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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30 22:51:00
Name
무선꿍꺼떠
Subject
[일반] 본격 신종플루 투병기 2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 2로 갑니다..
제 친구가 지금 레지던트인데 대학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어 좀 알겠다 싶어서 계속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병원에서도 신종플루관련 문의하라고 준 번호가 4개나 있지만 당최 전화가 되야 말이죠.
전화를 아예 내려 놓아버린 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아니겠죠? 아니겠죠?)
"플루 걸리면 얼마동안이나 전염성이 지속되는거야? "
"글쎄...우리도 잘 몰라.. 계속 회의 중이야"
"진짜 이제 타미 플루 막 주는거야? " "몰라 만날 왔다갔다 해서"
"간이 검사는 이제 안해?" "응.. 이제 안할걸 워낙에 믿을 수가 없어놔서"
"플루 걸렸다가 나으면 이제 항체주사 안 맞아도 되는거야? 항체가 안 생기는 경우도 있다며?"
"응.. 미국에서는 낫고 나면 항체주사 맞으라고 한다더라"
이런저런 전화로 친구 퇴근 후에는 계속 친구를 괴롭히면서 (여전히 의문만 남은채로... 다들 이렇게 모르면 누가 아는건가.. 답답해하면서)
집에서 계속 자체격리를 실시했습니다. 일단 입었던 옷을 갈아입고 다 빨고 나서 수건도 제가 쓸것 가져다가 놓고 다 쓴건 삶았습니다.
식기도 따로 쟁반에 꺼내어놓고 소독해가면서 사용했구요. 계속 손 씻으면서 소독스프레이로 문고리나 제가 접촉했던 물건들 칙칙 뿌려주구요.
식사도 별도로 하고 컵은 종이컵 사용해가면서 다 쓴 건 버렸습니다. 휴지도 따로 비닐봉지에 넣어서 묶어 버렸구요.
음식은 전복죽과 삼계탕죽을 주로 먹었습니다. 밥도 중간중간 먹었는데 잘 움직이질 않아선지 거북하더라구요.
첫날 약 먹고 나서도 열이 떨어지질 않아서 엄마께서는 걱정때문에 집에 남으셨고 (저도 좀 겁이 나던차라 ^^;;)
얼음수건과 알콜로 몸을 닦아내면서 한 두시간 있으니까
열이 떨어지더라구요. 잘 때 쯤 해서는 열이 거의 떨어져서 잘 잤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오전에 약간 어지러운 증상과 기침만 있고 괜찮더라구요. 그 날 꼭 보내야 할 문서가 있어서
컴퓨터로 작업을 했다가 열이 슬몃 오르는 듯 해서 겁을 먹고는 ... 그래도 일은 했습니다. --; 아파 누워있다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수요일 목요일 모두 오전에는 몸이 안 좋은 듯 하다가 저녁에는 좀 가벼운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수요일에 보내준다던 확진 결과는 오지도 않고 일주일이 더 걸릴 것 같다는 문자만 하나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목요일 저녁에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서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는 얘기를 하는데 딱 걸렸습니다.
"이제 목소리가 완전히 괜찮은 것 같은데?" " 아... 예.. 머 열은 안 나는데요..."
"내일은 좀 나오지.. 너무 오래 비워둬서 보기가 안 좋아..." " 아.. 근데.. 플루일지도 몰라서.."
"마스크 쓰면 다 괜찮대.. 그냥 오후에라도 나와. 결과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릴 수도 없잖아."
네..--;
오늘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스크 쓰고 가열차게 일하고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데 문자가 띡 오더라구요
"양성으로 신종플루확진이십니다. 증세가 있으시면 병원으로 오세요."
그러고 나서는 전화가 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_-;
"신종플루 확진이신데요, 문자 받으셨죠? 좀 어떠세요?" "괜찮은데요.. "
"네.. 내일까지는 자택에서 쉬셔야 해요." " 오늘 일하러 갔었는데... "
"네.. 머. ^^;; 원래는 일주일 동안은 격리하셔야 하는데 머 상태 괜찮으시면.."
버스 안에 계시던 분들, 직장동료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 제가 옮길라구 일부러 그런 게 아니구요..ㅠㅠ
법으로 아예 적용을 해서 절대 안돼! 이러던가 직장문제가 얽히면 저같이 힘없는 사람들은 어쩔수가 없다구요
마스크는 완전 꽁꽁 썼는데, 신종플루 특제 마스크로..--; 괜찮겠죠? 저 안 옮겼겠죠?
가족은 지키고 싶어서 집에 와서는 마스크 쓰고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총 5일치인 타미플루가 끝나네요. 몸도 거의 나은 것 같고(약간 머리가 아프고 잔기침을 간헐적으로 하는 정도입니다)
주말 잘 쉬면 다 낫겠죠. 다만 처음 처방대로 결과가 나올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했다면 자칫 타미플루 처방도
못 받고 더 오래 많이 앓았어야 했을거라고 생각하니 한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의료기관의 대처가 아쉽네요.
주위 사람들에게는 만약에 아프면 가서 주위에 확진 있다고 얘기하고 타미플루 뺏어오라고 했습니다..--;
다들 건강 자신하지 마시구요, 사람 많은 데 가지 마시고, 손 잘 씻으세요(전 손 완전 잘 씻었었는데 --)
조금 색다르게 아픕니다. 괜히 옮기는 것 같아서 죄책감도 심하구요 --;
모두들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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