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를 보면 업복이와 대길이 그리고 송태하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각각 다릅니다. 작가가 드라마를 통해서 말하려는 바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업복이는 드라마내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비출신으로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일이지요. 이는 사실 다른 노비들이 "더러운 세상 바꿔보자"보다는 한차원 높은 혁명사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흔히 아래로 부터의 혁명이라고 합니다.
대길이는 도련님 시절 양반 상놈 구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 말의 의미가 모두 언년이로 부터 시작하고 끝납니다. 대길이는 추노질을 하는 것도, 돈을 몰래 모아 이천에 집을 산 것도, 짝귀는 세상을 피해 도망갔지만 대길이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도, 세상을 바꾸려는 것도 오직 언년이 때문입니다. 대길이가 흔히 말하는 지랄맞은 세상인 이유가 언년와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길이가 마지막에 송태하와 언년이의 도망칠 시간을 버는 것도 자신이 바꾸지 못한 세상, 송태하에게 부탁하는 것이지요. 대길이한테는 송태하가 언년이를 지킬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요. 대길이의 죽음은 스스로 택한 죽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설화를 보고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는거죠. 어떻게 보면 상투적인 캐릭터 일 수도 있습니다만 장혁이 연기력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탈바꿈했습니다.
송태하는 흔히 위로부터의 혁명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항상 그렇듯 자신의 근본적인 태생을 버리지 못하는 한계를 가집니다. 자신을 노비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처음에 언년이가 노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먹는 장면까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가장 매력이 없는 캐릭터입니다.(오지호씨의 연기력도 한몫을..) 자신의 태생의 한계를 넘어선 업복이보다 한참 떨어지는 혁명관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렇다고 아주 의미가 없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송태하를 통해 그 시대의 흔히 말하는 개혁층의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어떤 분은 업복이의 궁궐침입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서울 한복판에 총 4자루 들고 정문 뚫고 조정 최고 중신을 대놓고 죽인다는게 말이 안되긴 합니다. 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업복이는 그 당시 조선시대에 존재 할 수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회에 업복이가 궁궐에서 좌의정,배신자,조선비를 죽임으로 업복이의 혁명사상을 가장 현실적으로 전달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혁명사상은 지금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추노를 통해서, 특히 업복이란 캐릭터를 통해서 작가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업복이가 좌상을 죽이는 장면에서 우리가 통쾌했던 느낌은 현실에서의 답답함을 업복이가 대신 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노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드라마가 우리네 세상살이를 똑같이 재현한다면 배신한 조선비와 좌의정은 떵떵거리며 잘 살겁니다.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에게 세상의 답답함을 날려주게 만든 해피엔딩이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극 후반에 와선 송태하의 혁명관(?)도 바뀐 것 같습니다. 세자와의 대화에서 임금이 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 (맞나요?)을 했었고, 세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내 역모라고 단정 지어버리죠. 이 대화로 보아 송태하의 관점 또한 보통 개혁층과는 달랐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