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싸이입니다. 중학교시절에 가입한 피지알이지만 10년도 더 넘어서 자게에는 처음 글 쓰네요.
직장인이 되면 피지알 안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크크 자게,유게,질게는 기본으로 요즘엔 추게 게시물 정독하는 일이 회사일의 낙입니다!
저는 이제 2년차 직장인입니다. 1년차 때 정신없이 보냈는데 이제 업무가 손에 잡히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니 저의 직장생활을 돌아보게 되네요.
처음에는 '부서장이 답정너일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질문게시판에 글을 쓰려 했으나,
쓰다 보니 글이 길어지고,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여러 피지알러분들의 경험담도 듣고 싶고 각양각색의 부서장을 둔 부하직원들의 성토의 장(?)을 한번 열어볼까 하여 자게에 글을 씁니다 흐흐.

아래는 저희 사무실 얘기입니다.
저희부서는 계약/회계 담당하는 부서입니다. 그런데 작년 여름에 인사이동이 나면서 부장님이 새로 오셨는데요,
문제는 이 부장님이 원래 주업무가 계약이나 회계는 물론 사무계열이 아니라 기술계열이 주 업무인 분입니다.
그래서 이분같은 경우에는 원래 상급 감독부서에 계셨는데, 짬이 차고 직위가 어느정도 되지만 위에서 밀려나서 일선 부서인 저희 부서로 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업무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업무내용상의 문제에 더해서 의사소통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사무실에 앉아 있는 하루하루가 고역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막 답답하기만 하다가 요즘들어서 이게 소위 '답정너'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우리 부장님이 어느정도 답정너인지, 몇가지 예를 들자면,

1.매주 월요일 아침 부서 회의시
부장: 이러이러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말해보라
직원A: 제 생각은 이러이러합니다
부장: 그게 아니고, 내 생각엔 그러그러하다
직원B: 제 생각에도 A의 의견이 좀 나을것 같습니다.
부장: 아니라니깐 왜 자꾸 그 얘기 하는거야!
직원C: (..) 그럼 저러저러하게 하는게 어떻습니까?
부장: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러그러해야 된다니깐?
(요 패턴이 직원 D,E,F... 무한반복..직원폭발 )
직원: 아니 그럼 어쩌잔 얘깁니까? 그럼 부장님이 원하는대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부장: 내가 원하는대로 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직원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하는건데 왜 목소리를 높이나?
직원들: ....(부들부들)..

그리고 회의의 끝은 항상 파이어됩니다.
이젠 회의시간에 아무도 말을 꺼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은 자기가 할 말 없으면 월요일 아침 회의 몇 분 전에야 '오늘 회의 없음'을 고지합니다.


2. 계약진행시
계약담당자: 이건 법령(또는 내부지침)상 이러이러하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부장: 그래? 아닌 것 같은데..난 계약업무 잘 모르긴 하지만, 저러저러하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계약담당자: (관련규정 들며 설명..)
부장: (이해못함) 아니야 저러저러하게 해도 돼.. 다른곳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
계약담당자: 아니 규정에 이러이러하게 하라고 나와있잖습니까!?
부장: 내 생각엔 아닌것 같아서 그러지..
(계약담당자는 다른데 알아본 결과 "당연히" 규정대로 하는게 맞음)
(부장 무언가에 열중)
부장: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이거봐, 찾아보니깐 저러저러하게 해도 된다 하잖아!
계약담당자: (네이버 지식인 답변내용 출력물, 개인 블로그 게시글 출력물 따위를 보며) ....(부들부들)...

2-1. 계약담당자로서는 규정을 어길 순 없기 때문에 상급 감독 부서에 문의를 하고, 규정에 나와있는대로 하면 된다는 답변을 얻어냅니다.
부장: (상급 부서에 전화를 건다) 000야, 나다. 그 계약 건 말이야..
감독부서 직원: 아 네 팀장님(저희 부장님이 그쪽에서 팀장이었습니다.) 그건 규정대로 하는게 맞습니다.
부장: 아니야 그건 자네 생각이고, 법이나 규정이란게 사람마다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는거잖나? 내 생각엔 저러저러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감독부서 직원: (설명합니다.10분,20분까지도 설명합니다.제발 이해하기를 바라는 심정이겠지요..)
부장: (담당자의 논리에 막히면) 규정이란게 항상 지켜야 하는건가? 급할때나 차 없을 때는 신호도 한번씩 안지킬 수도 있는것 아닌가!
감독부서 직원: ....(부들부들)...

2-2. 위 통화를 끝내고 나서, 계약담당자에게 다가오며..
부장: 참 답답하네, 그냥 저러저러하게 하면 될 것을 말이야. 규정이 어쩌니 하면서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계약담당자: (체념) 그럼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오더를 내려주시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부장: 아니 좀 기다려봐, 내 생각엔 규정이 잘못된 것 같은데.. 이거 정말 잘못된단 말야..
계약담당자: 그러니까 이러이러하게 하란 얘깁니까 저러저러하게 하란 얘깁니까
부장: 아니 이 규정이 잘못된 거라니깐!
계약담당자: 그러니까 부장님..규정이 잘못된든 어쨌든 간에 일은 진행시켜야 할 것 아닙니까.. 어떻게 처리합니까? 저러저러하게 합니까?
부장: 아니 근데 규정에 이리 나와있으니까..(어버버버)
계약담당자: 그럼 규정대로 합니까?
부장: 규정이 이상하다니깐...(어버버버)
계약담당자: ....(부들부들)...
옆에서 듣고 있는 다른 직원들: ...(부들부들)..

저희같은 경우는 다른부서에서 구매요청이 들어오면 구매계약을 진행해야 하는데,
부장님이 저런식으로 중간에 막아버리면 담당자는 요청부서에서 엄청 욕먹습니다. 결국 부장님은 업무의 특성상 회사일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저희 부장님은 위에서 보는바와 같이 기본적인 문해능력도 떨어지고, 논리력도 없고, 의사소통 능력도 수준 이하입니다.
저는 부장님과 직접 부딪칠 일은 많이 없어서 저정도로 당해본적은 없지만, 저런 대화를 옆에서 들을때마다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도 나름 멘탈이 좋은편이라 자부하는데, 요즘같이 날씨가 더워지고 저런일이 거의 매일, 매시간 일어나다 보니 버티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희 부장님 참 열심히 하십니다..한시도 가만 있지 않고 너무 열심히 일하세요..
...

아직도 생각나는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제 정신건강을 위해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피지알러님들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의 회사생활은 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의 부서장은 어떤 분들 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