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중에 마음에 어느 것으로 하시겠어요?"
"아..아니요. 그냥 좀 더 볼께요."
아직 확신이 없나봅니다.
저는 새 물건을 구매할때 특이한 버릇이 있습니다.
한 물건을 사기로 고민하기 시작하면 난 수십분동안 그 코너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폰을 꺼내어 인터넷 검색도 하곤 합니다.
다양한 의견, 후기들을 들여다보며, 한편은 그 코너 주변을 끊임없이 맴돕니다.
그리고는 다양한 상상을 해봅니다.
그 물건을 사서 내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과연 나에게 어울리는 물건인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참다못한 점원이 다시 묻습니다.
"손님, 뭐라도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조금 더 볼께요."
그런 제가 어지간히도 답답했나 봅니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을 보내다가, 끝내 결정을 내립니다.
들어갈 때 빈손이였던 저는, 여전히 빈손으로 가게를 나옵니다.
사고는 싶지만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이미 가진것보다 탁월한 물건이지만, 지금 가진걸로도 부족함은 없었습니다.
물건에도 애착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헌것이 새것으로 대체되는 것은 기뻐할 일이고, 더 나은 것을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되묻습니다:
"나는 과연 헌 것을 그 가치가 증명될 정도로 충분히 사용했을까?"
물건을 새로 살때마다 항상 되묻고 있는 문제이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같은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있는것 가지고나 잘해야지... 너무 욕심부렸네..."
빈손으로 나오지만, 마음만은 채워진 느낌입니다.
헌것에 대한 애착이 갑자기 가득해집니다.
오늘은 그것으로 어떤 새로운 것을 해볼까.
생각해보면 아직 그것으로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물건이 사명을 다하도록 하는것이 사물에 대한 애착이자,
지불했던 대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헌것을 새것으로 대체할 날이 옵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올 때에는, 기왕이면 기분좋게 헌것을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충분히 좋은 녀석이니 잘 이뻐해 달라고.
이래보여도 처음의 나에겐 과분한 물건이였다고.
하물며 사물에게도 이런 애착을 가지는데,
경쟁사회 속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은 사물만이 아니어 보입니다.
한 사람이 보여준 것이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고 느낄때 우리는 급하게 그 사람을 내치기도 하고,
자신의 기준과 맞지 않다고, 그 가치를 다 보기도 전에 더 나은 대체자를 욕심내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람은 더 발전하는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게 궁극적으로는 맞는 것이니까요.
다만 때로는 그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합니다.
2~3시간 만남만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판가름하는 소개팅 이야기가 절대 아닐겁니다. 아마도.
카메라 캐비넷속에 계속 증식해가는 렌즈를 당분간 그만 사기로 결정한 이야기도 절대 아닐겁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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