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한성별곡-正(이하 한성별곡) 모두 곽정환PD의 작품입니다.
추노는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한성별곡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실 겁니다.
제 이야기가 한성별곡의 이야기도 하고 있으므로, 스포일러 내용이 있습니다.
이 점 양해바랍니다.
'추노'와 더불어 '한성별곡-正'까지..곽정환PD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가 희미하게나마 느껴집니다.
한성별곡에서는 정조를 통한 정치적인 면 혹은 거시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면, 추노는 인물 개개인의 눈으로 보는 우리네 모습들 혹은 미시적인 측면을 조금 더 강조했다고 느껴집니다.
한성별곡에서 정조는 화성 천도 등의 경장(개혁)을 추진하지만 끝내 좌절됩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신하들의 정조와 그를 따르신 개혁 조정 인사 흔들기, 정조의 죽음,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주인공들의 좌절을 보며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참여정부 말기)와 맞물려 복잡다단한 의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나영이(김하은)의 아버지는 정조의 곁에서 '양반,상놈 구분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죠. 하지만 정조의 손에 의해 결국 제거됩니다. 정조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라고 말을 하죠.
저는 이 장면에서 진보세력의 염원을 끝내 외면했다던 그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진보진영의 평가가 떠올랐습니다.(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
새로운 세상을 소망하던 정조와 젊은 주인공들의 죽음 그리고 가장 개혁적이라고 기대를 한몸에 받던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좌절이 다르지 않게 느낀 분들은 비단 저뿐이 아닐 겁니다. 그와 더불어 마지막 장면에서 박상규(진이한)의 아이를 품은(새로운 희망) 월향(도지원)이 좋은 세상을 소망하자 양만오(이천희)가 한마디하죠.
"부질없네."
이 한마디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대선 포스터의 슬로건으로 사용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개혁의 꿈이 무산된 시기와 이를 바라보던 국민들의 허탈함을 잘 보여주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한성별곡의 의미가 어둡고 허무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면, 반면에 추노는 그보단 조금 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업복이의 죽음 이후 깨어난 반짝이 아빠, 태양을 보며 결의를 다지는 초복이와 은실이(새로운 여성상), 살아남았을지 모를 송태하와 언년이+살아남는 석견, 이천에서 밭 갈구는 최장군과 왕손이(곽PD가 이 둘을 살려둔 이유는 "어느 상황에서든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의미를 던져주고 싶었다"라고 시사IN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더군요),갱생(?)한 황철웅, 처단받는 악인들(좌의정,그분,조선비), 마지막 장면에서 태양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는 대길이까지...
악인이 죄다 살아남아 권좌에 앉는 한성별곡에 비해 추노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추노에서 특히 노비,민초들의 삶을 통해..제압당한 업복이와 닫히는 궁궐문 사이로 눈빛을 교환하던 반짝이 아빠(노예근성의 표상)가 주먹을 힘껏 움켜쥐는 장면을 통해 우리네 세상살이에서 능동적인 삶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한성별곡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대사를 몇 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소망하지 않는다면, 어찌 얻을 수 있을까.
애쓴 만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라의 녹을 먹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어찌 희생하지 않고서 그 신념을 지켜낼 수 있겠습니까.
나의 신념은 현실에 조롱 당하고 나의 꿈은 안타까운 희생을 키워가는데, 포기하지 않는 난 과연 옳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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