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연의 권총과 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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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rts.media.daum.net/worldsoccer/news/col/ws_hjm/view.html?gid=5075&newsid=20100316134423342)
위 기사에서 기자님은 티아라 복장 불량 사태로 심우연의 의미심장 골뒤풀이 등 진짜 축구 이야기가 밀려났음을 아쉬워하십니다. 반면 제 관점에선 덕분에 이 경기가 더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는 경사가 났죠. 덕분에 축구에 관심 없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랑 전북이란 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덕분에 올시즌이 개막했다는 걸 알았으며, 덕분에 축구에서 유니폼 색이 꽤 중요한 부분이란 걸 알았을 터입니다. 관점을 빙그르 돌려 저 같은 경우 티아라가 전영록 딸이 있다는 그 그룹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기자님과 달리 강아지 춤이 티아라의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죠.)
일단 저는 식전 행사가 비축구적인 요소라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같은 논리라면 골 뒤풀이도 축구 외적인 부분입니다. 식전행사와 달리 경기 시간 안에 벌어졌다고는 하지만 5MM 운동에선 골뒤풀이를 분명 박멸해야할 데드타임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확실히 심우연 골뒤풀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축구적 요소가 있습니다. 자신을 방출한 팀에 대한 복수, 심기일전... 그런데 이를 흥미롭게 받아들일 사람들은 기존 축구팬들뿐입니다. 절대 티아라 없이 단독으로 포탈 메인용 뉴스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티아라를 들여다보면 역시 이 안에도 축구 이야기는 있습니다. 축구팀, 서포터스가 그 색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시한다는 걸 처음 안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고 이들에게 이는 흥미로운 축구 이야기가 됩니다.
이 사건은 기자님이 헛갈린다고 하신 ‘티아라의 사진을 대중에게 먼저 추천한 공급자의 탓’ 도 ‘심우연의 권총이 갖는 의미보다 티아라의 상큼한 외모를 더 원하는 수요자의 취향 탓’ 도 아닌 축구와 걸그룹이란 다소 매치가 잘 안 되는 두 집단이 충돌하며 대중들의 시선을 끈 사건입니다. 서울-전북의 인기가 티아라만 못하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티아라가 이 정도
벗은 복장으로 이 정도의 화제를 일으킬 네임밸류는 아닐 겁니다. K리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누가 누구를 묻어버린 사건이 아닙니다.
식전행사나 골뒤풀이나 똑같은 축구 이야기 아니냐는 제 주장이 궤변일 수 있다는 점 인정합니다. 이런 억지를 통해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도저히 축구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일도 축구와 연관을 지어버리는 일부 축구 인기국가 기자들에 비해 울 기자님들은 지나치게 스스로 그은 선에 집착하지 않나 싶은 안타까움입니다.
일전에도 축구뉴스들이 좀 더 대중에게 어필할 소재들(이라 썼으나 ‘자극적, 선정적’이라 읽어도 됨)을 많이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푸념 글을 올린 일이 있습니다. 티아라 사건 때 왜 연예기자들 보다 축구기자들이 더 법석을 떨지 않았는지.. 스스로 축구라는 카테고리를 너무 좁게 한정하고 계시진 않은지.. 스스로 K리그를 걸그룹보다 인기가 없다고 확신하고 계신 건 아닌지...
저도 기자님처럼 식전, 신중, 식후 행사 따윈 접는 이피엘의 상황이 부럽습니다. 그랬던 그들도 20년대엔 아가씨들을 운동장 지붕에서 춤추게 하다 떨어뜨려 인사사고 내고, 사람을 대포에 넣고 운동장 밖으로 발사하는 생쑈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70년대 에버튼 홈경기장은 쉬는 시간 관중들을 대상으로 열린 미인대회로 유명했지요. 독일에선 축구장에 동물들 데려다 서커스까지 시킵니다. 쾰른의 염소 마스코트가 바로 여기서 유래합니다.
이 모두가 축구의 일부입니다. 만약 대중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언론에서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원문:티아라는 축구의 일부임.-이글루스 '바셋'님(
http://basset.egloos.com/1670834)
개인적으로 꽤 좋은 글이다 싶어 pgr에 퍼왔습니다.
바셋님의 이글루에 들어가보시면 이외에도 축구관련 재미있는 글들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