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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5 18:54:18
Name 한마 유지로
Subject [일반] 부산역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 사는데도 불구하고 봉하마을에 갔어야 하는데, 사정상 거기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나이를 이만큼 먹었는데 아직 철이 안들었나 봅니다. 결국 부산역 분향소로 향했습니다.

생각했던거 보다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제 부산역 분향소가 너무 초라하다는 글을 보고 욱해서, 가서 무엇이든지 도와야겠다고
맘먹고 갔죠. 다행인 건, 나름 국민장의 예우에 맞는 규모였던거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크게 했으면 좋았겠지만,
뭐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그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 손수건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담담하게 절하고 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영정사진을 보자마자 제 옆에 계신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서 흐느끼며 우시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네요.

교복을 입고 무리지어 온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그 마음이 어찌나 이뻐 보이던지..수많은 사람들이 다녀와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오늘 제가 본 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당신에게 전해졌겠죠?

끝나고 집에 갈려고 했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멍하니 뒤쪽 한 모퉁이에 서서 계속 바라봤습니다.
무언가 말을 전하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그저 죄송한 마음뿐이었지요.

한 3시간 가량 멍하니 서있으니까, 오늘 하루도 안먹어서 그런지 배가 많이 고프더라구요. 그 상황에서 배가 고프다니...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진짜 서럽게 울고 오니까 맘은 조금 가볍습니다. 담배 한 갑 놓아드리고 올랬는데, 그러질 못했네요.
덕분에 가방속에 준비해갔던 클라우드 나인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그 담배를 피면서 오늘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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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나와라
09/05/25 18:58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다녀왔습니다. 꽤 많은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인사드리고 그냥 하늘만 쳐다보고 왔네요...

문득 바람의 검심중에 이런 글귀가 생각나더군요.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죽었을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슬퍼해주는가를 보면 알 수있다...'

정확히 맞는 문장인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글귀입니다.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서거하신 지금 전국의 많은분들이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노무현 전대통령의 가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유게시판에 글로 쓰고 싶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그냥 댓글로 남깁니다.)
Red Sniper
09/05/25 19:00
수정 아이콘
저도 김해 살고 해서.

늦게나마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Arata_Striker
09/05/25 19:04
수정 아이콘
그 분은 아마..

그 분을 위한 담배 한 개피를 무는 글쓴이님에게,

"젊은이..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피지 말게.. 괜히 나 때문에..."

라고

글쓴이님 건강을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한마 유지로
09/05/25 19:06
수정 아이콘
담배를 놓아 드리고 올랬는데, 절하면서 경황이 없었네요. 영정 앞에 서자 아무생각도 안나더라구요.
이젠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클라우드만 피울까 생각중입니다.
아영아빠
09/05/25 21:28
수정 아이콘
마지막 담배를 피우지않으셨듯이 한마유지로님도 끊으심이 어떠하신지요?
부산역이라...멀지는 않지만 왠지 가기 싫은....가면 못돌아올 것같은 기분...
진정 그분을 못보내드릴 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젠장...담배 사러 가야겠습니다.
09/05/26 04:04
수정 아이콘
부산역에도 분향소가 있었네요.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폭우에다 오늘은 불볕더위.
고달픈 하루였는데 잠이 오지 않네요... 속이 빈 것처럼 허한 기분입니다.
이런 대통령 살아생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기쁠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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