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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9 12:47:35
Name 요정 칼괴기
File #1 220px_Sophie,_Duchess_of_Hohenberg.jpg (7.2 KB), Download : 56
Subject [일반] 오스트리아의 신데렐라


아래 눈시BBv3님 글에 묻어 가는 글입니다.

1차 대전의 원인이라고 일컬어 지는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 사건의 피해자 부부
그런데 이 부부는 호칭면에서 좀 특이했습니다.

남편 프란츠 페르디난드의 경우 정식 명칭이
오스트리아 대공 프란츠 페르디난드 폰 합스부르크(사실 그 스스로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오스트리아 대공이라서 이 칭호이고 황태자 칭호 자체가 대공은 아닙니다. 당시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동생이 오스트리아 대공이었는데 그의 아들인 프란츠 페르디난드가 이를 물려 받았죠)

그럼 아내인 소피의 경우에는
오스트리아 대공비 조피 폰 합스부르크가 되어야 했습니다만...

그녀의 정식 명칭은
호헨베르그 공작부인 조피가 되었습니다.

이유는 황가 사람과 격이 맞지 않는 백작가 여식이라서 황족의
재대로 된 아내로 인정 받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흔히 귀천상혼제라고 하죠.- 같은 랭크의 귀족 간 결혼이 아닌한 그들의 자녀는 둘 중 낮은 랭크의 작위를 물려 받는다.
단 결혼은 유효하다. 예를 들면 백작인 남자와 남작가 여자가 결혼하면 아이들은 서자가 아니라 적자입니다. 이게 첩이나
애인과 다릅니다. 그러나 백작가를 물려 받는게 아니고 백작가는 가까운 친척이 받고 아이들은 어머니의 가문인 남작가 사람이
됩니다. -

사실 이 결혼 자체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쓴 연애결혼의 산물이었으며
전 황태자 루돌프가 황실이 보기에는 진짜 천한 가문(정확히는 남작가문) 여자와
이미 가정이 있는 가운데 불륜을 저지르다가 결국 도주, 권총 자살해버리는 바람에
다시 천한 가문의 여식 때문에 황태자를 바꿀 수 없었기 때문에 황실에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로 루돌프 황태자 자살 사건은 당대에 엄청난 스캔들인지라 당시는 물론
현재에도 많은 매체에서 은근히 접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녀는 전 황태자의 피로 결혼에 성공한 오스트리아의 신데렐라였던 셈이죠.

남편의 사랑을 죽을 때까지 받았지만, 일단 당시 황실후계법에 의해 그녀의 아이들은 왕위 계승권이
없이 그냥 호헨베르그 가문을 물려 받아야 했습니다. -그것도 조피의 가문인 쵸테크 가문이 백작이라는
너무 낮은 랭크의 가문(?)인지라 그나마 황제가 하사해준 공작가문.-
귀천상혼 관념이 거의 없는 영국같은 나라로 보면 서자들이나 받을 대우였죠.
- 같은 시기 사람인 영국 조지5세 부인은 덴마크 자작가 딸인데 아들인 에드워드 8세나 조지 6세 모두 관계 없이
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황태자 사후 황태자의 조카-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세째 동생의 손자- 카를이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됩니다.

여기에 더해 황실에서는 그녀를 엄청 경멸했습니다. 공식석상에 남편 옆은 커녕 볼 수 없는 곳에서 위치해야
했고, 황실 인사들에게 왕따 당해야 했습니다.

덤으로 그녀의 신분 덕에 남편의 지위까지도 덩달아 하락했습니다.
물론 이건 한가지 이유일 뿐 실재로는 여기에 플러스 하여 너무나 급진적인 제국 개혁에 대해 보수파가
불안감을 가진 것도 있습니다. 여러 민족이 동등하게 정부를 구성하여 하나의 제국을 만드는 개념은
당시 제국의 핵심인 오스트리아인은 물론 헝가리 왕국의 권력집단인 마자르 지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거든요.-그들의 토지에 다수의 슬라브계 농민들이 소작하고 있으니....-

이 덕에 이 부부가 암살당한 직후 오스트리아에서는 [우리의 황태자가 죽었다] 자체가 중대사가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못났어도 우리나라 황태자가 죽었는데 제국의 위신을 위해 어떻게 보복해야 할까?]
이게 중대사였습니다.

그나마 남편 옆에 동등하게 묻은게 신기할 정도였는데, 그녀의 황실에서 차별 덕인지
약간 아래에 묻었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차별이 심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격동기에 신데렐라(알고 보면 애도 백작가 영애네요.) 이야기를 레알 실현한 그녀였지만
참 안습스러운 대우를 받다 죽음을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암살에 의해 죽어가던 그녀의 남편이 그녀가 죽고 나서
외친 말이 위안이 되려나요?

"Sopherl! Sopherl! Don't die! Stay alive for our children!"
조피, 조피! 죽지마! 아이들을 위해 살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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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씨
14/06/29 13:01
수정 아이콘
역시 천한(?)가문을 이기는것은 외모로군요.
14/06/29 13:05
수정 아이콘
이거 에피소드가 서프라이즈에서도 나왔습니다. 진짜 안스럽더군요
홍승식
14/06/29 15:50
수정 아이콘
황태자가 반할만 하네요.
Siriuslee
14/06/30 10:15
수정 아이콘
귀천상혼이라지만 그래도

왕 - 공작 결혼은 흔했습니다.
공작 - 백작 결혼도 많이 했죠.

당시 합스부르크는 오헝 2중제국의 황제 (그 전대에는 신롬황제) 가문이었기 때문에,
공작가문과의 결혼도 아니고 그보다 한급낮은 백작가문과의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것입니다.

참고로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동생인 오토는 작센가문의 딸과 결혼을 합니다.
(물론 당시 작센가문은 왕을 칭하고 있었긴 합니다만..)

결국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얼떨결에 오헝제국의 황태자가 되면서 결혼이 꼬인것이지,
원래대로 오스트리아 대공으로 남았다면.. 이 결혼이 이렇게 반대받을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중세시대 이후에 유럽에서 황제라고 불린 곳은, 비잔틴, 신롬, 그리고 신롬을 계승(?)한 오헝제국..
그리고 보불전쟁을 승리한 후 베르사유궁전(??)에서 황제를 선포한 제2독일제국 밖에 없습니다. (뭐 하나 더 쳐주자면 영국? 근데 이건 좀..)
눈바람
14/07/02 13:43
수정 아이콘
백작 영애 클래스도 천출 취급 받을 수 있는 거군요.
14/07/02 14:36
수정 아이콘
카트린느 드 메디시스도 공작 가문(메디치 가문) 여공작인데 앙리2세 하고 결혼할때 귀천상혼 아니냐 소리 나온거 보면...
제 생각에는 프란츠 요제프가 상속권 인정해 준다고 강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자기 아들도 아니고 하니 그냥 냅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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