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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9 18:04:30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謹弔] 내 마음속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에게
노제를 마치고 영구차가 화장장으로 떠난 지금까지도
저는 당신이 더 이상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믿기 싫어도 믿어야 할 현실이지만, 머리는 알되 가슴이 거부합니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을 전해들은 가슴이 비수에 찔린 듯 아픕니다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을 학살한 이들도 자기 명대로 아주 잘 살다가
더러는 박수받고 칭송받고 떠나고 더러는 아직도 꼬장꼬장하게 살아있는데
헌정을 빙자한 쿠데타에 희생당하고 더러운 정치보복에 상처 입은 당신은
어째서 이 세상에 있지 않고 검은 액자 속에 담겨 계신 것인가요


자살이라는 방법을 혐오하며 찬성하지 않는 저에게조차 당신의 서거는 애통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자살이라는 방법을 용서할 수는 없되 이해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당신이 서거하기까지 벌어진 당신을 둘러싼 악랄하고 치졸하고 비열한 행동들 때문입니다


당신을 바위 위로 올려보내는 데에 일조한 언론들이 지금 몇이나 사과를 했던가요
당신을 바위 위로 잡아끌고간 검찰 간부들은 왜 말이 없는 것인가요
당신을 바위 위로 떠밀어놓은 위정자들에게 인간의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가요

믿는다는 자들이 믿지 않는 자들의 비열함을 어찌하면 그렇게 잘 받아들이고
주 안에 있다는 자들이 패역한 자들의 악랄함을 어찌하면 그렇게 잘 흉내냈으며
법과 원칙에 의해 판단한다는 자들이 신의 저울을 어떻게 그렇게 굽혔을까요

당신의 면전에서까지 예를 모르고 깽판치는 보수라고 쓰고 수구라고 읽는 것들과
촛불과 노란색과 대나무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만고의 겁쟁이들 틈바구니에서
당신은 어떻게 대통령 임기 5년을 견디셨는지 하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예수를 믿는다 떠드는 정치인들, 신앙의 인연을 강조하는 어떤 위정자들보다
당신이 더욱 예수님과 가까운 모습으로 사셨습니다
말로만 민생을 떠드는 정치인들, 목도리 하나 덮어주고 생색낸 위정자들보다
당신이 더욱 대한민국 서민의 민생을 생각하셨습니다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권위를 방패삼고 대화하고 나눌 줄 모르는 자들과는 달리
당신은 권위를 버리고 창칼에 찔리면서도 대화를 선택하셨습니다
강한 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는 밟아버리고 두들겨 패는 자들과는 달리
당신은 약한 자에게 약했고 강한 자에게 강함을 보여주려 하셨습니다


그들이 팽개친 대통령 대접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이 거부한 예의와 상식 제가 머리에 담고 살겠습니다
그들이 듣지도 보지도 않으려던 당신의 가치 제가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그들이 지우려 해도 저와 다른 이들에게 새겨진 당신의 잔영을 못 지우게 하겠습니다

당신께서는 잊으시기 바랍니다

가시는 길까지 모욕과 굴욕을 주기 위해 온갖 협잡질을 하던 그들의 악랄함은
당신 대신 제가 살아 있는 시간 동안 마음에 담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단 검은 리본을 가는 이를 위해 다시 달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계셨던 시간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여.
작별의 인사 대신 당신이 생전에 보여준 흐뭇한 미소를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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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메지션
09/05/29 18:13
수정 아이콘
지금 장로라고 하는 대통령보다는 훨씬 더 예수님의 삶을 닮은분이었습니다.
약자의 편에서 약자를 생각할 줄 아셨던 분이죠.....

사랑합니다.
이제는 그곳에서 푹 쉬세요.....
09/05/29 18: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늘을 잊지않고 반드시 썩어빠진 언론과 정치인, 정부를 심판하는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부디 헛되지 않도록...
소닉블루
09/05/29 18:46
수정 아이콘
오늘 노제까지 다녀온 후 집에 들어왔습니다. 노제에 참석하는 동안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 분이 돌아가신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사실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에 지지자 보다는 반대자에 가까운 입장이었습니다.
고향이 김해인 친구가 절친인지라 이에 대해 정말 많은 논쟁이 있었고 제 논지는 이 것이었었죠.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말의 진정성이나 그 의도의 순수함에 대해선 동의할 수 있고 공감한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옳은 말만 할 수 있는 정치학 교수가 아니라 실제 결과를 만들어내야하는 현실의 대통령이다.
고로 현실에 존재하는 구체제의 질서 - 앙시앙 레짐 - 을 탓해서만은 대통령의 길이라고 할 수 없다.'

휴. 고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 이명박 쓰레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터 제가 주장했던 저 논지가 얼마나 배부른 주장이었는지 뼈저리게
알게되더군요.

살아생전에 정적이었을 수도 있고 자기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사람의 죽음앞에서조차 반성할 줄 모르고, 최소한 반성 혹은 위문하는 척할 줄도 모르는 이명박 정권을 보면서
가슴이 막혔던 이유는 단순히 오늘의 더위탓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할 말은 많고 가슴도 답답해지는 날입니다.
정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나야만 하는 존재일까요.

가시는 길 이제는 털어놓으시고 극락왕생하시길 바랍니다.
연아동생
09/05/29 19:03
수정 아이콘
당신이 있던 5년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은 안계십니다.. 대신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당신이 평생을 걸고 지키려했던 당신의 그뜻.. 이제 우리가 받들겠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부끄럽지만 이제야 당신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네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좋은생각
09/05/29 19:07
수정 아이콘
사랑합니다. 잊지않을게요. 절대로..
자유로운영혼
09/05/29 22:37
수정 아이콘
전 당신덕에
하늘을 볼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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