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1/03 02:11:14
Name 낙돌이
Subject [일반] 각박한 세상... 넋두리
안녕하세요 피지알 식구여러분...

뭐 눈팅만 매일 하고, 리플만 아주 가끔 달던 유령유저긴 하지만...

그냥 피지알에 그 무겁다는 write 버튼이 한 번 누르고 싶어지는 새벽이네요..

오늘 날씨가 확~~ 추워졌어요... 아침에 나갔다가 거의 동사할뻔 하고 다시 들어와 옷을 챙겨입고 나갔습니다만...

그냥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별 건 아니구요.

최근에 친한 친구들이 겪은 일을 듣다보니, 각박하다 각박하다 싶었던 요즘 세상이 좀 너무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씁쓸한 마음 피지알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정모 인증 글도 꽤 올라와서, 역시나 피지알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따듯한 분들이 모여있나 싶은 마음이 더 드네요..


어찌보면 별건 아니구요...

친한 친구 한 녀석이 몇 주전에 이문동 근처에서 가볍게 술한잔 걸치고 길을 걷고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로변 횡단보도에서 젊은 여자 한 명이 자기 몸도 못가누고 휘청거리다가 빨간불에 길을 뛰어가려는걸 보고

깜짝 놀라 팔을 잡아 다시 인도로 잡아당겼답니다..

무의식중에 차들이 씽씽 달리는데 뛰어들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그랬다는데...

갑자기 이 젊은 여자분이 다짜고짜 화를 내기 시작하면서 시비를 걸더랍니다...

친구도 약간 술기운이 있었짐만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만취해서 자기 몸도 못가누고, 제정신이 아니더랍니다....

그래서 좋은 말로 타이르고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취해있으면 위험하니 집에 들어가시라고 타이르고,

택시 잡아 가시고, 그것도 위험하니까 자기가 택시번호는 적어두고 그분 전화번호 찍어주시면 무사히 귀가하시는지 확인시켜드리겠다고 했더랍니다...

제가 속으로 무슨 오지랖도 오지랖이냐고 그러긴 했지만,,

뭐 평소에 무단횡단은 커녕, 길에 침도 안뱉고 자칭타칭 모범시민이라는 녀석이라서....
하다못해 운전 중에라도 로드킬에 생명을 잃은 짐승들을 발견하면 그 존엄성을 존중한다며 운전중단하고 근처에 땅파서 묻어주는 녀석인데 어련하겠거니... 하고 듣고 있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이 여자분이 정신을 슬슬 차리면서 화를 내고 길거리에서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경찰을 불러서 이사람이 자기를 잡아끌고 때려서 멍이 들었다고 신고를 하더랍니다....

졸지에 근처 경찰 지구대까지 폭행 현행범으로 끌려가게 된 친구녀석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황당하기 그지 없었고,
경찰이야 자초지종을 모르고 112신고가 오니 근처라 바로 출동하고, 이녀석을 체포하게된거죠...

거기에서 이래저래 진술하고 사건접수가 되고, 곧바로 강북경찰서 형사계로 가게 되었답니다...

갔더니, 생전 처음 가는 경찰서 형사계에서 왠 처음보는 젊은 여자는 가자마자 울고있고,

자기는 조폭같이 생긴 형사들(절대 경찰 비하발언은 아니구요.. 그냥 친구의 표현이 그랬답니다...)이 다들 지나가면서

"뭐 이런 쓰레기 같이 생긴 놈이 있나"하는 눈빛으로 돌려가며 쳐다보더랍니다..

자기는 99.9%의 확률로 성범죄나 파렴치범으로 확정한듯한 눈빛으로 2시간여의 반말 취조를 당한끝에

화가 나서 인권위네 청문감사관이네 하며 다 찾았지만 뭐... 더 무시만 당하고 욕만 먹었답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 길길이 억울해 날뛰다가,

새벽 늦은 시간이 되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전화 유료 법률상담 서비스 밖에 없어서 거기에 낚-_-여서 상담을 해봤지만 도움은 안되고 순식간에 통화료 몇만원만 깨지고...

뭐 이래저래 곤욕을 치렀답니다...

여차저차 다른 이야기도 많지만 결론적으로 다행히 그 근처에 CCTV와 목격자가 있어서 친구의 말이 더 사실이라고 경찰도 믿게 되었고

후에 담당형사에게 이래저래 사과도 받긴 했지만

신고한 여성은 합의금을 바랬던건지 아니면 술취해 계속 욕을 해댔다는 얘기에.. 그냥 무언가 개인적, 사회적 불만을 자기에게 표출한건지  친구녀석은 도저히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경찰서에 나중에 한 번 더 사건 종결을 위해 찾아갔다가 나오는 길에 담당형사가 해준 말이 참 자기를 씁쓸하게 하더랍니다...


"젊은 친구들이 의협심에 종종 이런 저런 일에 나서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심지어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가족이나 정말 가까운 친구 일이 아니라면 모른체 하고 지나가는게 좋아. 어이 젊은 친구, 나도 자네 사정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야. 요즘 지나가다가 응급치료로 목숨구해줬는데도 상해로 고소해서 합의금 받아가는 사람도 많다구, 정말 별별일이 많은 세상이니까 자네도 조심하라구."

정말.... 씁쓸하더군요..

길가다 뛰어든 여자를 구해준 죄(?)로 친구는 몇주간 생전 처음가보는 경찰서에서 온갖 파렴치범 대우를 받고, 억울함에 졸업학기에 공부도 손에 안잡히고 이래저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담당형사가 해준 말처럼 좋은 교훈도 하나 얻게 되었구요...



다른 친구 녀석도 전에 뭐 난처한 일을 한 번 겪었더랍니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서있는데, 자기 앞에  한 젊은 커플이 약간 진한 애정표현을 하고 있었답니다..

이녀석은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녀석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느 50대 아저씨가 소리를 치며 달려오더니

이 커플을 마구 꾸짖더랍니다..

휘말리기 싫어서 슬쩍 피하려고 했는데 이 아저씨가 술도 안취했는데 마구 흥분하더니 젊은 커플에게 손찌검을 가하기 시작하더랍니다...

보다보다 못해 이건 좀 심하다 싶어서 아저씨 이러실건 없지 않나요... 하며 말리기 시작했는데

뭐... 다음은 대충 상상이 가시곘죠...

다행히 친구에게도 손찌검이 돌아오기 전에 어떤 다른 아저씨께서 이 흥분한 아저씨를 타이르고 말리기 시작했고,

지하철 안에서 결국 그 두 아저씨가 싸움이 벌어졌답니다... 고성과 주먹이 오고가고, 친구는 괜히 또 이싸움도 말리다가

코피와 더불어 옷이 찢기는 불상사까지 겪게 되었답니다...

꽤 소란스러워지고 일이 커져서 경찰이 오게 되었고,

당사자 두 아저씨와 목격자 겸 참고인인 친구녀석, 그리고 젊은 커플이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던 이 젊은커플이-_-;; 자기들은 저사람들과 관련이 없다며 휙 도망가더랍니다.......-_-;;;

순간 두둥~ 어이가 없어진  제 친구는 "아니, 자기들 도와주려다가 두사람이나 곤욕을 치르면, 미국에서도 저렇게 도망가지는 않는다며"

황당함과 어이없음에 두손두발 다 들었답니다...

한국사람들 다 이러냐며 흥분하는걸 뜯어말리고 설득하는데 꽤 제가 미안해지더군요...


뭐 쓰다보니 내용은 없고, 글만 너저분하게 길어졌지만...

그저 각박해진 세상에 대한 넋두리를 할 곳이 이 곳 피지알밖에 없더라구요....

휴~

가뜩이나 취업도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따듯하고 기쁜 일보다 이런 씁쓸한 일만 더 자주 겪게되는건 저와 제 친구들이 단순히 불운해서 그럴거라고 믿어봅니다~


P.S. 첫 write 버튼을 누르니 왠지 글이 더 두서없어지네요~ 10줄규정 지키려고 쓰다보니 10줄은 가뿐히 넘겨버렸습니다...;;;
       피지알 식구 여러분들 감기 조심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11/03 05:02
수정 아이콘
낯선 사람을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착한 사람으로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씀하신 상황들이 일어나지 않을텐데 말이죠....
위에 말씀하신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저런 상황이 일어날것을 예상하고 낯선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네요....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보세요...^^
09/11/03 05:15
수정 아이콘
제가 먼저 살던 집은 1층에 전자 자물쇠가 걸려있는 대형 건물이었습니다. 가끔 짐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분들을 위해서 서로 문도 열어주고 그랬는데요, 입주자인 척 하면서 저런 호의를 이용해서 들어와서는 도둑질을 한 사람이 생겼죠. 그때 사건 조사하러 왔던 경찰분께서

'큰 도시에서 사는 방법은 당신들이 어려서 배운 상식하고는 다르다. 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문을 열어주냐. 절대 하지 마라.'

라고 하셨었는데, 맞는 말이면서도 씁쓸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SCVgoodtogosir
09/11/03 08:20
수정 아이콘
각박하죠.

무슨일 생기면 그냥 112, 119 전화해서 신고해주는게 그나마 최고의 호의인 것 같습니다.
09/11/03 11:01
수정 아이콘
시대나 국가가 문제가 아니라, 도시라는 곳이 욕망과 이기심의 결정체이기 때문이죠.
리와인드
09/11/03 15:23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믿는 대로 세상은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으면 이 글의 반대 경험만을 겪으며 평생 세상은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살아갈 수도 있겠죠.
특별히 남한테 큰 도움 주면서 살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사례들로 남 돕지 않으면서 사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냥 운이 좋길 바래야죠.

아래는 마더 테레사 님의 시에요.
그렇다고 물론 제가 마더 테레사 님처럼 살겠다는 얘기는....;;

===========================================================


그래도 사랑하라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선한 일을 하면
이기적인 동기에서 하는 것이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은 일을 하라.

당신이 성실하면
거짓된 친구들과 참된 적을 만날 것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당신이 정직하고 솔직하면 상처받을 것이다.
그래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당신이 여러 해 동안 만든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만들어라.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도와주면 공격할지 모른다.
그래도 도와주어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면 당신은 발길로 차일 것이다.
그래도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나누어 주어라.


- 마더 데레사의 시 '그래도 사랑하라'에서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225 [일반] [뒷북] 팔콤 음악 자유 선언 [13] 어진나라4147 09/11/03 4147 0
17224 [일반]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 (7) 닥터 스쿠르 라는 만화를 아시나요? [8] 휘리노이에스10933 09/11/03 10933 0
17223 [일반] 4대강 예산 1조8천억 숨겼다 [9] Charles4509 09/11/03 4509 0
17222 [일반] 대체 이동국 안티는 언제쯤 없어지는가. [75] EndLEss_MAy5418 09/11/03 5418 1
17220 [일반] 이승엽 오늘 솔로 홈런 동영상 [16] 와후4474 09/11/03 4474 0
17219 [일반] 스덕들만의 즐거운 카니발 - PGR 정모 [17] 유유히4092 09/11/03 4092 0
17218 [일반] 결국 SM이 MAMA 불참 선언을 해버렸군요... [37] Anti-MAGE5386 09/11/03 5386 0
17217 [일반] [야구] 일본시리즈 3차전 이승엽 6번타자 선발출장 + 솔로 홈런 작렬 [12] 독수리의습격3746 09/11/03 3746 0
17216 [일반] 2009년 44주차(10/26~11/1) 박스오피스 순위 - 브라보 프레지던트 [24] 마음을 잃다4410 09/11/03 4410 2
17215 [일반] 부산오뎅 갖고 당진으로 [17] 굿바이레이캬5057 09/11/03 5057 20
17213 [일반] 라이너스 2세.... [17] 라이너스3222 09/11/03 3222 0
17210 [일반] [소개]AVG Anti-Virus 9.0 무료버전 [23] ataraxia4226 09/11/03 4226 1
17209 [일반] 요즘 듣는 음악 3곡. [44] Naraboyz5856 09/11/03 5856 0
17208 [일반] 짝사랑의 아픔 [10] 백승3319 09/11/03 3319 0
17207 [일반] 사이버 모욕죄는 이미 우리곁에 다가왔네요...(지만원씨 비방한 네티즌, 1심에서 모욕죄로 벌금 30만원 선고) [20] 라바무침4384 09/11/03 4384 0
17205 [일반] 술꾼의 노래 [18] 늘푸른솔4676 09/11/03 4676 0
17204 [일반] 월드시리즈 5차전 양키스 vs 필리스(경기종료. 8-6 필리스 승리) [294] 달덩이4522 09/11/03 4522 0
17203 [일반] 라이터가 없다. [7] kapH4461 09/11/03 4461 15
17202 [일반] 보이스 피싱 당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9] 요를레이3029 09/11/03 3029 0
17200 [일반] [잡담] 점점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말입니다. [120] OrBef26405 09/11/03 6405 2
17199 [일반] [∫일상] 그냥 그저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 5 [7] Shura2996 09/11/03 2996 0
17197 [일반] 헤어졌지만, 다른 사랑을 찾지도 원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13] 하쿠3726 09/11/03 3726 0
17196 [일반] 각박한 세상... 넋두리 [5] 낙돌이2694 09/11/03 269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