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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7 04:21:12
Name 시현
Subject [일반] [펌]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수정)
읽어 보십시오.
딴지일보 펌입니다. 이건 뭐...양심선언 급입니다.
그 분의 죽음이 몰고올 후폭풍이 어디까지일까요?
이제 무언가 막 시작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걸까요?
하여튼 그 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종류의 글이라는 느낌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마음이 통쾌하거나 그렇지가 않고 불안해지는군요.
과민해진 것인지..잠을 좀 자야겠어요.





[고백] 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2009.5.26.화요일


나, 아는 놈은 알 거고 모르는 놈은 모를, 딴지 최초의 농설우원 중 하나다. 농설우원이 뭔지 모르면 그냥 찌그러져 주시기 바란다.

총수랑 개인적으로 막역해서 정치노선과 상관없이 그땐 딴지에서 잘 놀았다. 이후 10년 간은 이회창 캠프의 미디어 보좌역에도 있었고,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하고 그랬다.

그래 맞다. 나 보수다. 그리고 나도 안다. 졸라 희한한 커리어라는 거. 딴지 농설우원과 이회창 보좌역, 한나라당 부대변인이란 극과 극을 동시에 체험했던,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할 희귀 경험을 토대로 내 오늘 MB에게 짧게 한 마디 하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판판히 진 것은 모든 것을 내던지느냐 아니냐에 달렸던 거다. 한나라당에 나름 깊숙이 관여하며 인터넷 분야에서 부대변인도 하고 하면서 파악한 당시 한나라당의 정서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꼼수, 노림수, 잔머리, 토론의 달인" 정도로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한나라당의 한계다. 노 전 대통령은 잔머리를 굴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전부 내 던졌기에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한나라당은 머리 좋은 인재들이 많은 당이다. 서울대 출신에 변호사 교수진들이 의원의 대세를 이룬다. 그럼에도 그 정도 사고 밖에 안 된다.

한나라당의 머리 좋은 인재들을 '고수'라고 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수'다. '고수'는 자기가 어떻게 하면 살까를 고민하며 수를 생각한다. 반면 '무수'는 수를 만들 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은 자신을 전부 내던지는 거다. 그래서 고수는 무수를 죽었다 깨도 이길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판판이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지는 거다.



이번에도 그러하다. 도대체, 이 분위기를 본다면 저렇게 대응할 수는 없고, 숨어서 잔머리 굴릴 수 없는 것이다. 난 나름의 선을 통해 MB의 진짜 모습에 대해 들은 바가 많다. 말했잖나. 한나라당 부대변이었다고. MB는 참모의 말을 경청할 줄 모른다. 참모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MB 자신이다.


작년, 설사 참모가 말렸더라도 광장에 나갔어야 했다. 나가서 "여러분! 죄송합니다. 촛불을 거두어 주십시오. 차라리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라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뭔 짓을 했나. 자발적인 촛불로 타오르는 것을 시위꾼과 순수촛불로 양분하고, 경찰로 겹겹이 둘러싸고 그 뒤에 숨어서 사과문 흉내만 내고 쫑낸 것 아닌가. 국민들은 그 꼴을 보고 작년에 벌써 평가를 다 끝낸 거다.

"쟤는 저것 밖에 안돼!"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국면이다. 내 한나라당과의 과거 인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데, 지금, 한나라당과 MB 정권은 매우 위태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너무 슬퍼서 추모를 한다는 데 그걸 전경차로 막아서 어쩌겠다는 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다.

아니, 상황 파악 제대로 하는 참모나 당 관계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MB님께서는 그것에 대해 매우 무심하시다고 한다. 본인의 판단만 정확하다고 자부하신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오산이요, 참으로 안습이다.

MB는 이번에도 사태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너무 늦어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했을 때, MB는 그 날로 봉화마을로 달려갔어야 했다. 돌 맞아도 가서, "돌 던지셔도 좋습니다. 제가 대통령이고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되었는데 조문은 해야겠습니다"라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래저래 꼼수 부리고 조율하고 돌 맞을 것 두려워 주춤주춤했다.

그게 뭐냐.

그리고, 더 이상 네이버에 댓글 알바 푸는 짓 좀 하지 마시라. 계속 도끼로 제 발등 찍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다 눈물겹다. 나, 앞으로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던 거, 안고 갈 것이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내가 다 망신살스럽다.

끝으로, 틀림없이 지금 대책을 강구한답시고 이래저래 잔머리를 짜내고 있을 것이다. 다 소용없다. 경찰 병력 전면 철수시키고, 시청광장 개방하고 그리고 사람들 하고자 하는 것 그냥 냅두시라. 그 사람들 지금 너무 슬프다.

그러고, 뚜벅뚜벅 걸어서 가시라. 조문하러. 돌 맞아야 할 때는 무서워말고 나가서 맞으란 얘기다. 노무현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

조선일보랑 제발 결별하시라.
내가 예전에 한 번 손 잡아봐서 아는데, 걔들은 도움 안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
열 받으면 또 나올 거다.

노무현 전대통령님, 저는 당신께서 당선되었던 16대 대선에서 반대진영 한나라당의 이회창 전총재 캠프에서 미디어 보좌역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제게 적장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오늘 당신을 떠나보내고서야 마침내 고백합니다. 정치적 노선이 달라 반대진영에서 당신과 맞서 싸웠으나, 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당신을 무척 좋아하고 존경했습니다. 이렇게 황망하게 비명에 가시다니 너무 애통해 눈물이 납니다. 이제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히 쉬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구 딴지 농설위원이자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안동헌 (p7170@hanmail.net)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56&article_id=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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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7 04:27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몰라도 조선일보가 도움 안되는 것은 맞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 일이 정부에 극도로 안좋게 돌아가게 된다면 조선일보는 그동안 모아놓은 특종을 모조리 터뜨리며 정권 몰락의 선봉장이 될 겁니다.
히로하루
09/05/27 04:30
수정 아이콘
이 분 너무 멋진네요. 한나라당 쪽에서의 이러한 양심고백들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MB는... 어떤 말로를 걷게 될지...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
王非好信主
09/05/27 05:32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 출신의 누군가의 말이라기에...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인지라... 저들도 설마 모를까 싶기는 하네요... 그냥 나보다 똑똑할테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다... 라고 믿을 랍니다. 욕먹는 작전이 대체 어디서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정도는 감안하고서 다른데서 이득을 취할 수 있으니까 저런다고 생각할래요...
치토스
09/05/27 08:57
수정 아이콘
조중동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조선일보는 앞으로 몇백년이 지나도 희대의 병맛신문으로 남을것 같군요.
09/05/27 09:09
수정 아이콘
딴지는 이런 논조로 계속 나가면 그닥 발전이 없을듯해요.
09/05/27 09:22
수정 아이콘
청와대측은 아마도 지금 득실을 따지고 있겠죠. 그러나 봉화마을로 찾아가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1. 그런다고 떠난 민심이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한 삽질이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에..

2. 자칫하면 절대 지지층인 극보수층의 지지를 잃을 수 있습니다. 안그래도 미움받는 상황인데 그나마 지지자들도 떠나면 큰일이기 때문에 극보수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각하는 현재 답이 없습니다. 이 사람은 경영인이지 정치인이 아님을 다시 확인시켜 주네요. 정치는 조율이 중요한데 완전히 실패했죠. 앞으로 남은 기간 뭘 해도 곱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윤성민
09/05/27 09:57
수정 아이콘
렐랴님// 경영인이라도 하기도 애매한 감이 있죠.
09/05/27 10:13
수정 아이콘
윤성민님// 뭐, 경영인은 맞긴 하죠. '훌륭한 경영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람 보다는 돈(성과)' 이라는 마인드를 가졌다는 점에서는 경영인 맞는것 같습니다.
09/05/27 11:16
수정 아이콘
nexist님// 딴지는 이미 그닥 발전이 없지요.
인터넷 초창기의 딴지위상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완전 듣보잡...
루나양
09/05/27 11:16
수정 아이콘
도덕성 다 덮어주고 경제만 살리라고 뽑아놓은 이름을 말할수없는 그분이

경영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아 답답하네요. 이 글을 읽는 순간 더 답답해 집니다.
GrayScavenger
09/05/27 13:02
수정 아이콘
애초에 '사람 보다는 돈(성과)' 이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경영인이어야 한다는 거 자체에 동의를 못하겠..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구호의 어느 CEO출신 정치인이 있습셉습..)
하물며 그런 마인드로 어찌 제대로 된 정치를 바라겠습니까..쳇.
최연발
09/05/27 13:17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읽으면서 통쾌하기도 하지만 이 분의 안위가 걱정 되는

것이 참 기분이 나쁘군요.

글은 너무 잘 읽었습니다.
09/05/27 13:19
수정 아이콘
王非好信主님// 저도 동감입니다. 양심고백은 고맙지만 어차피 알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던 현실.. 쩝..
09/05/27 13:24
수정 아이콘
글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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