어지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내일 제가 하고 싶은말을 못하게 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내일 저 와 제가족에게 무슨일이 생기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내일 나라가 망하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당장 내일 저의 일상에 뭔가 변화가 생기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모른다고 했습니다. 외면 했습니다.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누군가가, 이렇게 죽어선 안되는 사람이, 이런일이 생길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하고 나서 저는 하나둘씩 나타나는 경찰의 허술한 초동수사 와

이해되지 않는 의혹들을 가지고 그것들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몇번의 댓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슨 자격이 있을까요...

제가 그 의 옛 동영상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자격이 있을까요...

어느 사이트에서 어떤분이 그분이 혼자 고통받고 당하고 있을때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왠 난리들이야 라는 글을 보고 고개를 들수 없었습니다

그 글을 쓴 분 그 자신은 어떤사람인지 그런것 따위는 알 필요도 없었습니다

바로 제 옆에서 저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너도 노무현을 죽인 사람들중에 한명이야 라고 말한다해도

저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몰랐습니다.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이 나라를 지켜냈고 내 아버지 어머니가 이 나라를 가꾸어 왔고

제가 그런 나라를 살고 있고 앞으로 제 자식들이 살아갈 이나라를 저는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나라의 누군가는 저의 자유를 위해서 제가 이 나라에서 여태껏 잘 살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인생을 바쳐 싸우고 있었다는것을 몰랐습니다

이런식으로 이렇게 가서는 안되는 분들이 있다는것을 가시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무관심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그 들이 저같은 사람들에게 원했던게 바로 그것 이었겠지요

무관심 했습니다. 외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그 작고 어린 그 의 손녀들을 도저히 고개를 들고 볼수가 없습니다

그 들이 시간이 지나고 더이상 할아버지를 이세상에서 볼수 없다는 사실을 알때가 올것입니다

그 때에 저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에서 여태까지의 세월들을 도대체 뭘 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신경쓰기 싫다고......그런식으로........

더이상 이렇게 살아가지 않겠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든 변하는것은 없을지 모릅니다

세월지 지나 몇년뒤 몇십년뒤 이맘때쯤 TV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방송이 나올때

제 자식들에게 국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가신분이라고 조금이라도 제 자신에게 떳떳하게

말해줄수 있도록 살겠습니다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죄를 지었습니다 이 나라에 외면 한 죄 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저를 뭐라고 하지 않는 죄 입니다

제 평생 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잊지않고 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것도 어쩌면 그 죄에 조금이나마 자기위안을 삼으려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이런글을 쓰는 이유는 제 스스로에 다짐입니다

이 글을 제 스스로 삭제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여러사람들이 읽을 이 글에 저는 책임을 지며 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글을 쓸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pgr21 과 이곳의 많은 회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소주가 다 떨어졌습니다

담배를 한 대 피워야 겠습니다

모두 새롭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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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베라트롤
09/05/30 05:04
수정 아이콘
저도 마찬가지네요..
아니 저는 오히려 마음속으로는 계속 노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하나 몸을 움직여 실천한 것이 없습니다.
지금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지요
09/05/30 05:26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담배는 피지 않지만, 소주는 잘 못 마시지만...
맥주라도 마시면서... 오늘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레스베라트롤님// 말씀 그대로 저도 노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하나 몸을 움직여 실천한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고작, 오늘 시청광장에 한번 가본 것이 전부일 뿐...

이제 날이 밝아 오네요.
그분을 떠나보낸 마음을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단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네요.
불멸의저그
09/05/30 08:55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님 말씀대로, 당장 어려운 것 없어서, 아쉬운 것 없어서, 모른체 했습니다. 외면했습니다.
또한 아주 익숙했습니다. 전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되어서, 검찰에 불러가는 것이 뭐 대수냐?
감옥 가면 어떠냐? 저렇게 생쇼하다가 몇달 못가서 다시 감옥에서 나와 잘 살거야..
적어도 우리 서민보다는 잘 살겠지? 이런 생각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랐습니다. 그 분이 의지한 것은 돈, 권력, 측근, 계보가 아닌, 국민, 일반 국민이였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국민이 무엇라고 하든, 전혀 개의치 않던 전임 대통령과는 너무 틀리게,
항상 정치인들에게 왕따였던 그 분은 국민마저, 네티즌마저 외면하자 더이상 살아있을 가치를 못 느꼈을 것입니다.
희망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죄송합니다. 그분께 정말 큰 빚을 진 기분입니다. 부디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그윽염소
09/05/30 12:59
수정 아이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이번 1주일동안 수백번 맘속으로 다짐한 것은 그 분을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은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살아오셨습니다.
그분이 이루고자 했던 가치, 만들고자 했던 세상 절대 잊지 않고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과 정치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하겠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마음 편히 우리를 지켜보세요... 당신은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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