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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7 11:3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에 토를 달아 죄송하지만 찰리 파커는 드러머가 아닙니다. 색소포니스트죠. 위플래쉬에 자주 언급되고 또 심벌즈를 맞은 일화때문에 드러머인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설적인 재즈 색소폰 레전드입니다. 트럼펫에 마일즈데이비스라면 색소폰에 찰리파커와 같이 말이죠. 재즈 하는 사람들끼리는 악기 구분없이 실력있는 뮤지션을 리스펙 하기때문에 다른파트여도 위화감없이 예로나온것이고 실제로 앤드류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드러머는 버디 리치입니다.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대중성은 대표곡들을 꼽아볼때 살짝 부족하지만 화려한 테크니션으로써 모던 드러밍에 미친 영향력은 역대드러머중에 탑입니다. 현대드러머들에게 (락,재즈 쟝르 가릴것없이) 가장 존경받는 드러머중의 한명이죠. 앤드류가 빠른 드러밍에 집착하는 이유도 사실 버디리치와 같이 드러밍의 새역사를 쓰고 싶었던게 아닐까? 마 그리 생각하며 봤습니다.
15/03/27 11:51
찰리 파커가 드러머가 아니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저는 당연히 드러머인줄... 저의 빈약함이 여기서 또. 풀썩.
핸드류가 즐겨 듣던 드러머였든 버디 리치와 플렛처가 얘기하던 찰리 파커를 동일인으로 착각했었네요. 재즈는 완전 문외한인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5/03/27 11:36
천재성을 갖지 못한 (적어도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하진 않는) 사람이 천재가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선을 다하라 라는 말은 좋은데 최선이란 단어가 사실 불명확하죠. 극한의 광기가 아닌, 나름 합리적인 또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요? 영화를 보며 생각하던 화두입니다. 광기가 아닌, 합리적인 최선(?)으로도 가능하다고 아직도 믿습니다.
15/03/27 12:20
사실, 천재성이라는 타이틀은 사후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떠한 성취를 보고 환원해가는 것이죠. 서태지는 자기가 학교를 때려친 것을 합리적 선택으로 이해하더라고요. 자기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학교에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그래서 부모님께 끊임없이 어필하고 설득했다고 하더라고요. 설득을 위한 가출 감행 등. 그것도 일종의 광기의 한 형태일까요?
15/03/27 14:03
아마 그사람이 대기만성형 천재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수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결국 어떤 성취를 해내는 사람은 천재가 될테고 성취를 해내지 못하면 천재가 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15/03/27 11:39
잘 읽었습니다.
위플래쉬에 관한 평중 가장 와닿았던 글이었던거 같아요. 나는 플레쳐/앤드류와 아버지의 삶 중 어디즈음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하네요. ps.찰리 파커는 드러머가 아니라, sax....
15/03/27 12:24
얼마전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그렇말을 올렸더라고요.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나는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어요. 어렸을 적에는 자신이 가치있다고 믿는 것에 대해 순수한 열정(배타적인 열망으로)으로 마꾸 뛰어들곤 했는데, 나이가 드는 이것저것 고려하게 되고, 또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아간다는 생각에 완만해지고요.
앤드류가 19살이 아니라 39살이었으면, 플렛처도 별수 없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어쩌면 그것이 더 건강한 삶을 주었을지 몰라도.
15/03/27 11:57
위플래쉬가 담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논의는 참 활발한데
이 영화가 가진 영화만의 미덕이랄까요. 그런 지점에 대해서 다루는 글은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스타일 측면에서 더 장점이 많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이 언급되는 것이 참 반갑네요.
15/03/27 12:26
저도 영화라는 매체를 분석적으로 비평할 만큼 이해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상 영화에 대한 것은 인상비평에 가깝고, 제 일기를 쓴 거예요. 영화적 특성을 조목조목 분석하는 글들을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5/03/27 12:2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플래처 행태를 '예술혼'을 가장한 '광기'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자의 죽음을 애써 포장(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아닌 자동차사고)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폭력성을 '제자의 음악성을 끄집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들은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원론적인 윤리적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도 플랫처를 좋은 교사로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볼 때, 많은 사람들은 '성공'을 명분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반윤리적 교사라는 낙인을 찍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이런 논쟁거리될 수 있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담아냈기에 '위플래시'가 정말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
15/03/27 12:33
맞아요. 다만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학창시절에 만나는 선생님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을 때리죠. 하지만 플레처는 반대예요.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음악적 성취를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상대에게 집착하죠. 물론 그의 폭력적인 방법론에 대한 윤리적 비평은 가능할 거예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참 아이러니했던게 저러한 선생님을 극도로 혐오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면서도, 한계를 뛰어 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예술적 욕망이 공존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음반들 중에도 그러한 극단적인 자기 학대를 통해 이룩한 음악들도 있고요.
사실 같이 영화를 본 선배는 이 영화를 굉장히 혹평했어요. 그 형은 "예술적 성취라는 명목 아래 폭력을 정당화하는 영화"로 보더라고요.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했는데, 한편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봐요.
15/03/27 12:51
예. 저는 이 영화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쪽일 뿐아니라, 주제의식과는 상관없이 영화를 표현하는 방법(연출, 촬영, 조명, 음악)이 대단해서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15/03/27 13:32
맞아요. 제가 영화 테크닉 쪽으로는 별 식견이 없긴 한데, 그래도 연출이나 촬영, 조명, 음악 등도 좋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뿌듯함은 영화기 때문에 가능한 전달 방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수의 콘서트나 음반 혹은 소설이나 그림으로는 전달 될 수 없는 방식의 감명이었거든요. 매체 간 우위의 문제가 아니라, 매체적 특성의 차원에서요. 참 좋았어요.
15/03/27 14:11
정말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건 촬영과 편집이었는데요.
주인공 앤드류를 쫓는 것같은 카메라워크로 인물의 동선을 옥죄고,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감정의 진폭을 규정해서 끊임없는 긴장감과 불편함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음악만 시작되면 반복적인 클로즈업을 뮤직비디오처럼 온갖 감정을 쏟아내듯 악기와 악기를 연주하는 손과 입을 탐미적으로 훑으면서 만들어낸 것이 이게 바로 영화라는 매체의 강점을 극대화했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
15/03/27 12:37
이 글도 역시 열린 결말이군요...
그 선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광기를 통해 긍국의 경지에 올랐을까요? 아니면 그 광기에 잠식 당했을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5/03/27 13:34
플렛처가 없었기 때문에, 광기는 방황하다 흩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래서 그 선배랑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데, 그 선배도 나도 인간관계가 넓지 않았고 서로 겹쳐지는 관계가 좁았기 때문에, 지금은 닿지가 않네요.
여전할지, 흩어졌을지, 궁금합니다.
15/03/27 13:54
제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고시를 하던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바닥은 다들 한번씩 공부에 있어서 전성기가 있었던 사람들간의 경쟁이니, 더이상 보통 재능과 노력으로는 눈에 띄지가 않아요. A는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한다더라. 그럼 B는 11시간. C는 12시간. 어떤 사람은 밥먹는 시간이 아까워 아침을 폭식하고, 점심을 두유로 때우고 밤 12시에 집에돌아가 저녁을 먹으며 하루 14시간을 넘게 공부해요. 시험이 다가올 때즘 다들 모여서 밥을 먹다보면 10시간 공부하던 A와 B는 허리디스크에 걸렸고 , C는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서 헛구역질을 한시간동안 해대고, 어떤 사람은 시험 한달전부터 먹기만 하면 구토를 해서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더군요.
더 잘하고싶은데, 더 걸게 없다면서 할 수 만 있다면 시험출제위원에게 섹스라도 한번 해주고 합격하고 싶다며 농담을 하던 그 시절이 영화를 보면 생각이 나더라구요. 마약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마약을 구했겠죠. 원래 배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판을 잡기 위해 더욱 많은 베팅을 하게 되니까요. 결국 10시간하던 A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높은 성적으로 합격하더군요. B는 A에게 10시간밖에 안했기 때문에 떨어진거다 라고 혹평하던데요. 그 시절,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가학적 폭력행위를 가하는걸, 사람들은 열정 혹은 높은 재능이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앤드류가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편집되었다는게 너무 아쉬웠네요. 이게 열정이라고? 이래도, 이렇게까지해도 이게 열정으로 보인단 말이야? 열정이 아니라고? 그러면 이 카라반 연주는 어때. 이래도 이게 무의미한 가혹행위야? 라는 질문이 더 선명했으면 서사적으로도 정말 매력적이었을 것 같은데.
15/03/27 15:25
그랬었군요. 저는 국문과 출신이라 동기들이 공무원 준비를 많이 했었죠. 대부분 이후의 행방을 모르고, 가까웠던 한 친구만 주기적으로 만납니다. 그 친구도 합격을 하기까지 거의 2년의 시간을 칩거의 삶을 살았죠.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친구도 가족도 거의 만나지 않는 삶을 살았어요. 같이 만나던 친구들의 모임이 있을 때 종종 그의 고시원에 가기도 했는데, 담배 한대 같이 피는 정도 이외의 시간은 내어주지 않았죠. 친구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은 하고 싶어서라기 보단 생존 때문이었는데, 다행이 지금은 그 목표를 달성하고 그럭저럭 지냅니다.
앤드류의 아버지는 앤드류가 광기의 연주자가 되길 원치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카라반 연주를 하는 경의적인 모습을 보고도 걱정스러운 표정만 짓죠. 반면 플렛처는 희열을 느끼고. 관객의 입장에서 카라반을 연주하는 앤드류를 보면서 쾌감을 느꼈는데, 만약 내 아들이 저렇다면 심정이 또 다를 것 같아요.
15/03/27 14:54
정성스런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하나만 딴지를 걸자면, 극중에 자살한 선배의 이름은 케이지가 아니라 케이시 (아마도 Casey)로 들렸던것 같네요.
15/03/27 15:26
오, 그렇군요. 사실 이 글에 나오는 한글표기명은 네이버영화의 표기를 따른 것이랍니다. 생각해보면 '케이시'에 가까웠던 것 같긴하네요.
15/03/28 17:17
비록 플래쳐가 결코 '각성'을 위해 앤드류를 무대위에 올리지는 않았노라고 굳게 믿는 입장입니다만... 그래도 말씀하신 내용들은 상당히 공감가는 것이 많습니다.
영화는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영화의 감상들이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본 사람들사이의 대화가 불편했죠. '필요악', '내 안의 잠자는 열정', '현대교육은 천재를 만들 수 없다', '천재만이 천재를 알아본다' 류의 대화들이 튀어나오면서 어느 정도 서로 공감한다고 생각되던 사람들 사이에 날카로운 대립점을 만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서로의 교육관, 혹은 세계관을 알 수 있게 해준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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