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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3 13:18:00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국가 원로 공신조차 두들겨 맞고 딸을 뺏기던 고려 원강점기 시대
충렬왕과 공주가 황제에게 바치려고 양가 집 딸을 뽑을 때 홍규의 딸도 뽑혔는데, 권세 있고 벼슬 높은 자에게 뇌물을 주어도 모면할 길이 없었다. 이에 한사기(韓謝奇) 더러 딸의 머리를 깎아 비구니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의논하자, 화가 홍규에게 미칠 것이라고 만류했다. 


홍규가 듣지 않고 딸의 머리를 깎아 버리자 그 말을 들은 공주가 대노해 홍규를 가두고 가혹한 형벌을 가했으며 가산까지 몰수했다. 또 그의 딸을 가두고 국문하자 딸은 자기 스스로 머리를 깎았을 뿐 부친은 정말 모른다고 진술했다. 


공주가 땅바닥에 끌어내려 쇠 채찍으로 마구 때리게 해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끝내 굴복하지 않았다. 재상들이 홍규는 나라에 큰 공을 세웠으니 작은 죄를 무거운 형벌로 다스려서는 안 된다고 건의했고 중찬(中贊) 김방경(金方慶)도 병든 몸을 이끌고 나와 간청했으나 들어주지 않고 바닷섬으로 유배보냈다. 얼마 뒤 홍자번(洪子藩)이 극력 청해 가산은 돌려주게 하였으나 노여움이 아직 풀리지 않아 그의 딸을 원나라 사신 아쿠타이[阿古大]에게 넘겨버렸다.


─ 고려사 홍규 열전




1. 홍규는 고려 원종 대에 무신 집권자인 임유무룰 제거하고 왕정을 회복시킨 공신이자 국가의 최고 원로 중 한명


2. 그런데 그런 홍규의 딸 마저도 원나라 황제의 공녀로 끌려가게 되는데, 홍규가 가지고 있는 인맥과 제물을 써봐도 전혀 벗어날 길이 없음


3. 딸을 아끼는 홍규가 궁리 끝에 문신이었던 한사기에게 "차라리 딸의 머리를 밀어서 비구니로 만들면 어떻겠느냐" 고 묻자, 한사기는 "그러다가 황제와 왕을 능멸한 죄로 홍규 자신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고 만류했으나 홍류는 결국 딸을 비구니로 만듬


4. 그러나 그 행동을 전부 꿰뚫어 본 제국 공주가 국가 원로인 홍규를 잡아다 고문하고 가산을 모조리 압수함


5. 원로의 자식인 홍규의 딸도 끌려와 채찍으로 두들겨 패면서 고문했으나 딸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내가 한 일이고 아버지는 관계 없다" 고 부정함


6. 보다 못한 재상들이 홍규가 나라에 끼친 공훈이 얼마인데 이렇게 대우할 수는 없다며 만류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고 바닷가 섬으로 유배 됨


7. 홍자번이 적당이 달랜 끝에 가산은 다시 홍규 집안으로 돌아갔지만, 끝내 제국공주의 화가 풀리지 않아 그 딸은 원나라 사신에게 물건처럼 넘겨짐.




이 사신은 나중에 원나라 황실의 권력 다툼 중에 죽었는데 아마 그때 홍규의 딸도 죽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홍규 정도 국가 원로도 딸을 공녀로 가는걸 못 빼서 이렇게 되는걸 보면 원간섭기 고려에 씌어진 몽골의 장막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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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
15/02/13 13:23
수정 아이콘
이런걸보면 원강점기를 가지고 그래도 원에 멸망안당하고 부마국으로서 나름 위치를 차지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걸 보면 전혀 이해가 안가죠.

솔직히 다른 나라에서 원 최대 영토라고 하고 고려를 원과 같은 색으로 칠해도 할말 없는 수준인데 말입니다.
카롱카롱
15/02/13 13:32
수정 아이콘
같은 색이죠 사실 --; 다른 왕조-중국의 관계가 형식적 사대로서 황제의 봉신이라면
고려는 실제로 봉신이니...옜다 하고 심양왕도 던져주기도 하구요...
발롱도르
15/02/13 13:43
수정 아이콘
말안듣는다고 고려왕을 강제로 압송하고 다른 고려왕을 세우고 그랬으니....
카롱카롱
15/02/13 13:28
수정 아이콘
제국대장공주면 쿠빌라이칸의 딸이니, 어쭈 감히 몽고에 충성한다고 하고 개겨?...
사실 고려에서 서열 1위는 충렬왕이 아니라 제국대장공주겠네요 --;;

크킹으로 따지면 나머지 왕국령은 지방관파견인데 비해
고려만 왕작위 가지고 있는 봉신...
복타르
15/02/13 15:12
수정 아이콘
으아아 크킹 용어를 다 이해하는 내 자신이 무섭네요.
오늘부터라도 크킹을 끊고 빅토리아를 해야겠어요.
ohmylove
15/02/13 13:32
수정 아이콘
무신정권처럼 끝까지 원에게 개기는 게 나았을까요 아님 이렇게 항복하는 게 나았을까요
카롱카롱
15/02/13 13:36
수정 아이콘
항복해야죠. 그나마 항복을 적절하게 해서 한반도가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
15/02/13 17:56
수정 아이콘
그때 항복 안 했으면 징기즈 칸이 말한것처럼 수레바퀴보다 큰 놈은 모두 죽여라가 고려땅에서 벌어졌을 겁니다 (...)
Shandris
15/02/13 13:3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홍규의 사례는 뭔가 본보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충렬왕때 처음 오기 시작한 원나라 공주는 단순히 시집을 온게 아니라 거기서 고려 조정을 감시하는 상전의 위치였다는걸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었을테니...홍규가 원로라지만 원종 때 40도 안 된 나이로 한 번 벼슬을 버렸던걸 보면 권력을 쥐었던건 아닌거 같으니 본보기로는 적당한 대상이었을테고요.
홍승식
15/02/13 13:56
수정 아이콘
칸국(汗國)과 고려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고려는 아들 대신 딸에게 준 땅일 뿐이죠.
당연히 몽골제국의 영토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겨울삼각형
15/02/13 15:42
수정 아이콘
칸국 : 몽골제국 안의 독립세력
고려 : 원나라에 복속한 후 정치적 독립을 보장받음

칸국들은 거의 원나라와 경쟁관계입니다.
킵차크 칸국 : 징기스칸의 장남 주치의 아들인 바투 후손 (역설사 계층으로 골든 호구)
차가타이 칸국 : 징기스칸의 차남 차가타이 후손
오고타이 칸국 : 징기스칸의 삼남 오고타이(몽골 2대칸) 후손
일칸국 : 징기스칸의 막내아들 툴루이의 아들 홀라구(몽골 4대 칸인 몽케칸의 동생)의 후손 (역설사 계층으로 일 호구)

특히 몽케칸 사후에는 대칸 자리를 놓고 쿠빌라이와 아르크 부케 (둘다 톨루이의 아들)이 서로 경쟁을 벌여서 결국 중국쪽을 차지한게 쿠빌라이 칸이고, 아르크 부케쪽은 몽골 평원을 차지합니다.(킵차크 칸국 차가타이 칸국쪽은 아르크 부케를 지지했죠)

이때 고려가 항복합니다. 쿠빌라이에게요. 이 사건 자체게 쿠빌라이에게 힘을 싣어주는 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쿠빌라이가 고려의 독립을 약속한 세조구제.. 때문에 고려는 부마국으로서 정치적인 독립을 보장받습니다.

위에 칸국들과는 상황이 다르죠.

큰 몽골제국으로 보면, 원나라 + 4칸국 모두 포함되고, 고려는 원의 종속국이라고 봐야하죠.
원과 칸국은 서로 뿌리는 같지만 서로 견제하고 전쟁하던 독립세력입니다.
홍승식
15/02/13 16:17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고려는 4칸국에도 못 미치는 거군요. ㅠㅠ
이치죠 호타루
15/02/13 14:10
수정 아이콘
(닉이 닉인지라 이런 말 하기가 좀 어색하긴 합니다마는) 일제강점기와 비교해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백성들 입장에서는 힘들었을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정동행성 간섭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부마국(?) 시절이라고 해야 할지, 이거 참 뭐라고 해야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원로 공신조차 저런 대접을 받았을진대 일반 백성이라고 오죽했었을까요... 물론 여몽전쟁 40년 항전의 기개와 자주성을 위한 노력은 찬양받아 마땅합니다만 그 40년 동안, 그리고 그 이후 대충 백 년 정도 되나요... 그 동안 짓밟혔던 민초들의 삶은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근데 또 이렇게 쓰자니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들의 논리를 쓰는 것 같아서 영 께름칙하고... 정말 이래저래 비극의 역사라고 할 수밖에 없네요.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해지는 주제네요.
구밀복검
15/02/13 14:23
수정 아이콘
뭐 어려운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역사적으로 자주 볼 수 있는 '백성과 군사들을 살리고 국가의 최소한의 안위를 보전하기 위한 빠른 항복'이라는 것이 그래서 발생하는 것이겠죠. 이런 것에 원칙적인 정답은 없으며,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티레브
15/02/13 16:51
수정 아이콘
그래서 누군가는 그 흔한 민란도 제대로 일어나질못했다고 했었죠
15/02/13 18:13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정말 백성들 입장에서는 힘들었겠지만, 그것도 살아있으니깐 힘든거지
만약 항복 안하고 그랬으면, 진짜 모조리 죽었을지도;;;;;;
라이트닝
15/02/13 14:13
수정 아이콘
사실 저시대에 왕이나 대신들이나 다 변발하고 몽고식 복장하고 있었는데 고려말기 그린 사극에서 왜곡한거죠.
몽고치하의 고려가 자주독립국가라면 만주국도 일제의 괴뢰정부가 아니라 자주독립국가겠죠
열역학제2법칙
15/02/13 14:14
수정 아이콘
겨우 벗어날라치니 홍건적에... 왜구에...
15/02/13 18:10
수정 아이콘
그러다가 함흥 출신의 활 잘쏘는 아저씨가 나타나는데..
발롱도르
15/02/13 14:3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일본원정을 간것도 여몽연합군 이 아니라 그냥 몽고군이라고 해야 맞는게 아닐지...
겨울삼각형
15/02/13 15:45
수정 아이콘
일본원정갈때 고려군이 따라간건 사실이니까요.

직접적인 전투 병력을 보낸것도 있지만, 그 보다 더 힘들었던게 원정군을 먹일 군량조달과 군선제작이었죠.
하지만 불어라! 카미카제~
발롱도르
15/02/13 15:5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게 연합군의 개념이 아니라 몽고군에 종속된 개념아니었나요?

일본군이 중국을 칠때 만주군을 데리고 가는 개념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되는데..
겨울삼각형
15/02/13 16:04
수정 아이콘
만주국은.. 정말 전형적인 괴뢰정부죠.
황제인 푸이를 비롯한 만주족 출신들에게는 아무런 힘도 실권도 없었습니다.
모두 일본인들이 장악했었죠.

만주국 = 일본 관동군 주둔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만주국 최고 실권자는 관동군 사령관)

고려가 원나라에게 항복한 후 부마국의 지위에 머물렀다고 하더라도,
고려 정부 자체는 고려인들이 꾸려나갔죠.
그 중심으로 친원파의 대표격인 기철 같은 사람들이 판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별빛달빛
15/02/13 17:13
수정 아이콘
위키피디아인가에서 원나라의 영토를 지도상에 표시할 때 한반도에 빗금을 치던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묘하게 같은 지도인데도, 위키피디아 언어에 따라 한반도에 빗금을 치는 경우가 있고, 아예 원나라와 같은 색으로 칠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한국어/중국어는 전자, 영어/일본어는 후자)
15/02/13 18:11
수정 아이콘
요즘 이승한씨의 '혼혈왕, 충선왕'을 읽고 있는데 이 내용이 딱 나오는데, 공교롭네요 흐흐흐흐

책을 읽다 보면 몽골에게 그야말로 온갖 능욕을 다 당하지만, 만약 항복하지 않았으면 온 백성이 싸그리 다 죽었을 것 같습니다;;;
카라쿠라마을
15/02/13 18:45
수정 아이콘
지금 이 시대에도 몽골에 대해서 반감정이 들어야 하는데 몽골 관련한 기사들 댓글 반응들 보면 반감정을 가진 댓글들은 1개도 없더라구요 그나마 역덕후들은 알고있다보니 약간의 반감정은 있는데 말이죠

사실 일제강점기보다 더 심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우리나라도 1000년후면 일제강점기에 대해서 인식이 변할지 궁금하네요
15/02/13 19:05
수정 아이콘
천년까지 갈 필요없이 그냥 쫄딱 망하면 반감이 크게 없어질 겁니다.
루크레티아
15/02/13 19:51
수정 아이콘
지금은 우리가 몽골보다 잘 사니까요.
몽골이 우리보다 잘 산다면 '예전에 우리 선조들의 피를 빨아서 나라의 기반을 다졌다' 라는 말이 나왔을 지도 모릅니다. 일본에 대한 현재의 반감도 결국 일본이 너무 강대국이라 그런 겁니다. 미국이 올림픽 작전 실제로 수행해서 일본인을 거의 씨를 말리다시피 하면서 일본을 아주 개작살을 내놨다면 일본이 몽골 수준으로 못 사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미워하는 마음보다 컸을 지도 모르죠.
15/02/14 08:48
수정 아이콘
몽골 원정가는 아자씨들이 오히려 선조들이 당한것 이상으로 갚아주고 온다는 느낌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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