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말
"아기고양이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는 존재는 어미 고양이이다."
조금 생뚱맞게 글을 시작하게 되네요.
위에 저 글에 대한 것은 글을 써내려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집사라면,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같이 생활하시는 분들은 이맘때 쯤에 큰 고통을 겪기도 하죠.
바로 겨울을 지나 날씨가 따뜻해지면 길고양이들의 출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보통 4월 말부터 이기 때문입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미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아픈 건 아닐까? 배가 고픈 걸까? 등등...
결국, 먹을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울음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런답니다.
고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발견하면 발견하는 대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방황 감) - 이건 현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돈과 시간 그리고 기를 수 있는 여건, 분양 같은...
발견하지 못하면 못 하는 대로
(내가 오는 사이에 어떻게 된 건 아닐까?) 라는 두 가지 생각에 야밤에도 잠을 못 이루곤 하지요.
올해 5월 10일 오전 6시 20분경
매일매일 하는 아침 운동 중에 아기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위에 말씀 드린 대로 저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니 뜻밖에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발견한 곳은 한창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기초공사 중인 지역의 도로가 흙 무더기였습니다.
다행히 새벽이라 차량의 통행이 적었던 관계로 멀찌감치에서 쪼그려 앉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는 말로 말씀드렸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가 최고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챙긴다고 해봐야 어미 고양이의 반도 못 따라간다고 전 생각하거든요.
보금자리를 옮기기 위해서 이동 중에 마지막 남은 아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쪼그려 앉아서 40분 정도 관찰했습니다.
아기는 죽어라. 우는데 어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군요.
더더구나 7시가 되자 포크레인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덤프트럭이 지나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은 기다릴 여유가 없어서 결국 안아 들었습니다.
아기는 생후 1주 정도로 보였습니다.
손바닥에 올라올 만한 크기였고 아직 두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품에 끌어안고 집까지 급히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일단 박스와 커다란 고양이 방석을 이용해 보금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박스를 사용한 이유는 아직 어려서 체온 조절을 못 하는 관계로 최대한 바람이나, 쌀쌀한 아침기온을 막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 몇 년 전에 2주 정도 되는 아기 고양이를 도로 주변에서 발견해서 결국 키워낸 경험이 있다는 정도였죠.
아이를 따뜻한 곳에 두고 보니 분유가 문제였습니다.
주말 오전에 동물병원 여덟 군데를 돌았지만, 역시나 문이 닫힌 상태였고, 1시간 이상을 헤매서 겨우 24시간 동물병원을 발견했지만
소위 진리라는 KMR분유는 없었습니다.
일단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분유를 구매하긴 했지만, 역시나 이 분유는 후에 설사를 유발하게 되더군요.
결국, 월요일에 잘 아는 병원을 통해 KMR분유를 퀵으로 배달 받고 나서 2일 후부터 아기 고양이를 설사를 멈추게 되었답니다.
사실 별일 아닌 듯이 글엔 짧게 적었지만, 아기고양이에게 설사는 큰일입니다. 경고 같은 거로 생각하시면 돼요.
그 작은 몸집에 설사하게 되면 순식간에 탈수증상이 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아침까지 제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르실 꺼예요.
가끔 아기 고양이 수유하는 사진을 보고 제가 기겁하는 사진이 있는데요.
바로 사람처럼 등을 대고 누운 상태로 젖병을 물리는 사진입니다.
이렇게 먹이면 분유가 기도로 넘어가기 때문에 절대로 하시면 안 돼요!
사람이 아니잖아요.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를 생각하시면 수유가 훨씬 쉬워집니다.
바로 배를 대고 엎드린 채로 머리만 살짝 들어 올린 상태로 수유하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마치 어미 고양이 배에 대고 젖을 빠는 아기 고양이를 생각하시면 한결 잘 떠오르실 꺼예요.
크기가 짐작이 가시나요?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가 10cm 정도 였습니다.
가장 쉽게 단순한 길이만 생각하신다면, 일단 마우스 정도 크기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어린 고양이는 이 시기가 참으로 힘든 이유가
4시간마다 수유와 배변유도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3주차가 되면 6시간 주기로, 4주차부터는 이유식과 함께 적당히 봐가면서 줘도 된답니다.
배변유도는 따뜻한 물에 젖은 손수건을 이용해서 엉덩이에 대고 중지로 '톡톡톡'하고 쳐주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응가의 경우는 조금 더 세게 쳐줘야 하지만, 절대로 엉덩이에 손수건을 문지르지 마세요.
생각보다 항문이 연약한 관계로 빨갛게 부을 수도 있습니다.
2주차 중반
제가 데려온 지 5일째에 두 눈을 모두 떴습니다.
아직 손톱, 발톱은 조절하지 못해서 여전히 나와 있는 상태에 귀는 똑바로 일어서지 않고 양옆으로 퍼져있습니다.
3주차입니다.
귀가 슬슬 커지고 있네요. 다리에 힘은 없지만 뽈뽈 거리면서 잘 다니게 됩니다.
여전히 손톱조절은 하지 못한답니다.
일단 집에 온 지 15일째가 된 아기고양이의 미모를 보시죠...
제 지인들은 심쿵을 모두 겪었다지요.
집에 온 지 21일째,
4주차가 끝나가는 꼬맹이입니다.
이제 혼자서 용변도 가리고 이유식과 함께 키튼용 건사료도 먹기 때문에 모든 걱정은 내려놓을 수 있겠네요.
문제는 저 시기부터가 소위 "캣초딩"의 시작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호기심이 생겨서 건드려 봐야 하고, 일단 입에 넣어봐야 합니다.
사고뭉치로 진화는 너무도 순식간이랍니다.
결국, 제 식구가 되었지만, 한 생명을 키우는 게 어느 정도인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실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나 월드컵의 결과로.... 또는 자신의 길이 너무나도 힘드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진을 보시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셨으면 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처음에도 말씀드렸듯이 아기고양이는 어미 고양이가 최고라는 점입니다.
어미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아기고양이에게 손을 안 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린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봤자, 피부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처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즉, 사람이 아무리 애를 써도 어미 고양이보다는 못하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혹시라도 아기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아기고양이가 우는 이유는 3가지로 축약할 수 있는데
1. 배가 고프다.
2. 춥다.
3. 배변이 마렵다.
입니다.
1,2,3 모두 했는데도 계속 운다면 배변유도가 덜 된 것일 수도 있으니 가볍게 한 번 더 해보시면 될 거에요.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잠으로 보내니까 쑥쑥 커가는 아가냥을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래엔 그냥 저희 식구가 된 아가냥 사진을 조금 더 올리고 맺기로 하겠습니다.
3주차때의 수유영상입니다.
귀를 주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