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5/26 01:36:19
Name 만별
Subject [일반]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무거운 pgr글쓰기버튼을 누르게 되었네요.
뭐 잘난 거 하나 없는 대학생에 지금까지 국민투표 한번 한 적 없었고요,
정권 교체시기에 유행했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장난어린 인터넷 유행어를 술자리에서 서슴없이 말하고 다녔던
철없는 학생입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별다른 감정도 없고요, 촛불집회 한번 나간 적 없습니다. 보수? 진보? 잘 모릅니다.
별로 정치라는 것에 관심이 없거든요. 현 정부에 대한 관심도 없습니다. 그저 술자리에서 국회의원들 욕하는게 전부였죠.
제가 다니는 학교 학생들 가운데도 그렇게 정치에 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게 현실이었죠. 대부분 학생의 현실이기도 해요, 사실.. 아는 게 얼마나 많은가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현실에 치여서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죠.

몇일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알 수 없는 슬픔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분향소가 설치되었다는 소식에 꼭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오늘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평소 즐겨 찾는 pgr자유게시판을 정말 오랜만에 들어와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가슴 아파 해야 했습니다.

간혹 글과 댓글가운데 이 추모의 물결 와중에도 정말 독특한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박학다식한 분들이 쓴 글과 리플들은 아무리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냥 나 잘났소 하는 거 아니면 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밖에는 안보이더군요.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방송에서 보여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글들을 보며 그분이 어떤 분인지 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대답하지 못했던, 혹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충 대답했던 "당신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내내 슬픔이 가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나 기회가 된다면 봉하마을도 다시 가보고 싶지만 조건이 안되어 참 슬픕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자유게시판 곳곳에 뿌려진 추모글을 보며, 그를 추억하고 가슴 아파 하겠습니다. 존경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항즐이
09/05/26 01:40
수정 아이콘
시간이 지나고, 이 일들이 슬프게도 잊혀졌다는 사실마저 언급되지 않을 때 쯤
님은 저와 아마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갖게 되실 겁니다.

우리는 모두가 조금씩 다른 경험과 생각을 쌓아 스스로를 만들어가니까요.

하지만 그때에도, 가장 비릿한 환멸을 이기고
반드시 뜬 눈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는 한 명의 건강한 선거권자이기를 바랍니다.

바랍니다.
titillate
09/05/26 01:45
수정 아이콘
정치에 관심없어란 말은.. 쿨한것이 아니라..
위안부할머니가 사과받든 못받든 상관없어란 말과도 같고,
독도가 일본땅이든 어느나라땅이든 상관없어.. 란 말과 같습니다..

정말 요즘 대학생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 현정부에서는 독도가 넘어가겠군요.. 쩝..
09/05/26 01:55
수정 아이콘
/향즐이님
앞으로 죽을때까지 국민투표를 참여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titillate님
저는 제가 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뉴스 보지도 않죠, TV볼 시간도 없으니까요.
위안부할머니나 독도문제도 그냥 머릿속으로만 잘못된 것, 독도는 당연히 우리땅이라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제가 쿨한척하는게 아니라, 저는 용기도 없고 그냥 뒷켠에서 바라만 보는 일반 학생이고 이게 현실이라는거에요.
앞에 나서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지식도 없고, 용기도 없으며, 설령 생긴다해도 그 사이 빵꾸나는 학점과 스펙마련에 더 목숨을 걸게되는게 요즘 현실이에요.

중앙도서관에 사는 후배녀석들중에는 서거소식을 아직도 모르는 친구도 있었어요. CPA2차시험 준비를 하는 녀석이죠.

titillate님이 원하시는 대학생들은 과거 대학생들처럼 정부에 맞서서 싸우고 촛불집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뭐 그런걸 원하시는가 봅니다. 하지만 적어도 3~4학년 학생들중에는 그것보다 취업준비에 대한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학생이라는게 좀 씁쓸하죠 어른들의 시각에서는요.

제가 무거운 글쓰기 버튼을 누른것은 저같이 게으르고 용기도 없고 지식도 모자란 학생들도, 노무현 전대통령 취임기간 당시에는 별 관심 없었을지라도, 그분의 서거는 엄청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는거에요.

용기를 갖지 못한점, 쿨한척 해보이게 글쓴 점 사과드립니다.
titillate
09/05/26 02:16
수정 아이콘
저역시 용기가 없는 시민입니다.. 촛불집회 한번 갔다왔을뿐입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뜻은 아니더라도,
소극적으로 관심정도는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

후배2차셤 잘보라고 전해주세요~ ^^
GrayScavenger
09/05/26 09:37
수정 아이콘
만별님// 누구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 참여의 중요성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요. 슬프지만 이게 현실이니..T.T
지금이라도 깨달으셔서 다행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996 [일반] <메타루의 헤비메탈 A-to-Z> 1. 민족의 한을 담은 아시아의 메탈밴드들. [34] 메타루4196 09/05/26 4196 0
12994 [일반] ▶◀정조대왕님과 노무현대통령님....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같은 열정.... 正 [11] GH_goliath3427 09/05/26 3427 0
12993 [일반] 최고의 반전 만화. [38] 히로하루8156 09/05/26 8156 3
12991 [일반] 학교 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1] 시봉창2810 09/05/26 2810 0
12989 [일반] Stevie Wonder - I won't complain [1] SoulCity~*2799 09/05/26 2799 0
12988 [일반] 인생의 슬럼프... [5] 황제의마린3076 09/05/26 3076 0
12986 [일반] 2003년 대전 올스타전 시구 모습.. [13] 연아동생4312 09/05/26 4312 0
12985 [일반] 서울 역사박물관 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2] FeverEpik3116 09/05/26 3116 1
12983 [일반] [인증해피] 뉴밸런스는 100년 전 닭발에서 시작되었다!!! [12] 해피4908 09/05/26 4908 0
12982 [일반]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5] 만별2644 09/05/26 2644 0
12981 [일반] 월요일, 강남역 분향소에서 알려드립니다. [33] 효연짱팬세우실5245 09/05/26 5245 10
12980 [일반]  이런사람에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습니까? [23] 적 울린 네마리5472 09/05/26 5472 7
12979 [일반] 보복, 報復 그리고 retaliation... [4] CrazyWoo2729 09/05/26 2729 0
12978 [일반] 노무현 대통령님 영상 '할아버지와 손녀' [12] Typhoon4265 09/05/26 4265 1
12977 [일반] 촛불이 무서운 MB [16] Ascaron3606 09/05/26 3606 0
12975 [일반] 작년 봉하마을 마지막 인사 동영상입니다. neRo2625 09/05/26 2625 1
12974 [일반] 노무현 대통령님 추모곡 영상 + 노무현 대통령님 추모영상 [7] 토호신기2992 09/05/26 2992 0
12973 [일반] <잡담> 직장 근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11] 고등어3마리3671 09/05/26 3671 0
12970 [일반] 서민 출신 대통령.... [41] 꺼리3999 09/05/25 3999 0
12969 [일반] J의 비극 [26] happyend6190 09/05/25 6190 31
12968 [일반] 어느 교수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껄임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41] 아우구스투스4914 09/05/25 4914 0
12967 [일반] 정말 창원시 너무 하구나.... [8] 만우4417 09/05/25 4417 0
12965 [일반] 두서없는 저의 정치이야기 [8] 속으론 수사반2566 09/05/25 256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