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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05 13:04:14
Name 스킨로션
Subject [일반] 간절해요... 응원이 필요합니다.

몇년만에 피지알에 남기는 글입니다.


1.
저는 싫었습니다.
질문 게시판에 연애 관련 질문을 남기시는 분들.. "이럴땐 어떻게 해야되나요", "힘듭니다 도와주세요"
저는 "아니 저런것 까지 물어보고 해야되나? 자기가 알아서 잘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2.
저는 10년넘게 남쪽의 지방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몇달전에 학교를 휴학하고 분당으로 올라왔습니다.
해외 어학연수를 준비하러 사촌형이 사는 집에 얹혀 회화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제가 살던곳에는 20대를 위한 회화 학원이 없거든요.
제가 꼭 필요 한건 영어 였고 8월쯤에 해외로 나갈 생각입니다.


3.
저는 20대 들어서 연애를 해본적이 없습니다.
군 전역하면 모든게 다될거 같았는데 그건 생각일 뿐이더군요.
특히 저는 저의 외모가 컴플렉스였어요.
작은키 동안인 얼굴 대부분이 제 나이를 말하면 깜짝 놀라요.
고3이라고 해도 믿겠다고 누나들이 이뻐하겠다고, 그렇지만 그거랑 연애랑은 좀 거리가 있죠.
아 참 저는 24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문제 없었는데 20대에 접어드니 외모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성격도 한 몫을 했어요


4.
학원에는 아주머니, 할머니, 학생 여러부류가 많았습니다.
아 남쪽에서 살다가 수도권쪽으로 와보니 아가씨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주머니들도 이쁘시더군요.. 후덜덜.. 여름에 가까워질수록 눈이 행복해집니다^^


5.
5월 개강이 시작 되었습니다. 반이 바뀌고 어느날 동갑인 아가씨 한명이 새로 들어왔어요.
!!!

전 사랑이 먼지 몰랐습니다.
연애를 해보긴 했지만 아 정말 사랑한다 이런건 뭔지 몰랐거든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연애 이야기가 나와서 친구들이 아 힘들다 이러면
저는 "머라카노 개뿔 쇼를 해라 좋아하면 가서 좋다고 말하면되지 머가 그리 어립노 내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가서 말할수 있귿다"라고 말했었죠


6.
그녀는 착해요.
차분한 말투 선한 얼굴 누가봐도 착하다는걸 단번에 알수 있어요.
지방에서 맨날 쌩 사투리만 쓰다가 서울말 들으니 더그런걸수도 있어요.
같이 수업을 하면서 다른사람들과 함께 대화는 많이 했어요.
근데 폰 번호 하나 물어보기도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사람들 있는곳에서 번호좀 알려주세요 할수도 없고, 몇번을 수업 마치고 뒤따라 갔습니다.
크크크 상상속에서는 그렇게 쿨하게 되던것이 뒤따라가서는 심장이 터질것 같고 말을 할수가 없더군요. 제가 너무 작아지는거 있죠. 크크크 T.T
따라가서 그냥 되돌아 오는 일상이 반복되고 그럴때마다 내가 왜이렇게 못났을까 하는 생각이 끝없이 들더군요.
"아 XX꿈" 이 개그가 그렇게 마음에 와닿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오늘...


7.
오늘은 말해야지.. 오늘은 말해야지 하던것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teacher : "Do you have anyplan this weekend?"
she : "I am going to have first blind date this weekend"
아......이럴수가.. 그녀가 처음으로 소개팅을 할꺼라네요.. 주말에..
오늘은 꼭말해야겠다. 꼭. 이대로 짝사랑만 하다가 끝낼순 없잖아.. 제가 8월에 나간다는건 알지만 이대로 말안하면 평생 후회 할꺼 같더라구요..
수업 마치고 뒤따라 갔어요. 그냥 본능적으로.
심장이 그렇게 뛸수가 없더군요. 구두 가게에 들어가더군요. 나올때까지 기다렸어요. 결국 말했어요. 따라가서.  
"저.. 같이 점심이나 먹고 영화나 보실래요?"
"어!? 여기까지 따라오셨어요^^ 아 그런데 오후에 약속있는데 사실 소개팅 오늘이여서"
"그럼 내일은 안되요?"
"아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러지 말고 다음주에 평일에 같이 밥먹어요"
"네.. 오늘 소개팅 꼭 잘안되길 기도 할꼐요T.T"
"아..^^ 여튼 다음주에 같이 밥먹어요"
그렇게 폰번호를 교환하고 집에 왔어요.
아직 연락은 안해봤습니다. 사실 이름도 몰라요. 학원에서는 영어 이름을 쓰거든요 애슐리 라고..


8.
결론은 몇시간 뒤면 그녀가 소개팅을 할꺼에요.
제가 잘되게끔 소개팅 망하게 기도 좀 해주세요 T.T
소개팅에 진상남이 나오길...
정말 간절합니다.
정말 몰랐는데.. 이상황에 처하고 보니 1번에 쓰신분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군요. 죄송합니다. 근 한달동안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지금도 짝사랑 하시고 계신분들 꼭 가서 말하세요.
저처럼 될지도 몰라요. 물론 쉬운게 아니라는거 너무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글솜씨도 없는데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전 꼭 솔로부대 탈영할껍니다. 너무 오래있었어요.
다음에 후기 올릴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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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m I?
09/06/05 13:07
수정 아이콘
아...이러면 안되는데 뭔가 재미있...(으응?)

아자아자 화이팅!^^ 봄을 넘어서서 여름이네요. 아아 사랑이어라~
09/06/05 13:07
수정 아이콘
맑은 물 한사발 떠다놓고 고이 빌어드리오리다.

힘내세요~!^^
스웨트
09/06/05 13:09
수정 아이콘
화이팅~

그러나.. 내 가슴속 한켠에 쓸쓸함은 뭐지..
The HUSE
09/06/05 13:10
수정 아이콘
잘되길 빌어요...
24살...참 좋은 나이네요. ^^

p.s : 서울말 쓰는 여성분이 모두 착한건 아니랍니다. '
지방의 쌩 싸투리 쓰시는 여성분이 더 착할 수도. ㅡㅡ''
눈팅만일년
09/06/05 13:15
수정 아이콘
힘내시고...

작은 키에 동안이라도 연애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시길^^
키보디스트
09/06/05 13:17
수정 아이콘
스킨로션님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마음이 부럽기도 하네요.
그런 기분 느껴본게 언제였는지도 잘 모르겠고....
암튼!!!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
THE CHEF
09/06/05 13:20
수정 아이콘
아 이러면 안되는데 너무 재밌네요...!!
소개팅에 진상남이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스킨로션
09/06/05 13:22
수정 아이콘
아 댓글주신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정말 긴하루가 될거 같에요^^
09/06/05 13:39
수정 아이콘
소개팅은 안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혹여 만나고 있다고 해도 금방 깨지는 경우가 많으니 찬찬히 기다려보세요.
아니면 스킨로션님께서 적극적으로 깨지게 하는 촉매제가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흐흐..
WizardMo진종
09/06/05 13:41
수정 아이콘
질게로~ 하려다가 글내용이 너무 길어서 도저히 질게 가란말을 못하겠네요;;; 그냥 잘하란 말밖에... 그리고 진상남 나온다고 그분이 님께 되는게 아닙니다. 연애는 방해하는 게임이 아니라 쟁취하는 게임입니다.
09/06/05 13:42
수정 아이콘
스킨로션님의 첫인상이 나쁘진 않았나봐요!
그리고 소개팅남이랑 잘되도 걱정마세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갑니까?
하긴 골기퍼 안하고 골만 줄창 넣는게 더 좋은거긴 한... (퍽)
난다천사
09/06/05 13:43
수정 아이콘
시간과 장소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깽판이라도 치겠습니다..-_-;;

잘되길 빌어요...-0-/~
09/06/05 13:46
수정 아이콘
연애관련글이 제일 재밌는것 같아요
GrayScavenger
09/06/05 13:50
수정 아이콘
아...이러면 안되는데 뭔가 재미있...(으응?) (2)

잘되시길~
더블인페르노
09/06/05 13:56
수정 아이콘
아..무지 재밋는데요 하하
문득..그 소개팅 남이 PGR 회원이라면 ^^;

쿨희님// 골키퍼가 골먹어도 보통 교체는 안하죠 ^^;

그나저나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삽마스터
09/06/05 14:11
수정 아이콘
와~ 재미있는 글이네요. 연애상담글이라고 보다는 그냥 자게에 어울릴 법한 글이네요. 소개팅 잘 안될 거에요~ 걱정마세요~
09/06/05 14:20
수정 아이콘
화이팅~~

그런데 8월이면 얼마 남지도 않으셨네요..
달려라투신아~
09/06/05 14:29
수정 아이콘
몇시간뒤 질게에는 '소개팅녀와 잘되는 법'이라는 글이 올라오는데...

^ ^;; 언제나 고백은 떨리는 법이죠 화이팅입니다!!
Zakk Wylde
09/06/05 14:46
수정 아이콘
아니 어딜가시겠다는거에요?

가실거면 저도 좀 구원해주세요...
내일은
09/06/05 14:51
수정 아이콘
스킨로션님// 님이 확실히 맘에 드셨다면 소개팅도 취소했을텐데, 소개팅에 나가는 것 자체가 일단 불안요소군요.
소개팅 끝나자 마자 전화나 문자 러시 들어가는 전략 추천합니다. 연예는 타이밍 러시!!!
09/06/05 15:01
수정 아이콘
전 내일은님 의견은 반대입니다. 밥먹기 전까지 문자나 전화러쉬 하지 마세요. 찌질해 보이고 당하는 입장에서 완전 짜증납니다.

연애는 사기랑 비슷한겁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염정아씨가 사기에 관한 소견을 나래이션 처리한게 있는데 연애는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철저한 심리전입니다.
내가 그녀에게 무엇을 해 주느냐가 중요한것이 아닙니다. 나의 행동에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는지가 더욱 중요하지요.
결론은 그녀가 어떠한 반응을 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이끌어 내도록 낚는것! 이게 중요한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어느날 생판 모르는 남자가 내 스케쥴은 고려도 안하고 영화보고 밥먹자고 합니다. 당연히 거절이죠.
영화보고 밥먹으면 반나절이 날아가는 걸요. 그래도 맘에 드신것 같네요. 밥먹자고 하는거 보면요. 아무나하고 밥먹을 순 없죠?
일단 첫인상 나쁘지않아서 'OK~' 했는데 그런다고 자기가 무슨 남친인냥 전화하고 문자하고 이럼 부담되고 짜증나겠죠.

그리고 절대 소개팅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마세요. 잘됐냐느니 안됐냐느니 이런건 절대 관심없는척 하세요.
'그 남자랑 잘되지 마세요 징징~'
이런다고 그 남자랑 안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직 소개팅한것 뿐인데 뭐 될것도 없잖아요? 잘되봤자 호감정도?

여자분은 아마 '소개팅 2번하게 되버렸네'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소개팅 하시는것 보면 여자분도 외로운거겠죠?
오히려 더 잘된걸 수도 있죠. 만약 소개팅남보다 훨씬 잘 리딩하시기만 한다면 비교우위가 되서
혼자 잘하는것보다 더 잘하는것처럼 보일테니깐요. (비교가 되면 설득당하기 더욱 쉬워진답니다)
09/06/05 15:09
수정 아이콘
절대, 소개팅에 대해서 과도한 관심이나 조바심을 보이면 안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자는 자기에게 매달리는 남자보다 자기가 매달리는 남자를 좋아합니다.(나한테만 그랬나) 우선 차분하게 지금당장은 가슴하프시겠지만, 서서희 접근하시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LunaticNight
09/06/05 15:12
수정 아이콘
아.. 소개팅 망하게 해달라는 상큼한(?) 부탁이라니요.. 큭큭.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아 물론 스킨로션님한테요..^^
09/06/05 15:20
수정 아이콘
영웅님// 헛! 리플수정중이었는데 저랑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
건가타
09/06/05 15:24
수정 아이콘
이럼 안되지만..재미있다;;;

흥미진진한걸~~~~~~~~

진상남 나올겁니다~~~!!!
스킨로션
09/06/05 15:24
수정 아이콘
쿨희님// 덜덜덜 고수이신것 같네요

연애 질문글은 아니였지만 이렇게 상세하게 알려주시니 감사해요^^
Zakk Wylde
09/06/05 15:31
수정 아이콘
스킨로션님// 후기 올려주세요.

저는 다른 사이트에서
'차분한 말투 선한 얼굴 누가봐도 착하다는걸 단번에 알 수 있는 아가씨랑 소개팅을 했습니다' 로 시작하는 글을 모니터링 해보겠습니다.
스킨로션
09/06/05 15:34
수정 아이콘
Zakk Wylde님//
^^;; 네 다음주에 같이 밥먹게 되면 바로 후기 올리겠습니다.
저도 모니터링을 해봐야겠네요...
밑힌자
09/06/05 15:37
수정 아이콘
덜덜덜
수호르
09/06/05 15:40
수정 아이콘
이거.. 스토리가 슬슬 흥미 진진 한걸요..;;
후기 필수!!
09/06/05 16:09
수정 아이콘
후기 안올리면 초풍먹을 분위기...
올리면 안생기는 사람들에게 초풍맞을게 뻔한데...
세미기픈
09/06/05 16:24
수정 아이콘
서서히 접근하다보니 출국!!!

좋을때네요. ^^ 잘되시길 바랄께요. 근데 왠지 잘되면 해외 안나갈듯.. 하핫!!

아.. 나도 막 제대하던때로 돌아가고 싶다. ㅜ.ㅜ
허공의눈물
09/06/05 16:39
수정 아이콘
비나이다~ 비나이다 진상남이 나오게 하소서~\=__=/
행복한 날들
09/06/05 18:29
수정 아이콘
미리 잡혀있던 소개팅을 급 취소한다면 주선자분께 그 여자분이 참 미안해지는 상황일테니
이건 크게 걱정안하셔도 될거 같네요..

화이팅!! 하세요!!!

그 여자분과 함께 해외로 나가시는(응??) 해피엔딩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미남주인
09/06/05 19:58
수정 아이콘
꽃다운 나이네요. 무엇이건 바라는 대로 해볼 수 있는 나이라는 의미도 되구요. 꼭 좋은 소식 전해주실 일이 생기길 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저씨가 되어가는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네요...ㅠ.ㅠ(그냥 오빠, 형 이래도 될텐데 꼭 아저씨라고 하는 사람들이 넘 미워요.)
스킨로션
09/06/05 20:29
수정 아이콘
응원해주신 모든분들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힘이 나는것 같네요^^
재수니
09/06/05 23:11
수정 아이콘
2ch 쓰레드?
아 물론 잘 될 것입니다
치토스님도 성공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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