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타입니당..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네요..
오늘 이석기 1심 판결로 인해 급 뜨거워진 피지알을 잠시 식히고자,
아라타가 어제 겪은 등산 이야기를 좀 들려드리려 합니다..
아라타의 본가는 경주입니다.
요즘 일 때문에 경주 본가에 가는 일이 잦은데,
거의 1주일내내 눈만 오던 경주에 오랜만에 화창하게 날이 개이고,
햇살도 너무나 좋고 하늘도 엄청나게 맑아서,
엄마아빠와 경주집 뒤에 있는 해발 100m(?) 될라나.. 완전 언덕같은 산에 가자고 꼬드겼는데,
결국 실패하고는 아라타 혼자 경주에 놔둔 등산화 신고 등산바지와 기능성 상의까지 갖춰입고는,
스틱 하나 손에 쥐고 야구모자 눌러쓰곤 등산가방을 짊어지고,
500mm 보냉병에 물 넣고 출발했습니다..
마당에 있는 복동이(개새끼)와 같이 가려고 복동이를 오뎅으로 회유하여 출발은 같이 했으나,
"복동아, 벌써 힘들지~?" 하며 뒤 돌아 본 순간,
오뎅만 쳐먹고 냅따 날라버린 복동이쉐끼를 뒤로하고 혼자 올랐습니다..
아까 혼자 가려는데,
엄마가 극구 말리면서 혼자가지 말라고.. 하시던 말이 막 떠올랐으나,
뭐 한 두번 가본 곳도 아니고,
그 산에 가면 100m 정상부근의 능선을 지날 때 있는 정승같은 소나무 숲이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나 보고 싶더라구요..
이 산(같지도 않는 산)은 정상이란 구분도 그닥 없고,
능선만 길~게 뻗어 마치 트래킹을 하듯,
능선을 따라 쭈~욱 걸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원래 등산로도 아닐 뿐더러,
그 산의 한 면을 목장으로 하는 곳이 있고,
아마 그 산에서 나무장작을 좀 해가는 동네 사람들이 있는것 같기도 하고,
산을 올라 산길을 따라 가다보면 군데군데 묘지들이 좀 많이 있어,
그 조상묘에 성묘하러 오시는 분들이 만들아 놓은 듯한 길을 따라 마냥 걸으면 되지요..
그렇게 집 뒷편으로 가서 넓디넓은 평야(가 있어요)에 놓인 시멘트 길을 따라,
그 산의 입구까지 걸어가서 입구에 올랐습니다..
근데.. 산에 오르자마자, 분위기가 싸~ 한게 음.. 대낮이어도 약간은 으스스 했었습니다..
공기부터가 바깥과는 다르게 약간 찬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오더군요..
바로 으스스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고딩딩한테 전화를 합니다..
"오빵~ 왠일이양 카톡도 없이 전활 다하공~??"
"바쁘냥? 전화할 수 있어?"
"넹, 난 집이야~ 노래듣고 있었엉~ 홍홍~ 어케이케 이뿌게 전활다한댕~??"
"내가 이쁘게 전화한거야?? 그케이뻥??"
"아구이뻐~~"
"......됐고, 오빠 지금 등산왔어 집 뒷산에.."
"아, 등산.. 난 노노.. 난 못함... 난 안함.... 산을 왜 올라?? 어차피 내려올꺼.."
"......또 됐고, 오빠 혼자 왔는데 우리 전화하장.. 지금 귀신 나올거같앵..."
"오빠빠, 요즘 신곡 나온거 알어?? 다들 완전 야해~"
아놕, 등산에 관한건 궁금하지도 않은지 멜론차트가 어떻고, 선미 신곡이 어떻고..
선미 비율이 어떻고 스텔라가 어떻고......
뭐 이런 얘기들 들으며 올라갔어용..
솔직히 이 길은 이곳이 입구는 맞지만,
출구가 어디쯤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 크지 않은 곳이라 그냥 이 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나가는 길이 나오는 건 알고 있었죠..
그래서 입구로 올라 누가 밟았던 길인양 그간 닦아져 있던 산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혼자 이 곳에 올라본 적은 없었고,
산 속 깊이 들어가면서 왠지 등 뒤가 싸...하고,
공기도 점점 더 차가워지고..
앞에선 꿩인지 까마귀인지 내가 다가가면 갑자기 푸드득! 거리면서 나무위에 있던 눈들과 함께
화악! 나타나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나 깜짝 놀랬던지...
"오빠빠, 노래 들려?? 이 노래가 효린이 부른 렛 잇 고 래.... 별론거같앵.."
"이긍.. 별로야.. 근데 여기 까마귀 디게 많다..."
"오빠빠, 이게 멜론 1위곡이래~"
뭐 그냥 듣기만 하자... 마음 먹었습니다..
좀 가다보니, 이제 길이 헤깔리기 시작합니다..
분명 저 쪽으로 가는게 맞는것 같았으나,
그 때 그 분위기로는 그만 내려가고도 싶었고 해서,
가파른 능선이 있는 쪽으로 가다보니 어느새 길이 막혀버리더군요..
하는 수 없이 돌아와, 다시 원래 가야할 길로 걸어가니까 어느 정도의 오르막이 나옵니다..
그 오르막을 헥헥거리며 다 오르니 또 내리막이 나오죠..
그 내리막을 바닥을 보며 터벅터벅 내려오는 그 때!!!!!!!!
저~~ 앞에서 바위가 스르륵~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바위를 보니까.. 좀 멀어서 뭔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아, 올것이 왔구나....(!!!)
내려가다 말고 딱 얼어붙어 가만..히 소리 없이 지켜봤습니다..
그 바위.....가 움직이다가 멈추더니,
갑자기 회색 바위 뒷편에서 돼지꼬리 같은게 살랑살랑~ 움직입니다.......
이런 느낌.. (사진은 퍼옴)
'아.. 돼지새끼구나...'
알아채자마자, 등골에 소름이 쫘악.............
혹시나 움직이면 소리가 날까봐 한동안 가만히..있었습니다..
근데 그 녀석이 저를 못 알아챘는지 뒤를 돌아보진 않고,
머리쪽을 바닥으로 쳐박고는 킁킁대고 있었습니다..
"민선아..."
속삭였습니다..
"민선아, 민선아............"
대답을 안하고, 음악만 계속 나옵니다..
저 녀석이 날 못알아차림을 확신하곤,
이 때다....
바로 뒤로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 갔습니다...
3보 1후(방주시)로 고개를 휙휙 돌려가며,
분명 저 녀석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온 사방을 휙휙 돌아보며 등골이 오싹한 채로,
마치 경보하듯이 엄청 빠른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후덜덜......
"민선아~"
이제야 외쳐봅니다..
"응?? 왜용 오빠~??
"멧돼지나왔다..."
"머??? 멧돼지있어???"
"응.. 바위가 막 움직이길래 보니까 멧돼지야..."
"오빠빠, 얼른도망쳐 얼른.."
멧돼지가 위험한건 뉴스를 봐서 그런지 알긴 알더군요..
"민선아, 오빠 저 멧돼지 잡아가까??"
"미쳤어미쳤어, 빨리 뒤돌아 가~ 달려달려~"
"안그래도 도망가고 있어.."
돌아오다가, 길을 잃어서 길 같은 곳으로 내려오다보니 다른 사람 집 담벼락으로 내려와버렸어요..
길은 아니지만, 나무들을 헤쳐헤쳐 점점 내려가야만 할 것 같았고,
이 놈의 돼지새끼가 쫓아올까봐 덜덜거리며 급히 내려왔어요..
만약 싸우게 되거나 따라온다면 저 나무로 올라가야하나.. 이 나무가 나을까..
이 스틱으로 냅다 후려갈기면 저 돼지새끼가 뒤질라나...
저 앞에 덩굴 같은게 보이는데, 저거 멧돼지들 집이 아닐까...
막 이런 상상하면서 후딱후딱 내려왔어요..
생전 처음본 멧돼지였습니다..
설마설마 했더니 진짜 만날 줄이야..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혼자라서 너무너무 떨렸습니다..
담벼락 주변으로 해서 다시 평야로 나오니, 길이 보이네요..
그리고 저~~~앞에 아라타네 본가도 보입니다..
"살았당.. 아까워 저것들 다 잡아와서 족발해 먹어야 되는데.."
"그 전에 오빠가 잡아 먹히겠다.. 근데 오빠,"
"응???"
"이거 개리... 뮤비봤어?? 제목이 조금있다샤워해 래..큭크크크그큭"
"아 그거 이번에 19금 노래나온거??"
"응.. 근데 이거 뮤비가 대박이야.. 서양애들이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완전 쪽쪽 빨아먹어~"
"그게뭐?? 그냥 아스크림 먹나보네뭐..."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완전 좀 이상하게 막 빨아먹어~~"
"잉?? 뭘 어떻게??"
"아, 그거 있자나 왜~ 막 낼름낼름~"
"그게뭐야.. 그게 뭐 어때서.... 설명 좀 해봐~~"
푸하핫 완전 재밌었습니다..크크크크큭
뭔 말 하는지 알겠는데 모른척하며,
일부러 막 더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하니 얘가 말은 못하고 내가 진짜 모르는 줄 알고 막막 어쩔 줄 몰라하는게,
너무 재밌고 웃음 참느라 혼났네요..
"민선아, 넌 왜케 부끄부끄해..?"
"이긍~ 난 아직.. 넘 부끄러웡..."
"오빠한테도 그래..?"
"오빠빠니까... 그래도 이 정도 하는거양..."
"한 것도 없으면서 이 정도는 얼마만큼이야??"
"시끄렁~ 암튼 오빠한테는 좀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께요...."
".......그랭?? 흐흣"
"오빠빤 수원오면 나한테 맞을줄 알아..."
"아, 왜~"
"몰라!!!!"
이러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네요..
운동삼아 갔는데, 운동도 잘 된듯 다리가 뻐근합니다..
마당에 가니, 복동이가 또 오뎅나오나 싶어 내 근처로 다가옵니다...
"꺼져!!! 개시끼야!!!"
한 마디 하니, 후두둑~ 도망...
그리고 엄마아빠한테 멧돼지 봤다고 하니, 이제 혼자 가지 말라시네요..
어차피 이제 가라해도 안갈건데...........
이상, 아라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