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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06 12:02:57
Name Life is just a joke
Subject [일반] 악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그의 진실
● 스탕네트 “악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001년에 독일에서 출간돼 지난해 영어로 번역된 베티아 스탕네트의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은 아이히만과 관련된 이 같은 아렌트의 명성에 직격탄을 날려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스탕네트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재판정에서 사형을 받지 않기 위해 가면을 쓰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그 연기가 실패해 죽음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아렌트는 그 연기에 속아 넘어갔다는 것이다.

스탕네트는 시기적으로 아렌트가 접할 수 없었던 자료들에 근거해 주장을 펴나갔다. 1990년대가 지나서야 공개된 수많은 자료들을 근거로 스탕네트는 전쟁 수행 중 아이히만이 단지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에 불과했다거나 전후에는 원래의 순진한 모습으로 지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아이히만은 나치 잔당들과 모임을 가졌고, 국가사회주의의 재건을 설계했으며, 1950년대 당시 독일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에게 서한을 보내 자신의 주장을 펴려고 했던 확신범이었다. 그는 토끼 교배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나치 전범 요제프 멩겔러의 친척 소유 공장에 취직했고, 딸의 남자 친구도 전범의 아들이었다.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남겨놓은 글들에는 공격 성향을 드러내는 욕설과 모욕적 언사가 넘쳤다. 그가 남긴 글들과 인터뷰 자료를 보면 그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추구했으며, 청년들에게 새 시대의 심볼이 되기를 원했다.

베티야 스탕네트가 90년대 이후 해금된 자료를 통해서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다만 한나 아렌트는 이 자료를 볼 수 없던 상황에서 그 나름의 조사를 했기에 폄하될 것 까진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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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dris
15/02/06 12:0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아이히만이 아니라 가상의 인물 A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랬으면 현실이 아니어도 꽤 의미있는 소설이었을테니...
Life is just a joke
15/02/06 12:06
수정 아이콘
실제 인물에 비해 그에 대한 환상이 큰 것은 제 3제국의 인물들에게 공통적이죠
요제프 멩겔레도 자기가 한 짓에 비해서 너무 거물로 평가받고 있죠
하심군
15/02/06 12:13
수정 아이콘
http://m.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3218&l=4137

이에 대조되는 얼마전에 타계하신 독일군 에이스 전차장 오토 카리우스옹의 생전 마지막으로 보이는 인터뷰입니다.

전쟁영웅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인터뷰였습니다.
Life is just a joke
15/02/06 12:21
수정 아이콘
근데 독일군으로서의 참전자는 그 인터뷰같은걸 걸러들을 필요가 있어서...이 분은 괜찮은데 상급자일수록 나는 죄없다능! 전부 waffen-ss하고 힘러 탓이라능! 이러는 경향이 심해요. 오죽하면 국방군의 신화=일본제국의 해군선옥론 이라고..
엘에스디
15/02/06 13:29
수정 아이콘
오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골드하겐 or 브라우닝의 책과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있나요? 아니면 아이히만만 다루고 있나요?
Life is just a joke
15/02/06 13:37
수정 아이콘
골드하겐의 주장과 정반대로 갑니다. 골드하겐은 대다수 독일인들도 학살의 공범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여기서는 아이히만 개인의 철저한 나치 전범 여부만을 따지니까요
지나가는회원1
15/02/06 13:57
수정 아이콘
한나 아렌트로 학위논문 쓰고 있는데.... 내 논문은 어디로 갈까 ㅠㅜ
삼공파일
15/02/06 14:32
수정 아이콘
"악의 평범성" 개념은 단순하게 시스템에 대한 비판 의식이 부재했다는 걸 지적하는 게 절대 아니고 하이데거 철학을 기반으로 한 아렌트의 정치철학에서 나온 겁니다. 아이히만을 보고 갑자기 영감을 받아서 얘기한 게 아니에요. 아이히만이 홀로코스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오해한 것도 결단코 아니고요.

어차피 아렌트에 대한 오해와 공격이야 그것에 대한 연구조차 수두룩할 정도니까 뭐 그러려니 합니다.
10년째학부생
15/02/06 15:10
수정 아이콘
악의 평범성이 어차피 아이히만 하나의 사례만으로 아렌트가 결론낸건 아니니 그 개념 자체가 문제있는건 아니죠. 다만 학계에서는 보편적 개념으로는 보지 않더라고요.
지나가는회원1
15/02/06 17:05
수정 아이콘
사실 이게 더 문제인거 같아요. 보편적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는게.... 그래서 반론이 매우 예상되는데, 이 일이 반론에 날개를 달아줄만한 일이라는 찝찝함까지도요.
삼공파일
15/02/06 19:09
수정 아이콘
"악의 평범성"은 Bad apple vs bad box 이론처럼 심리학적인 레포트도 아니고 아렌트 철학의 중요한 줄기도 아닙니다. 정치철학자로서 본인이 전개해왔던 소통에 대한 이론을 적용하면서 냉철하게 관찰한 결과를 대중잡지에 기고한 것이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출간되자마자 너무 논란을 일으켜서 아렌트는 거의 이스라엘의 적이 되고 책은 아직까지도 이스라엘에서 출판 금지일 거에요.
Life is just a joke
15/02/06 19:31
수정 아이콘
아렌트는 유대인이지만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논조를 이어왔죠. 홀로코스트는 설직히 하나의 산업으로 변질됬는데 유대인 자기들만 부들거리고...
삼공파일
15/02/06 20:09
수정 아이콘
정치철학자로서 아렌트는 이스라엘의 건국을 반대한다 찬성한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단순한 언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뭐 어쨌든, "아렌트와 이스라엘"은 이미 아예 고전적 주제가 되어버렸는데 워낙 정치적이라 아직도 민감하죠.

중립을 유지한 사람에게는 가장 뜨거운 지옥이 기다린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다른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철하고도 중립적인 관점으로 양심을 지킨 아렌트 같은 사람이 아직까지도 양쪽 진영으로부터 까이는 걸 보니까요.
라라라~
15/02/06 16:00
수정 아이콘
오히려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연기에 속았기 때문에 악의 평범함이란 탁월한 성찰이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체제에 순응한 평범한 인간이... 관료제의 타성에 젖은 평범한 관료가 도덕적 판단이나 사유능력이 마비된채로 권력이 제시하는대로 악을 수행하는 일은 나찌뿐 아니라 어느 사회에서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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