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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13 16:11:05
Name 비탈리샤콘느
Subject [일반] "제가 난독증이 있어서"

안녕하세요.
pgr21과 함께한지도 7년이 가까이 되었는데.. 이제야 첫 글을 자유게시판에 쓰려고 합니다.
다름은 아니고.. 가끔, 아니 너무 자주 보이는 그 몇마디 "제가 난독증이 있어서" 라는 말에 관한 글입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사춘기를 거치는 시기까지(Tic, 뚜렛증후군)이라는 증세를 보였습니다. 지금은 99% 사라졌지만..
요즘은 사회적으로 다큐멘터리로의 소재로도 자주 소개되어 관심이 제법 많아진 터라 많은분들이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제가 어릴적에는 틱이라는 단어조차 대부분 잘 몰랐답니다).
덕분에 어릴적부터 정상적인 남들보다는 참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답니다. 동작틱과 음성틱으로 인한 많은 후유증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건 마음의 병이었답니다. 많은 학우들이 저를 정신에 문제가 있는 아이로 취급했고, 많이도 마음 졸이며 생활했어야 했죠.
고교 시절에는 시험시간에도 틱을 주체하지 못하여, 시험 도중에 한번이라도 더 하면 죽여버리겠다는 엄포까지 많이 받고는 했답니다.
어떡하나요.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것이 아닌데..
대부분의 틱 환자들은 몸과 마음 전부 정상적으로 건강합니다. 정도의 차이일뿐 많은 사람들이 틱을 조금씩 가지고 있죠. 마치 습관적인 질병과 마찬가지인 느낌입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아직은 관용될 수 없는 면이 있나 봅니다.

얼마전에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인터넷 스포츠 기사였는데요.
야구선수 박한이 선수 특이한 "틱증세" 라는 기사였습니다.
박한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기전 특유의 자세를 취하는 것을 예로 드셨는데요. 헬멧과 장갑을 다시 벗고 쓴다고 했던가.
또한 농구선수 축구선수의 예를 들으시면서..

정말이지.. 얼마나 화가 많이 났는지 모릅니다. 기자분의 지식 부족으로 인한 실수를 탓할 마음이 있던건 아니지만,
지난 20년간 겪었던 쓰라린 기억들, 슬픈 내 과거들이 이렇게도 대충 표현될 수 있구나.. 하는 자괴감은 참을 수가 없더랍니다.
댓글에 서로 본 틱환자들을 거론하며 너도 나도 틱환자라고 낄낄 대는 모습을 보고..
정말 씁쓸한 마음에 인터넷창을 닫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 4년전 친한 형의 사촌 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기로 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님과 사전에 잠깐 말씀을 나누었는데요. 가정 환경이 좋지를 못해 아이가 여러모로 우울해하며, 난독증이 있으니 힘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는 그 때까지 난독증이라는 병을 한번도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데, 그 아이의 괴로움을 10%도 느끼질 못했겠지만, 저 또한 정말 억장이 무너지더랍니다.
외국 생활을 10년 가까이 한 아이, 회화도 능통하고 단어수준도 뛰어난 아이가 정말 쉬운 단어를 쓰는것도, 꾸준히 읽어 내려가는 것도 버겨워 했습니다.
아이가 조금은 저에게 마음을 열었을 무렵, 자신은 정말 책을 많이 읽고 싶으며, 아이들과도 두루 어울려 놀고싶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가 많이 아프니 열심히 치료해서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도 많이 사귈것이다. 라고 하더군요.

그 아이는 아침 저녁으로 집중력 강화 훈련을 합니다. 학습뿐 아니라 신체적인 치료도, 약물 치료도 받구요.
정말 그 녀석의 희망대로 마음이 자유로운 생활을 하길 바랍니다. 마치 제가 틱 증세로 고생할 무렵 가졌던 꿈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인터넷에서 너무나도 쉽게 사용되는 "제가 난독증이 있어서", "난독증 있으세요?" 라는 글을 그 아이가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조금은 염려가 됩니다.
악의가 있는 것은 물론 아닐테고 무지가 죄인것만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들이기에..

조금의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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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좀
10/01/13 16:14
수정 아이콘
습관적으로 다리를 떤다던가 하는 것도 혹시 틱의 일종인가요?
정도가 다르지만 저도 약간이나마 그런게 있는데
항상 좀 가만히-_-;못있고 몸을 움직이는 그런거요.
다리 떤다던가, 발을 움직인다던가.
로랑보두앵
10/01/13 16:17
수정 아이콘
아 난독증이란게 실제 병명이었군요; 노력여하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병인거죠?
초록추억
10/01/13 16:17
수정 아이콘
난독증이있어서..무슨 핑계를 대도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는 사람들이 꽤 있죠.
못 읽는 게 아니고
'안'읽거나 글을 이해못하는 것이겠죠.
잘못된 표현임과 동시에, 솔직하지 못한 부끄러운 표현입니다.
10/01/13 16:19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듣고갑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 틱장애 때문에 고생했는데 가장 기억나는게 눈을 지나치게 자주 깜빡이고 꽉 감는 것 때문에 부모님이 안과에 데려가서 제 눈에 병이 있나 검사를 하셨습니다. 나중에 부모님께 자세히 들어보니 심지어 저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하셨더군요. 그 외에도 어깨를 자주 들썩이거나, 고개를 자주 흔들거나, 입을 씰룩거리는 현상 때문에 초등학교 때 급우들로부터 진짜 장애인이 아니냐는 소리도 자주 듣곤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제가 성격이 마냥 명랑하고 쾌활해서 그랬는지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라고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까 저도 틱장애였네요. 저도 지금은 99% 틱현상은 없어졌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인지 틱장애를 가진 어린 아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아이들도 그렇지만 특히 그 아이들의 부모님의 심정을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난독증 환자는 아직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굉장히 괴로울 것 같습니다. 새삼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고 갑니다.
10/01/13 16:35
수정 아이콘
제가 피지알에서 유일하게 쓴 글이 난독증에 관한 글이였죠. 그게 이미 1년을 넘었습니다. 여튼 그 글을 쓰고 난 후에는 피지알에서 난독증이란 단어가 잘 안보였는데 요새들어 다시 많이 보이더군요.

뜻도 모르고 상대방을 비하시키기 위해 난독증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들은 정말 부끄러운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 표현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보다는 자신의 무지함을 더 부각시킨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 아무리 상대방이 글을 이해를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지알에서 만큼은 '난독증 있으신가요' 라는 말을 안 봤으면 하네요.

사실 저는 난독증은 커녕 취미가 독서지만 말할때 아주 아주 아주 약간 말을 더듬거나 말하고 싶은 표현이 순서가 뒤죽박죽 되서 나올때가 있습니다. 뭐 병원 치료같은건 전혀 생각도 안해봤지만요. 프레젠테이션같은것도 전혀 문제가 없고 면접이나 인터뷰도 잘 하는데 어째 일상 생활에서 저런 증상이 자주 나옵니다 -_-; 여튼 제 증상은 난독증과는 아주 다르지만 난독증 환자분들이 겪는 고통을 아주 아주 조금은 알기에 모든 피지알러들이 난독증이란 단어를 쓰기 전에 다시 한번은 더 생각하고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彌親男
10/01/13 16:37
수정 아이콘
로랑보두앵님// 난독증은 흔히 뇌에서 읽기를 담당하는 부분의 손상으로 일어나는 증상으로 거진 불치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로랑보두앵
10/01/13 16:40
수정 아이콘
彌親男님// 저런.. 다시한번 제 언어생활을 돌아보게 되네요 답변감사합니다.
10/01/13 16:45
수정 아이콘
그 난독증을 중학교때부터 노력으로 이겨내고 연대에 들어간 친구가 있습니다. 난독증이 그거 맞지요? 책을 보면 책안의 글자들이 중구난방으로 흔들린다는 그런 증세, 친구의 표현으로는 그러던데, 글쓰신분의 친한형의 사촌동생분도 충분히 이겨낼 것입니다.
10/01/13 17:13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안돼!!! 안돼!!!!
으흐흑
사실 제가 틱에 관한 글을 쓰려고 열흘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므로 틱에 살짝 반 걸쳐 있는 이 글은 무효!
..농담이구요
그러고보니 저는 단 한번도 난독증 있냐라는 말을 쓰지 않았네요.
정말 있는 분들이 기분 나쁠까봐서요. '장애인'이란 표현도 안 쓰는걸요.
10/01/13 17:38
수정 아이콘
난독증 어쩌고 하는 게 단순히 상대방의 독해에 대한 실수를 까기 때문에 나쁜 게 아니라..실제 병명이기 때문이군요..
덕분에 좋은 말씀 듣고 갑니다.
부엉이
10/01/13 18:03
수정 아이콘
톰쿠루즈엿나요? 난독증헐리우드배우?
드랍쉽도잡는
10/01/13 20:38
수정 아이콘
틱장애는 잘 모르면 오해받기도 쉽고 여러모로 안 좋은 증세.
스케터뽀이
10/01/13 23:35
수정 아이콘
관심좀님// '틱'은 증상을 가진 이 스스로가 특정 동작이 전에 '아 이 증세가나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그래서 억누르려고 노력해봐도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어 그 증세가 나오게 되죠. 발을 떨거나 하는 것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즉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있고 내가 다리를 떨고 있구나 라고 인식하는 순간 제어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죠.
배고파잉
10/01/14 06:02
수정 아이콘
몇년전 SBS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조인성이 난독증 환자로 나왔었죠. 배우인데 대본을 못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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