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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6 01:31:24
Name 효연짱팬세우실
Subject [일반] 월요일, 강남역 분향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강남역 한복판에 세워진 대자보.......



이 대자보가 세워진 이유............



저희가 아무래도...... 큰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0-

아~! 나쁜 뜻은 아닙니다. 걱정하지는 마시구요. ^^;;;;




처음에

이렇게 저희끼리 조촐하게 차렸던 임시 분향소.........



저희가 예상한 대상이래봤자 지나가다가 혹시 마음 있으면 하고 가시라고.......




이렇게 띄엄띄엄 시간 나는대로 하고 가시던 시민들...........




그런데 이게 난데없이 입소문이 퍼지고 방송을 타더니




영정사진부터 시작해서 점점 구색을 갖추기 시작하고





점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대기줄이 생기기 시작하고.......

한쪽에 서서 촛불만 들던, 몇 안되는 강남촛불이 사람들을 챙겨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시민 분향소 현황 목록에 오르고.............








월요일인 오늘...................




분향소는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맨 위에 적힌 대자보 내용이 그대로입니다.

처음에 저희가 말 그대로 향 한갑, 초 두개, 컬러 프린터로 찍은 영정, 판넬을 꺾어 만든 가림막,

진알시 활동을 위해 마련한 접이식 테이블로,

평소 촛불들던 장소의 일부를 떼어 만들었던 초라한 분향소가..........

저기까지 오게 된겁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강남촛불이 안쓰던 돈을 썼거나 로또에 당첨된게 아니라, 정말로 시민들의 힘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커질걸 생각못하고,

"혹시나 오실분은 향이 부족하니 향을 조금만 도와주세요" 했는데

향이...... 일주일 내내 써도 남을 정도로 삽시간에 모여버렸네요. -0-






그리고 천막 한켠에 세워진



이 화환............

이것도 시민 한 분이 직접 가져오신 화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천막.......... 저 큰 천막 그 자체를 오늘 누군가가 기증하고 가셨습니다.

누군가가 후기글에서 강남 분향소가 초라하다고 했는데,

물론 초라했습니다. 이건 사실이죠. 어디 큰 지원이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천막이 기증되고 설치되면서 분향소는 급격하게 커졌고, 규모 자체로만 따지면 대한문에 버금가는 크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절대로 어디랑 경쟁하고 그러자는 얘기 아닙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모두의 분향소"가 좀 더 좋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주신다고 절대로 덥썩 받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어이 놓고 가시는거예요. ㅠㅠ

좋은 의도로 주시는 건데 한사코 사양해도 주시는 경우 정말 고개숙여 감사히 받고

받은 모든 것은 시민들을 위한 분향소에 양심적으로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의 존경을 받았던 대통령인데...... 그에 비하면 이만큼도 아직도 초라한겁니다. 저희 생각엔.....






저 위에 표지판에 이런 얘기가 적혀 있지요?

"노점상이 자진철수 해 주었다"고,

사실입니다.



평소라면 노점상이 들어서 있던 자리.........

국민장 기간이고 분향소가 커지자, 노점상 분들께서 정말로 자진해서 철수를 해 주셨습니다.

그분들께는 먹고사는 일일텐데 무척 감사할 따름이네요.





규모가 커진 분향소는 6번 출구 앞을 감당할 수 없어서 5번출구와 6번 출구의 중간지대로 이동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점점 모여서



6번출구 앞을 지나



처음 분향소가 있던 외환은행을 지나고



뉴욕제과를 지나고



바디샵 앞에서



한번 꺾어서




바이더웨이까지 가버렸습니다. 제가 세어보기 전 한참때는 여기서 한번 더 꺾어서 건물 뒤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세어봤는데 무려 300여분............

아이고오 ㅠㅠ

그리고 이분들이 줄어든다고 끝이 아니라 항상 이만큼을 유지하고 계시니....

10시가 넘어 차시간이 간당간당한데도 도무지 줄은 줄어들지를 않았습니다.

그저 대단한 분들이라는 말씀밖에는 ㅠㅠ)b





사람이 많아져서 저희는 기다리는데 지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물을 날랐습니다.

다른거 드릴 건 없고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목이라도 축이시라고 계속 날랐고,

아기들에게는 저희한테 들어왔던 주스나 우유를 줬습니다.

그리고 촛불을 만들어서 나눠드렸는데 많이 가져가셔서 분향소의 줄이 작은 촛불집회가 되었죠.

줄이 길어졌기 때문에



방향을 가리키는 현수막까지 동원되었습니다. 헉헉;;;;;;;;;;;;

어제까지만해도 기다리는데 30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1시간 단위 -_-;;;;;;;;;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단위의 조문객들은 반드시 주변의 양해를 얻어서 먼저 헌화할 수 있게 해 드렸습니다.





방명록도 만들었어요.



방명록이 10권이 넘어갔고,

이건 전부 모아서 봉하마을에 전해지게 될 겁니다.

아무튼 강남촛불이 진짜 총동원되었습니다.

한번이라도 강남촛불 현장에 나왔던 분들은 거의 다 나오신 것 같아요.

할 일이 너무 많았어요.

현장 안내해야지. 상주로서 인사도 드려야지.

물 자봉해야지. 향도 갈아야지. 헌화할 꽃도 다듬고 정리해야지.

조문객들 줄도 세워야지... (그런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이 부분은 정말 저희 노력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질서는 정말 알아서 딱딱 너무 잘 지켜주셨지요.)

방명록도 운영해야지.... 한쪽에서는 커피타랴...... 촛불 만들랴..............

그래도 좋은 뜻이 전해져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정말로 다들 기꺼이 뛰어다녔습니다. 정말로.






이제 강남촛불의 강남 분향소는 28일까지..... 철야체제로 들어갑니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저희가 남의 공간 빼앗는 것 같기도 하고 크기도 작은데다가

저희가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에 여건상 낮에 설치하고 밤에 걷고 그랬는데

이제는 대한문이나 봉하마을 분향소처럼 철야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분위기에 웃자고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정말 그 철야에 들어가게 된 "최우선의 직접적인 이유가........."

.............. 사실은..................






분향소를 걷어도 저 큰 천막을 쟁여놓을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ㅠㅠ

어찌보면 웃기죠? ㅠㅠ

정말 그래서 천막을 항상 펴 놓아야 하게 생겼기 때문에

오늘 밤부터 비정기적인 당번을 정해서 영결식이 거행되는 날까지 24시간으로 돌아갑니다.

저도 이제 얼른 자서 내일 새벽에 바통터치 해 드려야 해요.





원래 오늘까지만 어떻게 해보고 사정상 걷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강남역 앞 분향소........

강남촛불이 시작했지만 순수하게 시민들의 성원으로 모두가 함께 키워서

이만큼이 되었고 이제는 철거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비루한 글 솜씨지만 그래도 후기를 자주 남기는 강남촛불의 일원으로서

다른 강남촛불 모두에게 부탁받아 대신 전하건대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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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dogg
09/05/26 01:36
수정 아이콘
자발적인 시민들의 참여.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던 과정이 생각나네요.
참으로 수고하십니다.
항즐이
09/05/26 01:37
수정 아이콘
이 늦은 밤. 어느 곳에서는 또 뭉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색깔도 냄새도 면적도 모양도 따지지 못할 정도로 작아서 존재만 남은 순수한.


주신 희망에 감사합니다.
허느님맙소사
09/05/26 01:41
수정 아이콘
세상 돌아가는 꼴과 참담한 뉴스 속에서도 아직 시민들의 마음은 때묻지 않았군요.

정말, 밤중인데도 말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네요... 감동입니다. 그리고 강남촛불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적 울린 네마리
09/05/26 01:42
수정 아이콘
아~ 진짜 평생 흘리지 않던 눈물인데... 요즘 왜 이러는지...
출처를 밝히고 퍼도 될런지요?
김민규
09/05/26 01:43
수정 아이콘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희망을 가질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그런장면인듯해서
가슴이 뭉클하네요......
잊지않겠습니다 5월 23일을...제평생....
09/05/26 01:43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동트는 새벽
09/05/26 01:45
수정 아이콘
"강남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2009"입니까?
강남이라는 프레임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는 일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못그러겠네요.
감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봤습니다.
CrazyWoo
09/05/26 01:52
수정 아이콘
감사 드립니다.
09/05/26 01:56
수정 아이콘
정말, 여기 자유게시판에서 요즘.. 놀라는 일이 많네요
감동입니다!! 진심어린 놀라움입니다.
아다치 미츠루
09/05/26 02:03
수정 아이콘
토요일 오후 저 앞을 친구랑 지나가면서 고개한번 못숙이고 지나쳤던게 너무 죄송스럽네요... 사람들이 넘쳐나는 거리라 그냥 휩쓸리듯이 지나치고 긴 한숨만을 내쉬고 걸었었는데... 이젠 멋진 분향소가 만들어졌네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황금비늘
09/05/26 02:06
수정 아이콘
오늘 덕수궁에 갔다가 많이 울고 왔는데, 이 글을 보니 또 울게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허락해주신다면 개인블로그에 퍼가도 될런지요?
화이트푸
09/05/26 02:14
수정 아이콘
역시 아직 세상은 살만한가 봅니다.... 뭉클해지네요.
미스터리
09/05/26 02:30
수정 아이콘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연락을 어떻게 드려야하는건가요....
야간알바
09/05/26 02:36
수정 아이콘
저도 시민 분향소를 찾아가봐야겠습니다
말로만 간다 간다 하는데 이런 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네요
가서 많은건 하지 못할지라도 가시는길 배웅이라도 해드려야겠습니다
길위에서
09/05/26 02:45
수정 아이콘
이런 시민들을 두고 먼저 가버린 그 분이 매정하다 느껴지는 밤입니다.
이기적인남자
09/05/26 03:23
수정 아이콘
김동길 씨 왜 이리 법석이냐고요....
보세요
모르시겠습니까
왜 이러는지
저 분들이 왜 그러시는지 모르시나요 정말.
노무현 대통령님...
아직 희망은 있다고 이런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걸
보여주시고 싶으셨던건가요......
그래도.....
09/05/26 03:43
수정 아이콘
여기 6번출구앞에 제가 2번이나 스쳐 지나갔던 곳이군요...

일요일, 오늘...

꼭 들릴게요. 멍청하게 그냥 지나갔네요...
산사춘
09/05/26 03:57
수정 아이콘
가슴깊이 고맙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강남촛불과 수많은 시민분들이 이 시대의 밝은 빛입니다
Want2SKY_
09/05/26 06:49
수정 아이콘
하.......... 억눌렀던 눈물이 다시 나는군요.......
정부는 이런 모습을 보고 어떤생각을하고있을지가 제일 궁금해지는군요.
가카... 제발정신좀차리시길.....
09/05/26 09:03
수정 아이콘
이런...아침인데, 울컥하네요.
고맙습니다...
달덩이
09/05/26 09:16
수정 아이콘
고생하십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시간이 되면 꼭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GrayScavenger
09/05/26 09:43
수정 아이콘
이 더러워지고 비참해진 세상에서도 저렇게 아낌없이 노력하시는 사람들이 많다니..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칼퇴근하는 날 당장 들러야겠습니다.
09/05/26 10:18
수정 아이콘
어제 밤에 갔었는데.. 한블럭을 빙 둘러 서있는 많은 분들..
혼자 밤 늦게 간데다 집도 집이라 다음을 기약하고 일단 돌아왔습니다.
(휴가라도 내야될 듯...)
저렇게 해서 어제의 그 규모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네요..
세우실
09/05/26 10:41
수정 아이콘
악의적인 내용 수정만 없다면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09/05/26 10:58
수정 아이콘
바로 앞에 있는지도 몰랐네요.
퇴근하면서 들러봐야겠습니다.
데보라
09/05/26 11:35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간내서 꼭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09/05/26 13:39
수정 아이콘
정말 큰 일 하셨어요. 십시일반이 아니라 백반이네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밥풀떼기
09/05/26 13:44
수정 아이콘
다시 한 번... 그곳에서 자발적으로 고생하는 분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WizardMo진종
09/05/26 14:04
수정 아이콘
한사람을 위해서 모인 촛불인데 어느곳에서는 애도의 눈물이 어느곳에서는 원한의 눈물이... 그 차이로군요,,,
09/05/26 14:28
수정 아이콘
장하십니다~~ 감사합니다~~~
09/05/26 14:28
수정 아이콘
이런 것들이 그분이 남기신 유산이 아닐까하네요. 자발적 참여...
루나양
09/05/26 16:40
수정 아이콘
회사가 우성아파트쪽이거든요-

이따가 한번 찾아뵈야겠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marchrabbit
09/05/26 18:27
수정 아이콘
감동입니다. 희망을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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