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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8 19:13:38
Name aura
Subject [일반] 대학 연애 시리즈1-2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댓글이 달렸네요~
감사합니다.


- - -


조 편성이 끝나고, 각 조별로 모여 앉는다.
교수님의 몇 가지 당부에 이어 각 조별로 재잘거리는 소리 때문에 강의실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어색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어떤 주제로 어떻게 파트를 나눠 과제를 할 지 얘기가 오갔다.


물론 나는 재보다 잿밥에 정신이 팔려있어서 열심히 곁눈질로 그녀를 훔쳐보기 바빴다.


"다음 모임은 다들 언제가 괜찮으세요?"


대강 조별과제에 대해서 논의가 끝나자 그녀가 물었다.


"이번 주 지나기 전에 빨리 미리미리 했으면 좋겠는데. 곧 시험기간이기도 하니까요."


나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며 이번에는 조금 더 대담하게 대놓고 그녀의 눈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순간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다. 뭔가 말로 형용하기 힘든 짜릿함이 몸을 관통하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미리미리 하는 게 걱정도 없고 문제가 생겨도 고칠 시간도 있잖아요. 다른 분들은 괜찮으세요?"


그녀는 내 대답에 씩 웃어보이며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제안에 다른 두 사람도 이의가 없는지 조원끼리 전화번호를 교환한 후
이틀 뒤에 다시 모임을 갖기로 했다.


***


솔직히 조모임을 하면서 다른 조원들이 일이 생겨서, 아니 일부러라도 나와주지 않았음 싶었던 적은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앞으로 그걸 바랄 일도 없을 것 같고.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람에도 우리는 약속한 시간에 딱 4명이 전부 모이게 되었다.


다른 애들 얘기를 들어보면 조별 과제할 때 아예 잠적하거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애들이 비일비재한데,
어째서 우리 조는 이렇게 개념 가득 찬 사람들로 구성된 걸까.
개념 찬 조답게 조원들은 정말 과제에 전념했다.


그녀는 이틀 새 자기가 찾아온 자료를 노트북으로 보여주며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나에게는 그녀가 정리해 온 자료들보다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이 백열등 처럼 눈에 환하게 들어왔다.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는 밝은 외모처럼 사교성이 뛰어났다. 조별 모임을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려보니
자연스럽게 조원들끼리 호칭이 정리되어 있었다.


"음. 괜찮은 것 같은데?"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나로서는 당연히 그게 괜찮든 아니든 상관없다.
혹여 내 흑심을 들킬까 '음.'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집중 안하고 계시죠!?"


순간 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란다. 그녀는 셜록마냥 날카로운 관찰력의 눈빛으로 나를 스캔한다.
귀신같이 다른 데 정신 팔고 있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내가 관심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걸까?


"아니."
"맞는 것 같은데요?"
"아닌 것 같은데?"


골키퍼 처럼 그녀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선방한다.
몇 번의 이런 패턴이 오가고 그녀는 피식 웃더니 다시 과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이마에 땀이 삐질 흘렀다.
걸린 것 같다. 이크.



***


이 후로 몇 번의 모임을 통해 그녀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사교성이라면 그녀 뿐만 아니라 나도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소위 말하는 '심쿵'할만한 스킨쉽 동반의 장난을 쳐와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잘 받아 쳐 넘겼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오빠. 오빠."


뒤에서 다급한 목소리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그녀.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검지 손가락에 볼을 찔린다.


"어어?"


나는 못마땅하다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반대로 고개를 휙 돌린다.
그럼 그녀는 다른 검지 손가락으로 마저 남은 내 볼을 찌르곤 했다.
나중에 가서는 그녀가 어깨를 두드릴 때면 몸을 쭉 빼서 뒤를 돌아봤다.


다른 친구들이 아마 이 장난을 했으면 그냥 손가락을 잡아서 뿌리쳐 버렸을텐데,
이런식으로 그녀가 치는 장난은 아무리 식상해도 신선하고 설레였다.



***


그러나 단순히 과제를 위해 필요한 시간에 만나 그녀와 장난치며 과제하는 것은 내게 부족했다.
그냥 과제와 무관하게 톡을 해보기도 했다. 물론 그녀는 답장을 곧 잘 해주었지만 왠지 내가 그녀에게
귀찮게 구는 것 같아 자주 톡을 보내는 짓은 그만두었다.
스마트폰을 잡고 지지부진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보다 한 번 제대로 만나 진솔하게 얘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 사적인 약속을 잡아야 겠다.
마지막 조모임을 앞두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3편까지 가겠네요.. 후후 길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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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8 20:51
수정 아이콘
Pgr식 마무리 기대합니다.
14/06/28 21:48
수정 아이콘
pgr식 마무리 느므 삭막해요 ㅠ
뇌업드래군
14/06/28 21:36
수정 아이콘
아 이분 어디서 비슷한 글을 봤다 했더니 예전에 '카페-그녀' 글 쓰시던 분이군요..크크크
비슷한 글 더 연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많은건 못해드리겠지만 매번 조회수나 댓글은 드릴 수 있어요!!
14/06/28 21:4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문체가 아무래도 똑같나보네요. 흐흐.
쓰던건 클레임이 들어와서.. ㅠㅠ
재간둥이
14/06/29 08:30
수정 아이콘
대학생활이 오버랩 되어서 참 재밌구만요. pgr식 결말을 기대합니다~!!!!

전 탈pgr식이지만요 후후^-^b
야율아보기
14/06/29 10:46
수정 아이콘
Pgr식이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거 좋아요.
*alchemist*
14/06/29 12:22
수정 아이콘
글쵸. 저기서는 사적인 모임으로 가는게 정석테크트리죠.. 아아 옛날 생각난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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