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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03 12:36:00
Name 블랙독
Subject [일반] 테러와 저항의 차이는 무엇인가? -바더마인호프
요즘 비주류 영화들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습니다.
원래 마이너한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주변에 같이 보러갈 사람도 없고(아아;;; 이래서 더 안생기는건가)
오히려 이런 영화들은 집에서 다운받아서 보면서 블록버스터만 극장가서 보는(아무래도 같이볼사람 구하기도 쉽습니다) 그런 영화광이었죠.
그러다가 저번에 트랜스포머의 무차별 극장점령사태 때문에 보고싶었던 몇몇 영화들을 놓지고 나서는
오히려 작은영화를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고나서 작지않은 감동을 얻고 있습니다.

바더마인호프도 입소문을 듣고 무려 대학로까지 가서 관람했습니다.
저는 사는곳이 신촌이라 영화보러 지하철을 탄다는 것이 마냥 불편하더군요 ^^;;
아무튼 그렇게 보게된 바더마인호프는 가슴속에 묵직하게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바더마인호프는 독일 적군파라고 불리는 반정부무장저항단체의 성립과 몰락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본 느낌은 '블러디선데이'랑 느낌이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다루는 사안이 역사적 사건인데다가
메마르고 차갑게 그저 응시하듯 연출한 덕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뭐 영화얘기는 이쯤하고 원래 하던 얘기를 해야겠네요. (이정도면 스포없다고 봐도 되겠죠 ^^?)

영화 초반에 이란왕조방문거부 시위장면을 보면서 요즘의 우리와 무언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민중에 반하는 정부와 그 정부에 동조하는 세력들, 그리고 정부의 꼭두각시를 하고 있는 경찰과 그들에 편승한 거대언론까지...
어쩌면 적군파라고 하는 폭력적 저항단체의 등장은 당시의 역사적 사안에 필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폭력적 저항이라는 것이 상식적인 면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평화를 바라는 것은 모든 이들의 소망이고, 어떤 이유에서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윤리니까요.

그렇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폭력적 저항이 권력에 치우쳐가는 사회에
소크라테스가 말한 '등애'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돌아가셨고, 미디어법, 금산법 등이 날치기로 통과가 된 지금
대학생들은 데모하지 않고 뭐하고 있냐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의 소리가 들리는 지금
우리에게도 '등애'가 있었다면, 아니 '등애'가 등장해야할 역사적 필연 앞에 놓인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건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적절한 윤리적 기준이 있다면('인명살상은 금한다'와 같은) 이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고 보시나요?

...왠지 내가 비겁한 겁쟁이가 아닌가 전 그런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 9.11 테러이후 모든 폭력적 저항이 나쁜 이미지로만 굳혀진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덧2. 바더마인호프의 명대사  1.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2. 더러운 쥐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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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03 13:24
수정 아이콘
누군가를 해친다는 것이 일단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것을 배제하고 생각한다면 테러와 저항의 차이는 알카에다와 일제시대의 독립투사의 차이가 아닐까요

알카에다는 상대국가의 불특정다수를 살상하지만 우리나라의 열사와 의사분들은 당시 일본제국의 수장이자 우리 민족에 칼을 겨누는 이들에게만 폭탄을 던진걸로 알고있습니다.
NeverEverGiveUP
09/08/03 14:01
수정 아이콘
영화 참 볼만했죠?
영화 초반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경찰들과 어깨들에게 화염병을 던지고 싶다가도,
영화 중반 들어서면서 보이는 무자비한 테러에 정말 객관적인 '정의'라는게 과연 존재하나 싶기도 하고,,
거기다 불안정한 우리나라 정국을 비추기도 하는 장면도 많아 참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였습니다.
그럼에도 엄청나게 퍼부어대는 총소리와 터져나오는 핏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정말 추천하고픈 영화입니다.
09/08/03 15:34
수정 아이콘
테러는 단지 테러일뿐 모든 테러가 악이다라는 생각은 강자들의 오만과 위선일 뿐이죠.
모든 테러를 부정한다면 독립투사들의 항일무장투쟁조차 부정하는 것이 되고요.

강자가 무력으로 억압할때 약자는 역시 무력으로 저항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게 바로 테러라는 수단이 되겠죠.
다만 약자를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실체를 테러의 대상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하는 하는 테러는 또다른 폭력일 뿐이겠죠.

알카에다라는 조직의 활동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관없는 죄없는 사람들까지 죽인다는 것은 문제가 되죠.
09/08/03 22:16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영화 봤습니다 ... 굉장히 중립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독일영화 사상 최대규모의 제작비라고 하는데요... 솔직히 그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모르겠네요.. 보고나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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