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말썽을 일으킨지는 꽤 되었다. 파이어폭스로 웹서핑이나 돌리는데, 가끔식 음악용 유투브를 돌리는데도
버벅거리기가 빈번하다.
뭐 사실 요즘 특별히 하는 게임이 없으니 상관이 없긴 하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가 임박한 [월드오브워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내 컴퓨터가 스타2나 디아3조차 힘겨워 한다는 준엄한 진실과 갈등을 일으켜 업글 혹은 교체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오산에 있던 시절 직접 알아보고 조립한 PC였건만, 세부 스펙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결국 뜯어보고야 말았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메인보드 : A770E3 고야
CPU : AMD 애슬론2 *4 630
그래픽카드 : GTS250 512MB
램 : 삼성2GB DDR3
파워 : FSP450-60
하드 : 500기가 시게이트
몇 제품을 네이버에 검색해 본바, 이제는 중고 각개로 1-2만원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내가 도대체 몇년도에 컴퓨터를 조립했지? 당시에 본체만 60만원은 줬던거 같은데..
2009년이나 2010년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산에서 공장에서 노가다 하면서 돈벌때 샀단 말이지. 근데 내가 도대체 언제 오산에 있었던 거지?
이 궁금증은 결국 집과 컴퓨터를 뒤져
나에 관련된 과거 기록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대학교 홈페이지는 비번조차 까먹어서 애를 먹였다.
서랍속에 오래 방치해 놓았던, 통장들과 구형 핸드폰들까지...
이게 다 컴퓨터 때문이었다.
2006년 6월에 나는 갓 전역을 했고 주차장에서 알바를 했으며 같이 일하던 여학생과 썸을 탔다. 물론 진도는 나가지 않음.
2학기에 복학한 나는 친구들이 거의 군대에 들어간 관계로 혼자 밥먹으며 학교에 다녔다.
2007년에 친구들이 많이 복학해 여러 수업-학점받기쉽기로소문난-을 함께 다니고, 1,2 학년들이 듣는 수업에 골라-재수강포함- 등록해
이른바 양민학살을 하며 당시 2학년 3등으로 장학금을 타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름 리즈시절일수도..
2007년 겨울에 그녀를 만났다. 나름 폐쇄적인 환경에서 보다 보니 정들고,
순수한 한사람의 여자가 남자로서 나를 인정해준다는, 좋아한다는, 믿는다는, 그 누구보다 친하다는
그런 감정이 그렇게 사람을 기쁘게, 업되게 하는지 처음 알았다. 세상은 당연히 몇 년 후 멸망해도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2008년에 그녀는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고, 나는 그저 대학교3학년이었다. 그래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고.
나의 학업집중력이 떨어진건지 본 실력이 뽀록난건지 더이상의 학점 대박은 없었다.
그때까지도 세상은 여전히 잘되어가고 있었다. 오직 그녀 때문에.
그녀의 시험이 결국 성공했으니 나도 꽤나 좋았다. 물론 나보다 높아진 그녀의 위상때문에 마음속 어딘가 후달리는 것도 같았지만.
2009년, 재정적 문제에 부딪혔다.
역시나 문제는 갑자기 터지는게 아니라 빤히 예상된 것이 확인되는 순간에 발생한다...
실력이 뽀록나 말라가는 장학금, 주섬주섬 하는 알바와 학자금 대출로 근근히 버티던
재정이 더이상의 과부하에 버티지 못할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1년간 돈을 벌어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할 자금을 마련하려는 프로젝트(라고 쓰고 인생1년 꿇는다고 해석)를 가동
처음에는 집근처 여고급식실에서-자세한설명은생략한다- 당시엔 높은 시급이었던 5800원을 받고 일했지만, 한정된 시간에
일한다는 것이 비효율 적이라는걸 깨닫고
단기간에 많이 일하고 돈을 많이 벌자! 는 취지에 갔던곳이 용산의 허름한 직업소개소
오산의 시작하는 중소기업(물론 파견 비정규직)에서 일을 시작했다.
오산에서 발안까지 출근길에 하늘을 뒤덮는 까마귀떼가 인상적이었고
맞교대로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고 다시 12시간 일하며
시급은 아마 최저시급이고 잔업과 휴일 근무할때 1.5배나 2배씩 뻥튀기.
당연히 휴일을 악착같이 일해야 고소득이 보장되었고
생각보다 일이 힘들진 않았고 시작하는 회사에서 같이 발전한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상장할지도 모르고 주식 사놓고 하면 돈깨나 번다는 말도 들었고
이런식의 다람쥐 쳇바퀴 일상에 내가 꽤나 면역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친과의 관계는 몸이 멀어진 만큼 멀어져 갔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사랑에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데... 경기도 오산에서 매일 하루12시간 일하는 내가 어찌 사랑과 관심을
그녀가 만족하도록 줄 수 있단 말인가? 서울가면 피곤하단 말야... 물론 난 그녀를 만날 기회를 한번도 마다 하지 않았다.
헤어지는 버스정류장 앞 로또가게에서
의미있는 숫자와 기념일로 로또 한장 사면서
서로 당첨될거라고 유난히도 허풍을 떨고 웃었지만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도 뭐, 그래도 오산에 뒹굴때 쉴때 몇시간이라도 뭘 해야 하지 않겠나 해서
뭐, 그때 다나와 최저가로 맞춘 컴퓨터.
뭐, 당시로서는 PC방 컴퓨터 못지 않았던 것으로... 와우에서 노스랜드를 뛰어다니고, 아바에서 탱크 밀고 다니던 때였다.
2010년 6월, 생산직에서 사무직으로 입사하라고 사장 동생 과장이 권유도 했지만, 드디어 오산에서 공장생활을 청산했다.
이후 까마귀떼는 다시 보지 못했다.
그녀와의 데이트와 컴퓨터 이외에는 돈을 거의 쓰지 않았으니
뭐, 학자금 대출도 다 값고 학자금 마련과 생활비 등 미래를 위해 1년 저축했다 생각했다. 그래 인생의 기축화폐는 역시 시간과 돈이다.
뭐, 1년 인생 세이브 한만큼 그녀와의 관계는 그만큼 멀어져 있었을 뿐이다.
2학기에 복학했지만 실력이 뽀록난 만큼 장학금은 어림도 없고 조용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예전부터 나를 능력과 스펙, 봉사심으로 포장에서 기업이 주인인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을 어필해야 한다는 개념이 싫었던 나는
(나는 상품이 아니라고)
취업이 아닌 인생의 건곤일척 승부를 위한 자격사 시험에 도전했다.
내가 그렇게 오산에서, 시험을 위해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을동안
그녀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나이, 경험,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 패션센스, 심지어 외모조차. 렛미인이 요기 있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이 나던날의 데이트에서
약 일주일전 싸운일(왜 싸웠는지는 기억안난다. 한두번 싸웠어야)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와 애무에 이은 다이렉트 사랑고백으로
감동시켜준날, 그녀가 울면서
우리는 연인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난 사실 그동안 틈틈이 다른 남자 만났거든. 미안해. 이제 그냥 제일 친한 친구로 지내.
이미 자존감이 땅속까지 떨어져서 그런지 다시는 그런 여자를 가까이 할 수 없었을거란 [정확한] 예감이 문제였는지
그 고백을 듣고도 어영부영 관계를 유지했다.
예전과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영화보고 밥먹고 수다떨고 가끔씩 같이 자고.
뭐 썸탔다고 하기도 그렇고, 나는 일종의 긴급상황에 유용하게 잘 써먹어 왔고 써먹기 무난한 감정의 스페어 타이어로서의 가치였을까.
뭐 아무래든 그때가 좋았다. 나에게도 그녀는 필수 타이어였으니.
그러나 1차시험 실패의 확정 이후 9월달 쌀쌀해지려는 어느밤, 완전한 이별을 고하는 문자를 받게 된다.
물론 나는 자존심도 없이 데굴데굴 구르며 매달렸지만
그녀는 스스로에게 약속하듯 가혹한 내용(주로 나의 무능함과 답답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만, 마지막은 자기 주변의 유능한 남자들과의 비교)으로 관계를 끝장냈고.
나는 다음날 더이상 공부를 하지 못했다.
작살나버린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하느라
비련에 빠져 멍하니 있으매
위장과 허파 사이에 커다랗고 뜨거운 공 같은게 항상 들어차 있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생각이란걸 하려면 다시 작살나버린 우리 관계에 대해
만약에 말이야, 이를테면 내가 시험에 촤라락 붙었다거나 혹은 집안에 돈이라도 많았다던가
그래 사실 난 대학원에 가고 싶었지 장학금은 아무나 받나 머리되고 적성되니까
근데 장학금이 확정되고 그때 그녀도 참 좋아했는데
뭐 대충 이런식의 알고리즘의 실연병으로 그해 추석까지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했다.
컴퓨터 사양을 알아보려고 이것저것 꺼내고 정리하다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의 성적표와 오산시절 적금 붓던 오래됀 통장,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그녀와의 추적이 담긴 작은 선물, 영화표, 스티커 사진들.
그리고 옛날 핸드폰들의 저장되어 있는 행복했던, 가혹했던 메세지를 다시 보고 말았다.
3년 반만에
다시 가슴속 뜨거운 공을 소환해낸 나는, 왜 그랬을까 후회하면서
지금 만난다고 해도 마냥 밉지만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방과실이지 아무렴.
이게 다 컴퓨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컴퓨터 사양이 이런데요,
2009년 이후로 컴알못이라
메인보드 : A770E3 고야
CPU : AMD 애슬론2 *4 630
그래픽카드 : GTS250 512MB
램 : 삼성2GB DDR3
파워 : FSP450-60
하드 : 500기가 시게이트
그래서 이정도 견적이면 재활용할 가치는 전혀 없겠죠?
팔까요 그냥 인터넷 용으로 누구 기증이라도 할까요?
월오쉽 풀옵으로 돌리려면 새걸로 어느정도 맞춰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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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만 아니라면 램 4기가로 늘리고 SSD 64기가 하나 달고 정도만 해도 충분히 쓸만하지 않을까 싶은데, 게임이 문제군요.
덧붙여 컴퓨터 내부 청소하고 메인보드와 CPU냉각팬이 정상 작동하는지도 확인해 보셨으면 합니다. 컴퓨터가 버벅이는데 청소했더니 잘 돌아가더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