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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3 23:19:41
Name Papilidae
Subject [일반] 시청 앞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시청 앞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

분향소라고 말을 할 수나 있을까요?

전국에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뉴스에 나올 때마다 소름이 끼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였을 시청 앞 분향소를 보고 온 후로 말입니다.

높임말로 바꿔 올릴만한 기력도 없어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옮기고자 합니다.

혼자 읊조리는 반말체인 점 이해 바랍니다.


------------------------------------------------------------------------------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되었고,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다음 대통령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내려온.

그가 어떤 사람이다. 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자들은 입을 다물어라.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지금의 사람들을 보면 안다.

누군가의 죽음이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굳이 물어 무엇하겠는가.

적어도 가시는 길. 꽃 한송이, 향 하나쯤은 피워드리고 싶었다.

종각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

청계광장은 이미 전경 버스들로 모두 막혀있다.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그냥 눈물만 났다.

시청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는 길에 잔뜩 서 있는 경찰들.

그 분을 추모하기 위해 향하는 발길들을 막기 위해 서 있는 그 사람들은 웃고 떠들기에 바쁘다.

소름이 끼친다.

누군가에게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나누러 오는 곳이 그들에게는 장난과 웃음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것이.

분향소를 찾았다.

노상에... 사람들이 다니는 노상에 조그만 테이블 하나, 손으로 쓴 글씨, 신문을 찢어 붙여놓은 사진.

내 눈을 위심했다.

죄인이 죽어도 이렇게는 안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는데... 그런 분인데 제대로 된 분향소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 노상에서라도 사람들은 하나씩 하나씩 분향을 하고 간다.

꽃은 쌓여만 간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뺨에 자꾸 흘러내리기만 한다.

시간이 지나 현수막이라도 붙이고, 사진이라도 바꿔놓은 분향소가 마련이 된다.

여전히 노상에 마련되는 분향소.

큰 소리에 대한문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여전히 버스로 막혀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친다.

살인 정권은 물러나라고. 그 분을 살려내라고...

이렇게 알음알음 찾아온, 버스 틈을 헤집고 들어온 사람들의 외침은 결국 그들에겐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들은 목놓아 울다 길을 막아선 경찰들에게 원망의 외침을 하는 사람들을 채증해 갔으며

그 노상의 도로 옆에서 웃고 떠들었으며

전경들은 구호까지 외쳐댔다.

청계광장에서 들었던 한 커플의 대화가 머릿 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 불편하게 왜 하필 오늘 같은 주말에 그랬대?'

...

당신이 목숨을 버려가며 하시고자 하는 말씀은 알겠으나,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으나,

정말이지 힘이 나질 않는다.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크게,

이 나라에서 태어난게 실망스럽고 후회가 된다.


------------------------------------------------------------------------


한가지만 첨언 합니다.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상황이 허락하신다면 분향소에 한 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그 초라한 분향소가... 그 초라한 분향소마저도... 제대로 허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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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3 23:22
수정 아이콘
그 커플 처참하게 깨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09/05/23 23:23
수정 아이콘
'아... 불편하게 왜 하필 오늘 같은 주말에 그랬대?'
....아직 민주주의로 향해 가기에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연애보다 중요한걸 놓친거 같네요..

이러한 무관심한 정치...한 국가의 대통령이 서거하셨는데..남일인듯 생각하는 모습
참 개탄스럽네요. 조선시대로 치면 '한 국가의 왕'이 서거 하신건데요.

이게 정말 민주주의 사회인지 궁금합니다.
09/05/23 23:25
수정 아이콘
'청계광장에서 들었던 한 커플의 대화가 머릿 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 불편하게 왜 하필 오늘 같은 주말에 그랬대?'

아~~너무 하군요,,

그래도 각자의 판단이니 어쩔수 없지요.
저두 마음이 아프네요..
분향소라도 갈수 잇다면,,
김민규
09/05/23 23:25
수정 아이콘
그 커플 처참하게 깨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2)
관심좀
09/05/23 23:27
수정 아이콘
깨지길 바라진 않고 그냥 둘이 멀리 무인도 가서 조용하게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09/05/23 23:28
수정 아이콘
그 커플 처참하게 깨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3)
09/05/23 23:29
수정 아이콘
그 커플 처참하게 깨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4)
09/05/23 23:29
수정 아이콘
깨지길 바라진 않고 그냥 둘이 멀리 무인도 가서 조용하게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
꺼지세요.
서정호
09/05/23 23:32
수정 아이콘
그 커플은 자신들의 한 말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까요??

주둥이는 함부로 놀리는 게 아닌데 말이죠.
동트는 새벽
09/05/23 23:34
수정 아이콘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저는 참 싫습니다. 오늘만큼은 정말 싫습니다.
저 역시 지난 몇년간은 그러지 않았나 싶어서 괴롭고 부끄럽습니다. 하아.. 참으로 모진 하루입니다.
자유인바람
09/05/23 23:34
수정 아이콘
씁쓸하네요.
정지율
09/05/23 23:35
수정 아이콘
그 커플 오래오래 잘 사귀기 바랍니다.

그런 무개념한 사람들이 깨져서 다른 개념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딱 싫거든요. 무개념 짓거리를 쌍으로 하면서 천지사방팔방욕먹고 다니라죠.
나코루루
09/05/23 23:35
수정 아이콘
노무현 대통령때문에 무한도전 못 보게 됐다고 땡깡부리는 인간도 있는 세상인걸요..
정신 나간 사람이 생각보다도 많아서 요즘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노다메구미
09/05/23 23:36
수정 아이콘
눈물이 저절로 흐르네요. 너무 슬퍼요.
09/05/23 23:36
수정 아이콘
율님// 일리가 있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저런 개념없는 사람을 만난 개념있던 분들도 개념이 사라지고.. 무섭군요.
나코루루님// 제가 다니는 다른 커뮤니티에도 그런 글이 몇 개 올라왔었습니다. 정말 가슴아프고 머리아픈 일이지요.
lotte_giants
09/05/23 23:39
수정 아이콘
훗날 깨닫겠죠..자신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을 했는가를.
09/05/23 23:42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평생솔로 되야죠
정지율
09/05/23 23:51
수정 아이콘
EZrock님//저런 무개념한 것들이 솔로부대에 입성해서 나 외로워요 징징징하면서 다른 사람들 괴롭히는 것도 밥맛입니다잉. 지들끼리 지지고볶고 개념없이 살면서 욕먹고 살라 그래요.
길위에서
09/05/23 23:56
수정 아이콘
저는 아버지께 광주사태때 아버지는 뭐하셨어요 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한 숨을 내쉬며... 당시 부산에서 근무하던 교정직 공무원이라.. 마음만 아팠다고 하시더군요.

저 커플도 언젠가 자식에게 같은 물음을 받을 날이 있을 겁니다..
09/05/24 00:02
수정 아이콘
깨지길 바라진 않고 그냥 둘이 멀리 무인도 가서 조용하게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3)
화이트푸
09/05/24 00:02
수정 아이콘
커플 이야기에 입에 담기 힘든 쌍욕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 짜증이 나네요..귓샴뱅이라도 한대 날리고 싶네요

분명 저런 커플은.. 투표도 안하고 놀러갔겠죠? 분명 그럴겁니다.. 아니라면 절대 저런 말을 할 수가 없지요...

Papilidae님// 힘드셨을텐데 푹 쉬시길 바랍니다.
물빛의 비
09/05/24 00:24
수정 아이콘
오늘 하루...몹시 슬프고 쓸쓸하네요...
유유히
09/05/24 00:57
수정 아이콘
논어 위령공편이 갑작스레 생각납니다.

"군자는 자기에게 구하고, 소인은 사람에게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군자는 뜻대로 안되는 일을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반성과 노력을 거듭한다. 그런데 소인은 자기 실력과 노력보다는 남의 힘과 도움에 의해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연 간교한 술책과 아첨과 원망과 조바심으로 밤낮을 보내게 된다.

그분은 군자셨습니다. 지금 조문하는 사람들을 막는 쥐의 무리들은 당연히 소인이 되겠지요.
우울합니다. 우울합니다. 우울합니다.
09/05/24 01:37
수정 아이콘
분향소 옆에 MB퇴진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러지는 맙시다. 순수한 마음으로 가신분의 명복을 비는 자리에 정치적 색을 입히는 거,,
이거는 어떤 정치세력이던, 누구든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맘이야 그러고 싶지만 이런 자리까지 MB퇴진 서명을 받는등의 정치적 행위는 오히려 반감만 조성할 뿐이라 생각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장료문원
09/05/24 02:07
수정 아이콘
길위에서님// 광주사태라니요... 그럴 의도가 아니시라는 건 알지만 수정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단어는 볼때마다 소름이 끼치네요.
창작과도전
09/05/24 03:0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엔 수십개의 시청이 있습니다. 시청이면 당연히 서울시청을 지칭하는건가요? 이런거 제대로좀 표기합시다. 대한민국에 서울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요.

광주사태라...

5.16일날 컬투쇼를 들으니 5.16 혁명이라고 부르더군요.
루이스 엔리케
09/05/24 03:53
수정 아이콘
아니 어떻게 조문조차도... 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는건지. 이게 민주주의 국가인가요? 이명박은 정말 개만도 못한것같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죽어서 꽃한송이 조문하러온 국민을 전경을 투입해 막을수가 있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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