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1일 01시
'나 집 앞이야. 문 좀 열어줘'
동네형들과 치킨을 먹은 후 나는 그렇게 오늘도 여자친구의 집에 들렸다.
그녀가 오늘은 다르다. 항상 문을 열어준 후 내가 먼저 들어가고 그녀가 들어왔지만..
오늘은 먼저 쌩하니 들어간다. 뭔가가 이상하다.
그녀는 오늘 놀이동산을 갔다왔다. 그녀의 친구랑. 내가 선물해준 티켓으로.
놀이동산을 갔다온 후는 으레 피곤하듯이 그녀도 그런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다르다 무언가가. 그녀는 가만히 누워있었다. 서로 아무말 없이.
왜이럴까. 내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할 말 있니?'
예감했다. 이미 전부터 예감했었다.
CC로 만난 우리는 그렇게 알콩달콩 1년을 넘게 만나고 있었다.
중간에 서로 다투고 싸우기도 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도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많이도 싸웠다. 사소한것부터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점까지.
그녀에게 물어봤다.
'다른 남자가 생겼니?'
아니란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라고 한다.
'그럼 왜..'
나는 사실 다 알면서도 이런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잘못한걸 알기 때문에..
'그만하자..'
지쳤다고 했다. 수많은 싸움과 나의 이기적인 태도에 그녀는 이제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번 싸우고 화해할 때 마다 나를 더욱 더 좋아했지만, 이젠 그런감정마저 싫다고 했다.
그녀를 붙잡았다. 잡힐리 없었다. 몇일전부터 그렇게 마음을 먹어왔다고 말했다.
너무 단호했다. 마치 나를 언제 사랑했냐는 것처럼.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질꺼라고 말한다.
헤어질때까지도 나를 걱정해준다. 계속 너를 좋아할거라고 말했다. 마음이 변할 일은 없을거라고 말한다.
집에 돌아온 뒤 기억속의 시간을 되돌려 봤다.
그녀와의 첫만남부터 수많은 다툼들,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어제의 상황.
'그녀가 슬픈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충동적으로 그런게 아닐까?'
'내일 다시 말하면 화를 풀겠지?'
잠이 오질 않는다. 이렇게 슬픈 날은 군입대 이후로 처음인것 같다.
다음날 아침, 나는 그녀의 집 앞에 찾아갔다.
그녀가 나오기 전까지는 약 10분. 나는 네이버에 '이별 되돌리는 방법'을 쳐봤다.
여자는 헤어지자는 마음을 먹을때면 그만큼 오래 생각하고 결심한거라고 나와 있었다.
당장 붙잡으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후에 기회를 노리라고 나와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만 믿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나 슬펐다. 초조했다. 더이상 그녀를 다시는 못보는 걸까
그녀와 나의 친구는 같다. 내가 알면 그녀도 알고 그녀가 알면 나도 안다.
아는 선배 한명이 카톡을 보내왔다. '니 여친 왜 시험보러 안오냐 이거 중요한 테스트인데'
답을 보냈다. '걔 알바하러 갔어요. 하하'
이 소식을 핑계로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녀에게 한번만 더 만나달라고 말했다.
여전히 단호박을 먹은듯이 단호했다.
마음이 변하는 일은 없다. 잘지내라.
붙잡아도 잡히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있었던일을 말하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이어지게 된 첫 만남이 생각났다.
복도를 걸어가다 우연히 만난 우리는 수줍게 인사했다. '안녕?'
2014년 1월 1일 00시 01분
이제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할 때 인것 같다.
안녕..
추신 1. 너무 슬프네요..
추신 2. 극복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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