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줄이 넘으시고 60이 가까운 이 분은 아내와 함께 여름휴가를 단둘이 마산으로 떠났습니다. 고향은 부산이지만 간만에 마산으로 발길을 옮기기로 한 것입니다. 마산의 한 민박을 잡고 늘 만났던 사람인냥 민박집 아주머니와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이 분은 남자이기에 뭔가 부끄러운 듯 혼자 명상의 길을 찾으면 그 분의 아내는 민박집 아주머니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 지 밤을 샐 듯 할 기세였습니다.
이 분도 심심했던 터라 수다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경청만 했을 뿐 입니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습니다.
“요즘에 가족끼리 놀러오는 사람들 가만히 보면 죄다 장인, 장모 모시고 오더구먼. 시댁 부모님 모시고 여행오는 x은 눈 씻고 쳐다봐도 없어”
다음날 이 분은 아내와 포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포항에는 종가집 맏며느리로 오랫동안 집안을 지키고 계신 5촌 당숙모가 90세의 나이로 고향을 외로이 지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간만에 고래회를 맛보고 싶은 욕구도 이 분에게는 있었던 것입니다.
이 부부는 90세의 늙은 노모(당숙모)를 모시고 포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고래회 집을 찾았습니다.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맛이 한 결 같은 유일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 분이 말합니다.
“아지매, 물 좋소?”
“좋구마, 언제 안 좋은적 있었나?”
별 대화 없이 뭐가 좋은 지 큰 웃음 소리는 식당을 가득 매웁니다. 횟집 아주머니가 말합니다.
“할매, 몇살이고? 내가 80인데, 내 웃 같은데?”
이 분이 옆에서 거둡니다.
“아지매보다 우구마. 허허허허”
“잉? 곱게 늙으셨구마. 딸애가 어매를 많이 닮았구마”
“뭐라카능교? 딸을 닮아요? 허허허. 내가 보기에 안 닮았는데”
“뭐꼬, 빼다 박았구먼”
이 분의 아내도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5촌 당숙모도 싱글벙글 입니다.
“아지매, 우리 장모 아닌데”
“아, 그런기요? 그래도 오래되매 며느리는 시어매 닮지”
“허허허,하하하,호호호”
세 사람은 동시에 큰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아지매, 우리 당숙모인데”
횟집 아주머니는 구룡포에 용이라도 본 듯한 놀랜 눈으로 세 사람을 뚜러지게 쳐다봤습니다. 90세 노인을 한 번 보고 머리가 새하얀 이 분과 고즈넉히 서 있으며 얇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분의 아내를 번갈아 쳐다봤습니다.
오오 고래회..
제가 먹어본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는게 있다면 자갈치 시장에서 먹었던 고래회입니다.
이 글에서 당숙모님께서 젊었을 때라면 포경이 금지되기 전이니 포항 같은 곳에서의 고래회는 꽤나 대중적인 음식이었겠죠.
돼지고기보다 더 쌌다고 하니..
요즘에는 워낙 비싸져서 잘 못 먹지만 그 시절의 추억까지 떠올리면서 드셨다면 더 맛있었을 것 같네요.
고등어3마리님//
고래가 워낙 큰 동물이다보니 부위에 따라 색이 다 다르지만,
보통 고래회로 먹는 좋은 부분의 색은 갈색이나 탁한 느낌의 흰색이 많습니다.
부위에 따라 검붉은 색도 있고요.
고래가 포유류라는 점을 생각하면 소육회처럼 붉은색일 것 같긴 한데,
실제로 먹어보면 지방이 많아서 그런지 하얀 느낌의 살이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