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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9/05/24 10:18:23 |
Name |
어둠팬더 |
Subject |
[일반] 분향소는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
벌써 어제인가요?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접한 소식에 하루종일 정신이 멍했습니다.
'현실부정'이라는 수업시간에나 들어봤던 현상이 저에게도 찾아오더군요.
지난밤, 분향소를 가려고 몇 번이나 옷을 입었다 벗었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향소를 갈 수 없었습니다.
아직은, 분향소를 갈 수 없습니다.
원망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하셨지요.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분을 같은 세상에 있지 못하게 만든 누군가에게도,
그분의 말을, 행동을 믿지 못하던 누군가에게도,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지지하고 응원했던 나 자신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끓어오르는 슬픔, 분노, 한 사람에 대한 순수한 존경의 마음은 모두 갈무리해 놓겠습니다.
좀 더 현명해지겠습니다.
좀 더 용기있어지겠습니다.
그 분이 그렇게도 만들기 원하셨던 세상,
우리가 그분을 보며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서 작지만 천천히 노력하겠습니다.
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이 온 후에
그때서야 봉하마을 뒷산에서,
피지 못하는 담배이지만, 함께 클라우드 나인을 피우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저는 아직 당신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을 보내드린다면,
'그래도 아직 희망있는 대한민국'이라고 더 이상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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