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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03 22:01:40
Name 별마을사람들
Subject [일반] [문학 - 시] 개인적으로 뽑은 국내 최고의 서정시 3편
안녕하세요~ 별마을사람들입니다.

밑에 팟저님의 글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댓글 몇마디 남기려 했으나 팟저님이 언급한 순수문학에 관련하여,
개인적이지만 여러 회원님들께 혹시라도 도움, 혹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로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9년 가까이 이 곳 자유게시판을 들락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문학관련 게시글이 별로 올라 오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게임과 문학은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솔직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0대후반부터 20대, 그리고 30대 이상까지 두루 드나드는 이곳 PGR21이란 곳에서,
문학관련 글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이곳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으로 사회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되었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시를 시 자체로 보지 않고, 분석하고 파헤쳐야 할 몇줄의 텍스트로 취급하던가!
소설 역시 각 단락의 요지 파악, 나아가 주제와 그 주제에 연관된 기타사항 암기등...

10대, 20대 감수성 아주 예민한 시기 아닌가요?
대부분의 첫사랑이 이 즈음에서 이루어지고
쓰디쓴 인생의 맛을 이쯤에서 많이 경험하게 되죠.
물론 그럴 겨를 조차 없이 어렵게 생활을 헤쳐나가는 분들도 있을테고...
그리고 다른 이유로그런 감흥조차 느끼지 못하는 약간(?) 안스러운
분들이 계시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역시 20대에 첫사랑...은 아니고 그냥 무지하게 아팠던 짝사랑 ㅠ.ㅠ 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각종시험이라는 명목으로 봉인 되었던 감수성이 살아나면서...
그리고, 마침 때 맞춰 다가왔던 시들을 읽게 되면서 늦게나마 문학, 특히 시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나와 같이 아픔을 공감했던 여러 시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에 말씀드린 팟저님의 순수문학 언급에 관련하여
현재 지면을 빌어 개인적으로 가장 서정적인 현대시 3편을 나름대로 뽑아볼 용기를 내었습니다.



1.
작은 고통의 노래
                          - 홍신선



내 죽은 뒤

죽어서 무겁던 육괴(肉塊) 다 벗은 뒤에도

내가 너를 사랑하던

마음 하나만은

다시

꺼진 연탄재들 서먹서먹 넋 빼고 쌓여 있는

그때 그 광화문 골목들로

싸락눈 몇이 아픈 몸 마지막으로 깨뜨리던

그때 그 찻집 문턱가로

어슬렁거릴 것이니




네가 부르면

대답하리라

오오냐 오오냐

땅 위 침묵하는 모든 것들로

따끔따끔 뼈를 끊듯이

대답하리라

안보이는

환한 꿈과 고통을 살 속에 넣고 사는


북위 37.5도 동경 127도의 서울로 살아서

대답하리라




- 죽어서 육체가 다 썩어 없어지더라도 당신을 사모하던 마음만은 죽지 않고
세상에 남아서 당신이 있던 자리, 당신이 힘들어 하던 자리, 당신이 고통스럽던 순간,
...그리고 당신과 내가 함께 했었던 그 추억 속의 장소를 어슬렁거리겠다는 내용입니다.
지독한 스토커죠 -_-;;;
그러나 착한 스토커입니다. '네가 부르면 대답하리라!' 부르지 않으면 그냥 아무도 모르게...
당신도 모르게 혼자서 지킬 뿐입니다.



2.
恨(한)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마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前生의 내 全설움이요 全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 우리 민족의 가장 대표적인 정서인 한!
그 '한'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멋들어지게 쓴 시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시인들 중에 마지막 서정시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고 박재삼 시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분위기는 위에 소개한 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 죽음 이란 전제 - 시를 다시금 되새김질 해 보자면...
위에 소개한 시보다 훨씬 더 슬프게 느껴집니다.
박재삼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강' '아득하면 되리라' 등을 추천합니다.




3.
冬柏(동백)꽃
                             -이수복(李壽福)



동백꽃은

훗시집간 순아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눈 녹은 양지쪽에 피어

집에 온 누님을 울리던 꽃



홍치마에 지던

하늘 비친 눈물도

가냘피고 씁쓸하던 누님의 한숨도

오늘토록 나는 몰라......



울어야던 누님도 누님을 울리던 동백꽃도

나는 몰라

오늘토록 나는 몰라......



지금은 하이얀 촉루가 된

누님이 매양 보며 울던 꽃

빨간 동백꽃.



-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수복님의 시는 이것 밖에 모릅니다. ㅠ.ㅠ
처음 읽고 한눈에 반해서...정말이지 며칠 동안 외우고 다녔습니다.
제겐 위로 누님이 세 분 계셨는데 그 누님을 생각하면 아파지는 마음을 위의 시로 달랬었죠.
며칠전 자유게시판에 어떤 분이 서정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를 인용하였었죠.
저를 키운 건 팔할이 누님입니다.
저랑 15살 차이도 더 나는데,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버스안내양을 하다가 자살하셨죠.
가고 싶은 학교도 못 가고 저를 돌봐야 했고, 제가 국민학교 입학 수속과 입학식을 어머니 대신 지켜봐 주셨죠.
박노해 시인의 시에 곧잘 등장하는 그 예전... 한스러운 대한민국 누이들의 대표적인 초상이셨습니다.
물론 저도 왜 누님이 울어야 하는지 저도 모릅니다.
오늘토록 저는 모릅니다...
모...모릅니다...

그래서 이 시를 정말 좋아합니다.





더 좋은 시들이 눈에 밟혀서...추스리다, 추스리다가 결국 세편을 골라봤는데 세편 가지곤 어떤 무언가를 표현하기엔 너무 좁네요.


송수권 - 산문에 기대어
박목월 - 하관
이동주 - 혼야
고운기 - 부자서신
등등...

P.S
시는 고통속에서 피어나는 꽃과도 같습니다.
가끔 천재적인 시인들이 출현하여 미처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까지도 상상력, 혹은 간접 경험으로 감동적인 시를 풀어내기도 하지만...
가장 진실한 시는 그 시인의 진솔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바닥까지 기어 본 그 자신의 처절함의 표현이...'시'이면서 인생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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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flying
09/08/03 22:15
수정 아이콘
좋은 시들 감사합니다.
사람마다 노래취향이 다른 것만큼 시취향도 글 취향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글쓴이님의 글 취향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 가 젤 좋아하는 시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입니다^^
一切唯心造
09/08/03 22:16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김춘수 시인의 '꽃' 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이름이지만
불려졌을 때 비로소 대상에 대한 의미가 부여되는 법이니까요.
09/08/03 22:17
수정 아이콘
예를 들자면 시를 시 자체로 보지 않고, 분석하고 파헤쳐야 할 몇줄의 텍스트로 취급하던가!
소설 역시 각 단락의 요지 파악, 나아가 주제와 그 주제에 연관된 기타사항 암기등...

이 부분에서 너무나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때 시를 어려워 하고 멀리 했던 이유가 '시는 읽고 A는 B일꺼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어버리니 눈에 들어오지 못 한 것 같았거든요. 대학에 올라오면서 성적에 연연을 안해서 그런지, 과가 국문과라서 그런지 몰라도 시를 일단 편하게 읽게 되었는데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때보다 더욱 와 닿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서정시 하면 저는 여기 자게에서 판님이 추천해주신 기형도 시인의 빈집이 생각나네요.. :)
이 시를 읽고 기형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과제도 기형도 시인에 대해서 다뤘는데 점수도 좋게 주셔서 기억에 남네요.

PGR 자게에서 문학 관련 글이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09/08/03 22:20
수정 아이콘
좋아요 너무!!
저도 쳐음에 시를 너무 딱딱하게 접했지만 요즘은 시를 접하는게 많이 부드러워 졌어요.
그래서 시를 많이 보고싶고 접하고 싶은데
아쉬울 뿐이지요.
09/08/03 22:20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보거나,,,가끔 마음에 와닿는 시를 읽게 되면 언제고 시간을 내어 시집한번 읽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이렇게 저렇게,,, 이번에도 생각만 하게 될 것 같네요,,,

제일 최근에는; 조지훈 시인의 민들레꽃? 이란 시가 마음에 와닿더군요,,,

추천해주신 시 꼭 감상해보겠습니다^^
앨런아이버슨
09/08/03 22:21
수정 아이콘
20대 초반에는 이정하 시인 시가 참 좋다가

중반에는 류시화 시인 시가 참 좋았고

조금 더 지나니까 조병화 시인의 시가 참 좋더군요.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별마을사람들
09/08/03 22:32
수정 아이콘
저도 모르게 개인적이란 단어를 참,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
그래도 개인적 취향이지만...나름대로 공감갈 만한 시들을 추려봤는데...
그래도 어느정도는 공감하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저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아하는 시인들이 바뀌더군요.
그래서 지금 결국엔 '恨'스러운 시들을 구구절절, 그리고 보듬으며! 풀어내는 시들이 좋습니다.
별헤는밤
09/08/03 23:29
수정 아이콘
활동하는 시인 중에 정호승, 심보선, 김경주 시인 등을 특히 좋아합니다.
좋았던 시가 있어 옮겨봅니다.

눈 내리는 내재율 - 김경주

뚜껑이 열린 채 버려진

밥통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들의 운율이

바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쥐들의 깨진 이빨 조각 같은 것이

늦은 밤 돌아와 으스스 떨며

바닥을 긁던,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 같은 것이

양은의 바닥에 낭자하다



제 안의 격렬한 온도를,

수천 번 더 뒤집을 수 있는

밥통의 연대기가 내게는 없다

어쩌면 송진처럼 울울울 밖으로

흘러나오던 밥물은

그래서 밥통의 오래된 내재율이 되었는지

품은 열이 말라가면,

음악은 스스로 물러간다는데

새들도 저녁이면 저처럼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음역으로

열을 내보내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



속으로 뜨겁게 뒤집었던 시간을 열어 보이며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 있다

봄날은 방에서 혼자 끓고 있는

밥물의 희미한 쪽이다.
은빛사막
09/08/04 00:09
수정 아이콘
홍신선님의 시가 너무 좋네요.
별마을 사람들님 좋은 시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는강하다
09/08/04 00:15
수정 아이콘
역시 저는 아직까지 수능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한건지..

본문과 리플에 언급된 시 중 박목월 - 하관 밖에는 잘 모르겠네요.

부디 앞으로의 중고생은 저처럼 되지 않고 많은 시문학을 접할 수 있는 교육환경에서 자라나길 바랍니다.
BetterThanYesterday
09/08/04 00:23
수정 아이콘
어떤 시 였는지 기억은 나질 않지만 제 가슴에 박힌 구절이 있네요..



육신이란 바람에 굴러가는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영혼이 그 위를 지그시 내려누르지 않는다면...




정말 내가 누더기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뒤통맞은 기분이었던...
09/08/04 00:28
수정 아이콘
처음으로 시라는 것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시지만 pgr여러분들께 읽어보시라고 옮겨봅니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는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장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왜 그렇게 눈물이 흐르던지 지금도 궁금하네요..
스푼 카스텔
09/08/04 00:29
수정 아이콘
저도 참 시에는 무관심했는데 요즘 마정길 시인님 시를 접하면서 조금씩 관심가지고 있습니다.
그 짧은 몇마디로 사람의 오묘한 마음을 표현하는걸 보면 시란건 정말 대단한 듯 합니다.
글쎄..
09/08/04 00:55
수정 아이콘
먼훗날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몽정가
09/08/04 01:44
수정 아이콘
유치환 시인의 '행복' 슬그머니 추천하고 갑니다.
09/08/04 08:45
수정 아이콘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수능에도 나온만큼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요. 고단한 삶을 극복할 의지를 주는 시입니다.
김영승의 '반성100'도 강력 추천합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을 저는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샅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LightColorDesignFram
09/08/04 09:48
수정 아이콘
글곰님//
아.. 오래간만에 읽었는데 이 시 좋네요.
고딩때는 왜 이런 맛을 몰랐을까요?
땅과자유
09/08/05 11:07
수정 아이콘
Robbie님// 저도 항상 좋아하는 시고, 선물로 많이 사주던 시집이 곽재구 시인의 시집이였어요. 더불어 "아버지의 땅"이라는 소설하고 같이.. 오랫만에 보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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