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나이 이십대부터 본의치 않게 상을 봐 온 그녀는 요리를 참 잘 했다.
익숙치 않은 양식은 간혹 실수를 저지르곤 했지만,
대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익힌 그녀의 한식 솜씨는 가히 손에 꼽히는 최상급이었다.

신정과 구정에 그녀는 항상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자는 가족들을 깨워 떡국을 먹이곤 했다.
뽀얗면서도 맑은 사골 국물부터 적당히 말랑한 떡, 갖가지 색깔로 펼쳐진 고명이 어우러진
그녀의 떡국은 흠잡을 곳 없이 더할 나위 없었다.

희고 노란 지단, 잘게 다진 쇠고기, 김, 파, 그녀가 싫어하지만서도 색을 꾸리기 위해 곱게 채썰은 당근까지
그녀의 떡국은 참 정갈했다.
단 한가지, 그녀는 입 짧은 내가 김 고명을 싫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내 그릇에만 김을 올리지 않곤 했었다.

그녀는 네 그릇의 떡국을 차려두고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는 가족들을 새벽같이 두드려 깨워
졸린 눈으로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식탁에 앉히곤 식사를 했다.
웅얼거림으로 새해 인사를 전하며


입맛도 없는데 아침은 무슨,


하며 배부른 소리 하는 가족들을 그녀는


설날에 떡국은 챙겨 먹어야지,


하며 달래었다.
11월 김장철에 부지런히 담가 둔 그녀의 잘익은 김치를 곁들여 먹으며


한 살 더 먹으라고 굳이 퍼 먹이는 거야,


불평하면서도 잘도 우겨넣는 우리를 그녀는 빙그레 지켜 보았다.



이제는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김치만이
때도 놓쳐 묵익은 채 김치냉장고에 덩그러니 남았다.



지금은

김고명을 올려 주어도 불평없이 먹을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