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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03 22:15
좋은 시들 감사합니다.
사람마다 노래취향이 다른 것만큼 시취향도 글 취향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글쓴이님의 글 취향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 가 젤 좋아하는 시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입니다^^
09/08/03 22:16
전 개인적으로 김춘수 시인의 '꽃' 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이름이지만 불려졌을 때 비로소 대상에 대한 의미가 부여되는 법이니까요.
09/08/03 22:17
예를 들자면 시를 시 자체로 보지 않고, 분석하고 파헤쳐야 할 몇줄의 텍스트로 취급하던가!
소설 역시 각 단락의 요지 파악, 나아가 주제와 그 주제에 연관된 기타사항 암기등... 이 부분에서 너무나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시를 어려워 하고 멀리 했던 이유가 '시는 읽고 A는 B일꺼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버리니 눈에 들어오지 못 한 것 같았거든요. 대학에 올라오면서 성적에 연연을 안해서 그런지, 과가 국문과라서 그런지 몰라도 시를 일단 편하게 읽게 되었는데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때보다 더욱 와 닿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서정시 하면 저는 여기 자게에서 판님이 추천해주신 기형도 시인의 빈집이 생각나네요.. :) 이 시를 읽고 기형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과제도 기형도 시인에 대해서 다뤘는데 점수도 좋게 주셔서 기억에 남네요. PGR 자게에서 문학 관련 글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09/08/03 22:20
좋아요 너무!!
저도 쳐음에 시를 너무 딱딱하게 접했지만 요즘은 시를 접하는게 많이 부드러워 졌어요. 그래서 시를 많이 보고싶고 접하고 싶은데 아쉬울 뿐이지요.
09/08/03 22:20
이런 글을 보거나,,,가끔 마음에 와닿는 시를 읽게 되면 언제고 시간을 내어 시집한번 읽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이렇게 저렇게,,, 이번에도 생각만 하게 될 것 같네요,,, 제일 최근에는; 조지훈 시인의 민들레꽃? 이란 시가 마음에 와닿더군요,,, 추천해주신 시 꼭 감상해보겠습니다^^
09/08/03 22:21
20대 초반에는 이정하 시인 시가 참 좋다가
중반에는 류시화 시인 시가 참 좋았고 조금 더 지나니까 조병화 시인의 시가 참 좋더군요.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09/08/03 22:32
저도 모르게 개인적이란 단어를 참,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
그래도 개인적 취향이지만...나름대로 공감갈 만한 시들을 추려봤는데... 그래도 어느정도는 공감하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저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아하는 시인들이 바뀌더군요. 그래서 지금 결국엔 '恨'스러운 시들을 구구절절, 그리고 보듬으며! 풀어내는 시들이 좋습니다.
09/08/03 23:29
활동하는 시인 중에 정호승, 심보선, 김경주 시인 등을 특히 좋아합니다.
좋았던 시가 있어 옮겨봅니다. 눈 내리는 내재율 - 김경주 뚜껑이 열린 채 버려진 밥통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들의 운율이 바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쥐들의 깨진 이빨 조각 같은 것이 늦은 밤 돌아와 으스스 떨며 바닥을 긁던,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 같은 것이 양은의 바닥에 낭자하다 제 안의 격렬한 온도를, 수천 번 더 뒤집을 수 있는 밥통의 연대기가 내게는 없다 어쩌면 송진처럼 울울울 밖으로 흘러나오던 밥물은 그래서 밥통의 오래된 내재율이 되었는지 품은 열이 말라가면, 음악은 스스로 물러간다는데 새들도 저녁이면 저처럼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음역으로 열을 내보내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 속으로 뜨겁게 뒤집었던 시간을 열어 보이며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 있다 봄날은 방에서 혼자 끓고 있는 밥물의 희미한 쪽이다.
09/08/04 00:15
역시 저는 아직까지 수능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한건지..
본문과 리플에 언급된 시 중 박목월 - 하관 밖에는 잘 모르겠네요. 부디 앞으로의 중고생은 저처럼 되지 않고 많은 시문학을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에서 자라나길 바랍니다.
09/08/04 00:23
어떤 시 였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제 가슴에 박힌 구절이 있네요..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정말 내가 누더기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뒤통맞은 기분이었던...
09/08/04 00:28
처음으로 시라는 것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시지만 pgr여러분들께 읽어보시라고 옮겨봅니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는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장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던지 지금도 궁금하네요..
09/08/04 00:29
저도 참 시에는 무관심했는데 요즘 마정길 시인님 시를 접하면서 조금씩 관심가지고 있습니다.
그 짧은 몇마디로 사람의 오묘한 마음을 표현하는걸 보면 시란건 정말 대단한 듯 합니다.
09/08/04 00:55
먼훗날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09/08/04 08:45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수능에도 나온만큼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요. 고단한 삶을 극복할 의지를 주는 시입니다.
김영승의 '반성100'도 강력 추천합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을 저는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샅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09/08/05 11:07
Robbie님// 저도 항상 좋아하는 시고, 선물로 많이 사주던 시집이 곽재구 시인의 시집이였어요. 더불어 "아버지의 땅"이라는 소설하고 같이.. 오랫만에 보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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