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7월 바람 치곤 제법 시원해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올까 해서 잠깐 밖으로 나왔다.
휘적휘적 거리며 돌아다니는데 어느 담벼락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꽃이기도 했고 담벼락에 살며시 핀 모습이 너무 이뻐서 가까이 가 보았다.
꽃은 3송이가 피어있었고 모두 붉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 중 가운데 핀 한송이가 제일 모양이 크고 풍성한 잎사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 꽃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니 가운데 잎사귀 가운데 검은 점이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 신기하네. 꽃도 점이 있네.
잠깐의 만남이지만 이쁜꽃을 본게 특별하다 여겨 '점순이' 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곤 자리를 떠나려고 했는데 왠 꿀벌이 앵앵 거리며 날아왔다.
가려던 길을 멈춰서서 잠깐 더 바라 보았다.
꿀벌은 3개의 꽃송이 위를 붕붕 거리며 날아다녔다.
그리곤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가장 화려한 모습을 지녔던 꽃 위로 착륙하였다.
꿀벌은 조심스럽게 꽃송이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꽃송이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수차례 왔다갔다 거리다가 이내 결심한듯 꽃송이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서 그 꿀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꽃송이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지 애가 잘 날지를 못하였다. 날개짓을 푸드득 거리기만 하고 잘 날지를 못하니 이내 나는 것을 포기하고 6개의 발로 걸어 나왔다. 비록 날지는 못했지만 걸음걸이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 있어 보였으며, 위풍당당해 보였다.
꿀벌은 꽃송이 밖으로 다 나왔나 싶더니만 이내 뭣에 떠다 밀렸는지 다시 꽃송이 안으로 퍽 쓰러졌다.
뭔 일인지 싶어 다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한참이 지나서 다시 나타난 그 꿀벌은 이번에는 나는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였다.
6개나 되는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거의 기다시피 하며 꽃송이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꽃잎 위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그 꿀벌은 날개를 파드득 흔들더니 이내 날아 올랐다.
그리고 저 멀리 날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되돌아와 내 주위를 두어번 돌아대더니 다시 자기 갈길을 찾아 날아갔다.
날아가는 꿀벌의 뒷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는데
우아하게 날아가던 그 꿀벌의 날개짓은 파리의 그것과는 달리 경박하지 않고 우아했으며,
머리, 가슴, 배가 모난곳 없이 신체 비율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그리고 두 엉덩이에 봉긋 솟은 벌침이 유난히 길어 보였다.
꿀벌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난 '거리에서 보기 힘든 좋은 구경했네' 라는 혼잣말을 하며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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