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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5 18:17:47
Name 윤성민
Subject [일반] 석양대통령
   산문시(散文詩) <1>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鑛夫들의 작업복 뒷주머니 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  '신동엽 전집'(창작과비평사, 1992, 9판)에서


몇년 전 우연히 산 시집에서 읽은 시였습니다.


그때는 이런 대통령이 있으면 정말 멋지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고 세상에 저런 나라가 어디있어요.


동화같고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하며


하지만 언젠가 현실이 되어 있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고 시골로 돌아간 어느 나라 어느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저 시가 떠올라 흐믓한 미소를 마음 속에 그렸습니다.


언젠가 꼭 찾아가야지


이야기도 나눠 보고 싶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삶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라고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휴학을 했고, 이번 여름에 찾아가봐야겠다고 계획했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소식을 들었습니다.


....


돌아가실거면 저 가보고 나면 돌아가시지 그러셨어요.


그랬다면 나 죽기 전날에 찾아갔을 텐데


더 사셨어야 해요. 쓰고 싶다던 정치학 교과서도 쓰시고 지미 카터처럼 집도 짓고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대통령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셨듯이 전직 대통령이란 이런 것이다! 를 좀 더 많이 보여주시고 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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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5 18:39
수정 아이콘
윤성민님//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제 댓글에 답글 올리신거 또한 봤습니다.

****[쓴소리] 고인의 서거를 욕되게 하기는 남이나 북이나 매한가지 - The xian *****

제 댓글중..
(같은 사물을 봐도,,
같은 처지에 있지 못하면...
같은 생각을 할수 없을 겁니다. )

윤석민 님하고 저하고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데..
굳이 저 같은 놈을 윤석민 님하고 같은 사물을 보도록 애쓰실 필요가 있을까 합니다.

그 모든게..
소목적 논쟁일 뿐입니다.
아무 의미없는.,.

그리고 윤석민님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이해가 안 되는 사람..)
그런 부류에 속하는 분은 전혀 아닐 겁니다 .

님에 글 + 댓글에서 어쩌면 충분히 공감할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 또한 하게되었습니다.
비록 시간은 조금 필요하겠지만요..

제 댓글이 윤성민님에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면..
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상처가 되었다면 죄송할 뿐입니다
윤성민
09/05/26 02:05
수정 아이콘
전 직구 150 못던집니다 ^^

잠깐 감상에 젖어서 막 써재꼈더니 지금보니 자삭욕구가 들고 있습니다.ㅠㅠ

그런 연유인지 댓글 아무도 안 달아주셨는데 유일하게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__)

댓글을 달았던 건 제가 견우님께 잘못됐다 내 말을 다시 이해시켜주마 이런 일방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를 듣고 싶었을 뿐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에고 내일아침 5시반에 일어나야 하는데 일났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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