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2/12 17:14:42
Name 오리꽥
Subject [일반] 뒤늦은 결혼식 후기
안녕하세요 회원님들. 이제 조금씩 추위가 물러가는지 햇빛이 찬란한 오후입니다.

그동안 연애 또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피지알 회원님들의 조언도 구하고 하다가
덜컥 결혼해버린 오리꽥입니다. 결혼을 작년 9월 27일에 했으니 벌써 헌신랑이네요.

결혼식을 하면서 얼른 신행 다녀와서 피지알에 후기 남겨야지~ 했는데
제가 타임머신이라도 탄건가요? 벌써 2월 중순이네요...
나이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하는데 제가 느끼는 체감시간은
꼬꼬마시절 방학때 저녁 6시에 시작하는 만화를 기다릴때와 비교하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기는 일기장에...류의 가벼운 글입니다. 더불어 지금 상당히 심신이 고달파 잠깐 업무를 쉬면서 적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27일. 드디어 결혼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업무가 바빠 신혼여행 짐도 못챙기고 맞이한 날이었죠.
결혼식장은 두세군데 돌아다녀보고 결정했는데 우리 부부의 조건은 1.맛난 식사 2.편리한 주차&교통
딱 두가지였습니다. 다행히 두 조건을 충족하는 웨딩홀을 골라서 계약을 했지요. 주례가 없는 결혼이었습니다.
제가 결혼식 사회와 운전수 노릇을 많이 해봐서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사실 사회나 운전을 해주는 친구는
결혼을 한것도 아닌데 당사자들과 비슷하게 피곤하고 시간을 많이 뺏기고 더군다나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에서
지인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서 사회는 모 업체를 통해 개콘 출신 개그맨이 해주셨습니다. 친절하게 가수도 데리고 와주셨네요.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주례가 없어 어수선 할 뻔했는데 매끄러운 진행으로 굉장히 유쾌한 식이었습니다.
전 평소 3mm 투블럭 상태인데 저보다 머리를 못만지면서 어머니한테 수고비까지 뜯어간 원장님만 빼면요.
밥도 맛난 편에 속했습니다. 전 오후 4시에 식을 올렸는데 윤달때문에 이미 점심시간은 예약이 꽉 찼고
저녁때 하고 싶었는데 그 시간도 없어서 4시에 했습니다만 식 끝나고 얼추 이른 저녁먹는 기분이 나더라고요.

결혼식이 끝나고 전날 밤에 샀던 커플룩으로 환복하고 여친...아니 마누라(마누라는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 씁니다)는
그동안 참았던 욕구를 풀러 미용실에 갔습니다. 제가 3미리 투블럭으로 머리를 고정하는 것처럼 마누라는 단발로 고정입니다.
마누라 미용실 간 동안 주변에서 술먹는 지인들에게 인사 좀 하고 둘이 같이 호텔로 갔습니다. 다음날 일찍 공항버스를 타야
했거든요. 그리고 결혼한 분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바로 축의금 세기를 했습니다. 크크크.
보통 축의금을 친구들은 직접 줘서 마누라랑 같이 몇시간 동안 돈을 세었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네요.
제 이름으로 들어온 (어머니께 드린) 축의금과 비슷한 액수에 손이 덜덜덜... 마누라한테 으쓱했네요.
그 돈들은 다음날 공항 ATM기로 다 저장해놓고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귀국한 것 같은데 벌써 2월이네요.

2013년 빼빼로 데이날 저녁먹다가 한 프로포즈 이후로 결혼식 하는 날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시간도 빨리 갔습니다.
젊은 나이에 홀로 되셔서 아들 둘을 잘 키워주신 어머니에게 참 감사하기도 했고 싸우기도 했고 이해를 못하기도 했고
술먹고 들어가서 붙잡고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장남이기도 하고 사회에서 돈을 벌다보니 그 젊은 나이에 8남매의 막내딸로
외할아버지 무릎위에서 커오신 어머니의 노고와 사랑을 결혼준비 하면서 새삼 느꼈거든요. 별다른 기술도 없었고 사회물정도
모르시고 하반신장애를 가진 시어머니와 시동생과 시누이 둘 시조카들까지 다 공부시키고 대학보내고 시집장가 보내신
어머니 은혜는 제가 나이가 먹을 수록 위대하게 느껴져서 감정적으로 많이 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결혼준비 과정에서
이해되지 않았던(제 기준으로는) 여러가지 시어머니의 모습에 더 많이 싸우고 이해하고 토라지고 했었지요. 지금도 종종
그러긴 하는데 저희부부도 어머니도 처음해보는것들이라 점차 좋은 방향으로 익숙해지겠죠.

행복이란 감정이 어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고된 야근을 끝마치고 조심조심 씻고 이불로 쏙 들어가면 자다말고 여보 오셨어요~ 말하고
다시 드르렁 드르렁 코골며 자는 마누라 얼굴을 보며 스르륵 잠들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런데 피지알 글쓰기할 때, 이미지는 어떻게 올리나요? 다른분들처럼 글쓰다가 이미지 하나 딱 나오고 다시 그 밑에
글 쓰고 뭐 그렇게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네요. 다음에 글을 쓰게 된다면 뒤늦은 신혼여행기가 되겠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영혼의공원
15/02/12 17:19
수정 아이콘
이제 얼마후면
고된 야근을 끝마치고 조심조심 들어가는데 자녀가 놀다가 버려둔 레고를 밝고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오리꽥
15/02/12 17:22
수정 아이콘
아...아직은... 그런 고통이 없어 행복을 느끼고만 있습니다. 크크
카스트로폴리스
15/02/12 17:43
수정 아이콘
전 솔직히 걱정되는게...인간 관계가 좁아서...........결혼하면 제 손님은 한 5명 정도 올 거 같은데;;
부모님 하객들은 꽤 될텐데 비교 될거 같고...
참 전 상관없는데 걱정입니다 벌써...ㅠㅠ
결론은 부럽습니다........
오큘러스
15/02/12 17:54
수정 아이콘
그래도 꾸역꾸역 멀리서도 찾아와주어 자리를 채워주는 옛친구들을 보면서 아 이제라도 챙겨야겠다 생각이 들죠
카스트로폴리스
15/02/12 17:57
수정 아이콘
저의 인간관계가 크크크크
고등학교때 까지는 거의 혼자 놀았고...군 전역 후 졸업할때 까지는 여자친구랑만 놀고 해서...참 친구가 없네요...ㅠㅠ

올해 말이나 내년쯤 할려고 하는데..걱정입니다 크크크크크
터져라스캐럽
15/02/12 18:09
수정 아이콘
ㅠㅠ저도 회사사람들 제외하면 다섯명이나 될까 모르겠네요...
거기다가 대구에서 경기도로 올라와서...ㅠ
15/02/12 18:14
수정 아이콘
다른 사람의 눈이 걱정되시는 거라면,
어차피 결혼식 할 때 하객 수가 얼마가 되느냐는 중요치가 않습니다. 어차피 누구 하객인지 구분도 안됩니다.
그거말고 친구 및 직장동료들과 같이 사진을 찍는 타임에 내 뒤에 몇명이나 서있느냐가 중요한거거든요.
근데, 이게 어지간히 친하지 않으면 지인 입장에서도 굳이 그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찍기가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바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결혼하실 때 반드시, 주위 사람들에게 바로 밥먹으러 가지말고 사진을 꼭 찍고 가라. 내가 확인할꺼다. 라는 식으로 농담반 진담반 말해두는게 좋습니다. 안그러면 아주 돈독하지 않는 애매한 관계에선 그냥 결혼식할 때 입장하는거보고 조금 보다가 밥먹으러 가버리거든요.
그마저도 없을 것 같아 걱정이시라면, 지금부터라도 만드세요. 결혼하실꺼면 직장 있으실테니 동료들만 조금 포섭해도 차고 남습니다.
오리꽥
15/02/12 18:29
수정 아이콘
부모님 하객분들이라도 많으시니 카스트로폴리스님 사진 찍을 때 있을 지인들 만들면 되겠네요. 올해 말이나 내년 정도면 사진 찍어 줄 지인들은 충분히 만드실 수 있을거에요.
리멤버노루시안
15/02/12 18:52
수정 아이콘
본인 하객 별로 없는 결혼식 많아요.
원래 결혼식은 부모님 행사라고도 하죠.
준우만세
15/02/12 19:24
수정 아이콘
오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결혼 기념일이 우선 같고..저는 2008년 9월27일
저희는 처음 만나서 데이트 한 날이 빼빼로 데이였는데 ^^;;
오리꽥
15/02/12 20:12
수정 아이콘
2008년이라... 그때의 전 뭐랄까... 정신없이 일만 하던 솔로였죠. 크크
윤주한
15/02/12 19:41
수정 아이콘
{}
오리꽥
15/02/12 20:13
수정 아이콘
뭔지 잘 모르겠으니 그냥 하나만 올려야겠네요. 크크크
롤하는철이
15/02/12 20:38
수정 아이콘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그저 부럽네요 ㅠㅠ
오리꽥
15/02/17 16:10
수정 아이콘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유부초밥
15/02/13 16:21
수정 아이콘
그 전주 (9/20) 에 결혼한 사람입니다.

결혼식은 너무 정신없어서 잘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그저 신혼여행 다시가고싶네요
오리꽥
15/02/17 16:11
수정 아이콘
저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신혼여행...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6532 [일반] 월세유세윤/엠버/장기하와얼굴들의 MV와 참소녀의 티저가 공개되었습니다. [10] 효연광팬세우실4119 15/02/13 4119 0
56531 [일반] 제목만 같은 외국곡-가요 노래 List5 [7] 삭제됨2774 15/02/13 2774 1
56530 [일반] 나쁜여자 전성시대 [76] 에일리10363 15/02/13 10363 5
56529 [일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후기 (노스포) [63] 카슈로드7251 15/02/12 7251 2
56528 [일반] 이완구 대권주자론 [59] 손오공10025 15/02/12 10025 0
56527 [일반] 삼십대의 연애상담. [10] 헥스밤9139 15/02/12 9139 9
56526 [일반] 뒤늦은 결혼식 후기 [17] 오리꽥6802 15/02/12 6802 2
56525 [일반] 라디오스타 원맨쇼를 펼친 라스 MOM [27] 발롱도르14568 15/02/12 14568 1
56524 [일반] 땅콩 리턴 조현아 징역 1년 선고 [65] 어리버리10204 15/02/12 10204 1
56523 [일반] 저의 스마트폰 변천사 주저리 주저리. [41] 콰이어트나이트5503 15/02/12 5503 1
56522 [일반] 미국 시장에서의 iOS vs Android... [28] Neandertal8494 15/02/12 8494 0
56521 [일반] 이완구 총리 청문보고서 여당 단독 채택. +@ [87] 동지10488 15/02/12 10488 0
56520 [일반] 나름 특이했던 직장생활기 (4),(5), 번외편 추가 [60] 삭제됨10216 15/02/12 10216 20
56519 [일반] 오늘은 FIFA랭킹이 업데이트 되는 날입니다. [20] 광개토태왕6874 15/02/12 6874 0
56518 [일반] 퇴사를 하려합니다. [83] SarAng_nAmoO14970 15/02/12 14970 8
56517 [일반] 상습적 악성 댓글…알고보니 현직 부장판사가 [62] 효연광팬세우실8884 15/02/12 8884 2
56516 [일반] 한심한 남자의 연애 이야기 2개 [5] 가치파괴자5082 15/02/12 5082 1
56515 [일반] 황우석 rises (초특급 떡밥 투하) [48] 곰주9706 15/02/12 9706 1
56514 [일반] TV조선 앵커 막말로 논란 [109] Dj KOZE15544 15/02/11 15544 9
56513 [일반] 가입인사 겸 2개월간 피지알 눈팅 보고 [56] 성기사는용사5178 15/02/11 5178 8
56512 [일반] 나를 바꾸는 과학적 방법 [82] 마스터충달18805 15/02/11 18805 54
56511 [일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기 [18] chamchI16072 15/02/11 16072 3
56510 [일반] 직무 vs 사람? 어떤걸 택하시겠습니까? [26] 삭제됨4376 15/02/11 437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