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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9/19 21:43:12
Name RedSkai
Subject [일반] 우리 또래는 피할 줄 알았던 순간
9년 전이었던가요...

남과 북의 두 최고지도자가 악수를 하며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보며, 자료화면이 아닌 생방송으로 북쪽 군인들의 각이 딱 잡히는 걸음걸이를 보며, 그저 무서워보이기만 하던 뽀글이(?) 아저씨의,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얼굴을 보며...

열세살,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의 머릿속에는
'이러다 내가 스무살 쯤 되면 통일이 되어서 군대를 안가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가득 메워졌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지요 -_-;;;;
우리 또래는 피할 줄 알았던 그 순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D-60. 이메일로 배달된 입영통지서를 받아들며 '미루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고,
D-50. 휴가 나온 친구와 함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면서 처음 울어보았고,
D-40. 뜨거운 여름햇살을 만끽하며 휴가를 즐....기지도 못한 채 일에 매달렸고, (뭐, 추가임금과 월차로 보상은 받았지요 헤헤)
D-30. '한 달 남은 시간동안 체력이라도 길러보자'는 요량을 헬스를 끊었고, (무지하게 후회중입니다. 차라리 그 돈이 있었으면... T_T)
D-20.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더욱더 일에 매달렸고,
D-10. 얼굴조차 낯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의 인사를 받았고, (그 중에는 심XX씨의 '입대를 축하하네' 크리도 있었다지요 크크크)
D-5. 처음이자 마지막 사치(?)로 7만원어치의 회전초밥을 혼자 아구아구 먹어댔고,
D-4.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순간을 접했고,
D-3. 마지막 주말을 아ㅡ무것도 안한 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군대가 군대냐'라는 어르신들의 푸념(?)을 진리처럼 받들며 '괜찮을거야'라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면서도, 그러면서도 괜시리 불안해지고 초조해지는 이유는 사회와의 단절로 인한 뒤쳐짐(?)이 불안하고, 머릿속이 텅텅비는 경험을 맞게 되는 순간이 무섭고, 급격하게 메말라버린 감성을 가지게 될까 무섭고,

무엇보다도

제대 이후에 '남자라면 군대는 다녀와야지' 따위의 dog소리나 치고 다니지는 않을지 (논란이 있겠지만 저는 확실히 이 말은 'dog소리'스럽다고 생각중입니다.), '군대'라는 프레임 속에서 암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그 집단에 나도 모르게 속해서, 그 카르텔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유/무형의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을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원래 입대를 미루고 그 시간동안 정말정말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생각의 범위를 엄청나게 넓혀주었으니, 이런 불안감도 아무렇지 않을거라는 다짐도 해보곤 합니다.


그 신념을,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지킬 수 있음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군대 안에서도, 휴가 나와서도 PGR에 들어올 기회는 많겠지만, 그래도 이런 인사 한 번쯤은 해보고 싶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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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09/09/19 21:47
수정 아이콘
박아제님.. 맞죠? 한때 게이머 한다고 도 하셨던;;;

일요일날 공차는 모임 한번 나오세요 ^^;;; 삼육대 입니다.
09/09/19 21:47
수정 아이콘
WizardMo진종님// 저는 울산이지 말입니다 -_-;;;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사초
09/09/19 21:48
수정 아이콘
제 경우에는 2%정도만이 끝까지 가더군요

기적을 빕니다
WizardMo진종
09/09/19 21:49
수정 아이콘
허이구... 몸다치지 말고 부디 몸성히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그랜드슬램 아디 쓰던 분도 군대가실때가 된거같은데,,,
바라기
09/09/19 21:51
수정 아이콘
군대는 군대일 뿐...
지나고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09/09/19 21:54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변해가는 건, 병장 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걱정 마세요.
Karin2002
09/09/19 21:55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09/09/19 22:08
수정 아이콘
저도 울산인데 공 차는 모임 나가 보고 싶네요..ㅠㅠ
울산 어디세요??흐흐
토레스
09/09/19 22:17
수정 아이콘
군대괜찮습니다..재밋는일도 많구요...몇달만 적응하신다면~
09/09/19 22:20
수정 아이콘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아케미
09/09/19 22:22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세요... 몸도 마음도 꼭꼭 챙기시구요. 힘내요.
Astral_폭풍
09/09/19 22:23
수정 아이콘
휴가 나오셔서 잘 지내고있단 글 보면 또 댓글 달도록 할게요.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술로예찬
09/09/19 22:24
수정 아이콘
제대후 어느샌가 본인이 리플을 어떤식으로 달고 있는가 느끼게 될 겁니다 하하
소녀시대김태
09/09/19 22:24
수정 아이콘
얹혀서 잘다녀오겠습니다.
09/09/19 22:27
수정 아이콘
아제님... ROTC라고 알고있었던지라 살짝 당황했네요.
언제고 꼭 술 한잔 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우리 아제님 잘 다녀오세요.
한번도 뵌 적없지만 언제나 응원합니다.~_~
스타2나와라
09/09/19 22:29
수정 아이콘
군대 하니 울대앞 웅촌가는 1127번버스 타는 곳이 생각나네요...

몸편히 잘 다녀오세요!! 화이링~~
09/09/19 22:29
수정 아이콘
다들 감사합니다. (_ _)

Bikini님// 저는 호계에 삽니다. (다들 변두리라고 하지만 버스노선만 17개가 지나는 동네입니다 크크)
Camel님// 엥? 어디서 그런 소식까지 들으셨는지요...? 하여간 ROTC는 작년에 보기좋~게 떨어져서 그냥 사병으로 갑니다. 낄낄.
Astral_폭풍
09/09/19 22:31
수정 아이콘
소녀시대김태연님도 잘 다녀오세요. 가신동안 태연은 제가 잘 아끼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TWINSEEDS
09/09/19 22:43
수정 아이콘
군대 재밌어요~
몸 조금 고달프고 정신적으로도 조금 힘들때 있는데
그냥 살아가는 단면이라거나, 힘든 여행 중 이라고 생각하시고 날짜만 세다보면 됩니다.
자대배치 받았을땐 주변에 90%가 못된놈들이었는데, 일경 3호정도 되니깐 함께 부딪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지더군요.
.. 쓰고나니 별 위로 같지도 않네요.
09/09/19 22:47
수정 아이콘
BluSkai님// 제가 괜히 변태.....-_- 숨어서 들을 소식은 다 듣는답니다.;;
올해는 개강직전에 입원하는 바람에 휴학해서 못봤지만 재학중에는 문수저널도 자주 챙겨봤었구요.^^
모쪼록! 몸 건강히 정신은 맑은 상태에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소녀시대김태연님께서도 잘 다녀오세요.
돌아서서
09/09/19 23:10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세요. 군대2년 (요즘은 2년도 아니라죠) 별것 아닙니다. 그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군대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 보면 대게 사회생활도 대충 짐작되는 분들이 다수인 경우가 많으니 사회생활 별 무리없이 하셨다면 군대도 별것 아닐겁니다. 글 적으신거 보니 군대에 대해 약간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신데, 가보면 그 생각이 조금은 변할꺼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그곳도 진심이 통하는 곳이거든요.
어진나라
09/09/19 23:14
수정 아이콘
입대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입대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입대하기 2시간 전에도 럭키스타를 보고 있었고, 입대한 지 2~3일 뒤에도 왜 그렇게 끝났는가 몹시 아쉬워했는데....
(정작 오덕률은 낮아서 유머 코드의 30%도 이해하기 버거웠습니다. ㅜ.ㅜ)
앞으로 군 생활을 어떻게 할 건지 생각도 안 해 보고 말이죠.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 모드였습니다. 그 덕에 입대하고 나서 고생 꽤나 했죠.

그 당시의 저는 부족한 점(사교성 0, 자신감 0, 센스 0 등등...)이 많았기에, 군 생활은 제가 성숙하는 데 많은 계기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예전의 저와 비교한다면, 저는 잘 웃고, 자신감이 있고, 긍정적이죠. 이런 걸 두고 남자가 되었다고 하는게 맞나요? 그렇다고 군대를 가야만 남자가 되는 건 님 생각대로 결코 아닙니다. 남자가 되는 걸 결정하는 건 군필 여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니까요. 제가 성격이 좋아진 건 갈굼(?)으로 단련된 사교성, 센스도 한 몫하지만, 군 생활하면서 틈틈이 읽은 자기계발서가 주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류의 책에서 자주 말하는, '망할지도 몰라'라고 두려워하기보다 '꼭 할 수 있어'라고 자신을 가진다면 군 생활은 물론이고 사회 생활을 하더라도 꿋꿋이, 오히려 즐겁게까지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 말년휴가 나온 병장의 답글이었습니다.

한줄요약 : 저 부럽죠?
밀란홀릭
09/09/19 23:15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저도 군대갈 때 이 말 참 많이했었죠 ^^. 현실은 27사 이기자부대 크리. 크크크.
걱정하지마시구 몸 건장히 잘 다녀오세요.
09/09/20 00:41
수정 아이콘
아이고, 워3 팬 한분이 또 ㅠㅠ
MW.com에서부터 뵈었던 것 같은데.. 에구구..
잘 다녀오세요 ㅠㅠ
온 마음을 다해서 건강하시길 빕니다. ㅠㅠ
09/09/20 01:13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세요~
항즐이
09/09/20 10:15
수정 아이콘
건강하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09/09/20 10:34
수정 아이콘
BluSkai님// 호계.. 가까이 사시네요. 전 연암 사는데..
북구면 다 가까운거 아닙니까 -_-!! 걸어서 한.....두.....시간이면 갈텐데요 뭐
군대 잘 다녀오세요.. 제 동기는 ROTC 안될꺼 같아서 일찍 포기하고 학사장교로 가던데 -_-..
진짜 별거 아닙니다. 2년 다른 세계에 있는다는게 짜증나서 그렇지 (........................................)
테페리안
09/09/20 10:55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세요. 1년만 열심히하면 1년은 편히 지낼 수 있어요. 공기좋은 곳에서 푹 쉬다 온다 생각하세요.
저도 기관지가 많이 안 좋은 편인데, 군대에서 많이 좋아져서 나왔습니다. 물론 서울생활 1년만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CoralEyez
09/09/20 11:28
수정 아이콘
저도 초등학교 다닐때만 해도 '나 군대갈 나이쯤 되면 통일되서 안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던때가 있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도 얼마 안 받고 그냥 어디 잠깐 놀러가는 생각이었습니다.
원체 어려서부터 나와 살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 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편하게 편하게 가시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306 앞에서 부모님도 불편하셔서 제대로 못 드시던 불고기를 끝까지 맛있게 먹었더랬죠..;;
오묘묘묘
09/09/20 15:29
수정 아이콘
저 일병때 이등병이 한 명 들어왔는데, 소년원에 갔다 온 경험이 있다더군요..
그 후임이 가족이랑 통화하는걸 살짝 들어봤는데.. "할만 해~소년원이랑 똑같은거 같아" 라고 하더군요.
소년원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똑같답니다.
09/09/20 19:14
수정 아이콘
잘 다녀오세요~ 몸 건강하시고요-
09/09/20 20:42
수정 아이콘
Camel님// 허억, 문수저널!!!! +_+ 문수인이셨나요 ;;; 아는체좀 하시지 그러셨어요 낄낄낄.
어진나라님// 부럽지 않습니다. (라고 쓰고 넘흐 부럽습니다라고 읽습니다 T_T)
항즐이님// 들어가기 전에 한 번은 뵙고 가려고 했는데... (결혼식에도 못가고 참 죄송합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되면 뵙지요 (_ _)
써니님// 오ㅡ 님도 가깝군요 크크크ㅡ
오묘묘묘님// 저도 소년원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네, 똑같겠지요 (...)

다들 고맙습니다.


(근데 오늘도 군대꿈 꿨습니다. 하아ㅡ 죽겠네요 정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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