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정말 야구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시즌 개막후 각 팀당 최대 40게임을 치룬 현재까지도 WBC의 인기가 식지 않는 것 같네요. 정말
골수 야구팬으로써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용병제가 시작된 이후로, 용병은 전력의 2~3할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큰 요소로 부각되었습니다. 현재 각 팀에서 보유할 수 있는
용병은 2명이죠. 하지만, 이들이 가지는 위치는 2명 그 이상입니다. 그런데, 2009년은 유달리 용병들이 활약을 하지 못하는 해라고 말들이
많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각 팀별 용병 활약도를 살펴 볼까요?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입니다.)
1. 햇빛쨍쨍,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KIA
8개 구단 중 용병투수 2명을 가지고 있는 구단은 총 3개 구단입니다. 하지만, 이 3개 구단에서 용병의 활약 정도는 정말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8개 구단중 가장 용병 농사가 잘 된 KIA입니다.
구톰슨 (7게임 5승 1패, 방어율 2.25, 삼진 33, 볼넷 6, 사구 1)
로페즈 (9게임 1승 2패, 방어율 2.37, 삼진 35, 볼넷 15, 사구 2)
정말 타팀팬은 보면서 부러워 할 수 밖에 없는 스텟의 두 선수입니다. 이 두 선수의 강점은 약점이 없다는 건데요. 저 스텟에서는 약점을 찾
을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제구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삼진/사사구 비율인데요. 보통 2가 넘어가면 제구력이 좋은 투수
로 인정받습니다. 그런데 구톰슨은 무려 4점대 후반입니다. 로페즈도 2가 넘어가구요. 로페즈 선수야 로크라이 모드이지만 타선이 받쳐만
준다면 구톰슨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줄 듯 싶습니다. 올 시즌 KIA는 예전 투수왕국 해태의 모습을 점점 보여주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똑딱이 컨셉에 맞춰서 똑딱이 용병이 왔다면, 올해는 선발강국 컨셉에 맞춘 강력한 선발들이 와 줬습니다. 더 하면 부러워 미칠 것 같으니 그
만 넘어가죠.
2. 꽤 맑음. 괜찮잖아? LG, 히어로즈
LG - 페타지니 (타율 0.400, 홈런 11개, 34타점, 볼넷 31개, 삼진 23개)
히어로즈 - 브룸바 (타율 0.259, 홈런 10개, 35타점, 볼넷 24개, 삼진 39개)
클락(타율 0.286, 홈런 6개, 19타점, 볼넷 24개, 삼진 27개)
정말 용병에 들어가는 연봉이 아깝지 않을만한 활약을 해 주고 있는 두 팀입니다. LG의 페타지니는 뭐 말 안해도 아시다시피 특A급의 활약
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일성적만 본다면 위에 있는 기아 두 투수에 결코 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LG는 지금 돌아가는 용병
이 한명이기에(옥춘아 ㅠㅠ) KIA와 동급 활약으로 놓아서는 안되겠죠? 페타지니의 최대 장점은 선구안인데요. 현재 페타지니가 35경기를 넘
게 나왔는데 경기당 거의 1개의 볼넷을 얻어내고 3경기에 2개꼴로 삼진을 당한다는 것은, 외국인 파워히터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선
구안입니다. 타율도 전체 3위에 홈런도 공동 2위. 39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타팀으로서는 경계대상 1순위입니다. 또한 히어로즈 두 타자는 지
난시즌정도의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어로즈 부동의 4번타자 브룸바는 타율은 떨어질지라도 타점을 쓸어담으면서 예년만큼
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락은 무려 '1번타자'로써 호타준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년 한화에서 보여줬던 기량이 반짝 기량
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용병이 1번타자를 했던 적이 있었나요? 저는 기억이 없네요. 하여튼 분위기가 너무 안 좋은 히어로즈에
서 용병들 만큼은 제 몫을 충분히 해 주고 있습니다.
3. 흐림. 하나는 잘 하고 하나는 못하고 - 한화, 롯데
롯데 - 가르시아 (타율 0.206, 홈런 8개, 18타점, 볼넷 17개, 삼진 40개)
애킨스 (13경기 2승 0패 8세이브, 방어율 2.19, 삼진 5, 볼넷 5)
한화 - 디아즈 (타율 0.270, 홈런 7개, 19타점, 볼넷 13개, 삼진 36개)
토마스 (12경기 0승 2패 5세이브, 방어율 3.60, 삼진 18, 볼넷 6, 사구 1)
8개 팀 중 마무리 투수와 타자를 한명씩 갖고 있는 두 팀은 용병 행보도 비슷합니다. 일단 가르시아와 디아즈를 살펴 볼까요. 가르시아와 디
아즈는 시즌 전에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던 용병들이었습니다. 가르시아야 작년에 갈풍기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얼마나 잘 해줬습니까. 타
점과 홈런 모두에서 최상급 활약을 보여주고 WBC때도 멕시코팀에서 큰 활약을 보여줬구요. 또한 디아즈도 클락의 자리를 대신하여 클락 이
상급의 활약을 충분히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개막되고, 디아즈는 홈런 펑펑 안타 펑펑 쳐주면서 한화 팬들의 사
랑을 받았죠.
하지만, 두 선수의 활약은 5월 현재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초반에 반짝 해 줬던 디아즈는 점점 페이스가 내려가더니 마침내 최근
3경기 18타수 무안타 10삼진이라는 기록적인 선풍기질을 보여주며 현재는 2군에서 김인식 감독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르시아는
초반에 20타수 이상 무안타 행진을 하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더니 현재는 메롱 - 보통 의 활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반면 두 팀의 투수는 정말 잘 해주고 있습니다. 토마스 선수는 바로 어제 이택근 선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서 방어율이 치솟았지만, 워낙
나갔던 이닝수가 적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구요.(어제 전까지는 2.5대의 방어율이었습니다.) 올해도 한화의 뒷문을 잘 틀어막아주고 있
습니다. 그리고 애킨스 선수는 몇년간 기다려왔던 강력한 마무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지난 시즌 후반기에 반짝 했던 코르테스 선
수와는 정반대의 스타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상 세이브 기록후 강민호 선수와 나누는 세레모니도 일품이구요.) 한마디로
타자에 울고 투수에 웃는 두 팀 되겠습니다.
4. 비옴. 살짝 후회가 되고 있는데.. - SK
니코스키 (5경기 1패, 방어율 5.06, 삼진 4, 볼넷 4)
카도쿠라 (7경기 2승 1패, 방어율 3.74, 삼진 26, 볼넷 14, 사구 3)
투수 2명으로 용병 채운 2번째 팀 SK가 되겠습니다. 작년에도 용병농사가 시원찮았던 SK 입장에서는 이번 시즌 용병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
았고, 그냥 한국 선수들 정도의 활약만 보여주면 만족했을 겁니다. 하지만, 니코스키는 시즌 시작과 함께 폭풍부상을 당하시고 존슨은 열심
히 맞아주시다가 올 시즌 용병 최초로 방출되셨습니다. 그에 대체해서 온 선수가 바로 카도쿠라인데요. 현재까지는 괜찮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침 니코스키도 돌아와서 불펜에서 제 몫을 해 주리라 생각했구요. 하지만, 카도쿠라 선수는 요즘 조금씩 맞고 있고 니코스키 선
수는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용병에 부은 돈이 있는데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5. 태풍, 왜 우리는 용병이 없어요? 다른 팀은 다 있던데 - 두산, 삼성
두산 - 왓슨 (타율 0.184, 홈런 2개, 6타점, 볼넷 4개, 삼진 5개)
세데뇨 (기록없음)
삼성 - 에르난데스 (2경기 1승 0패, 방어율 3.38, 삼진 2, 볼넷 2)
크루세타 (8경기 2승 2패, 방어율 5.14, 삼진 24, 볼넷 30)
먼저 삼성입니다. 투수 2명을 데리고 온 3번째 팀인데요. 어째 이상합니다. 먼저 박석민 선수와 같이 있는 사진으로 '흑콜돼'라는 이름을 얻
은 에르난데스는 2경기 괜찮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2번째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후에 아직까지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병에게 있어서 부
상은 정말 치명적인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인 크루세타에게는 점점 작년에 있었던 '션'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삼진보다 볼넷이 많을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못 보여주고 있구요. 더군다나 성적이 들쑥날쑥 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LG전에서도
보였듯이 긁힐때는 또 괜찮기 때문에 역시 이 선수도 봐야 합니다.
다음은 두산입니다. 일단 왓슨, 방출 안 됐습니다. 두산에서도 방출시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대체자가 없다고 할 정도니 상황이 어떤
지 나옵니다. 이미 김경문 감독께서는 용병 없이 시즌을 날 생각도 하고 계시구요. 스탯은 말해봤자 두산팬분들의 화만 돋구겠죠. 참고로 시
즌 개막 후 10경기만 나오고 그 이후로는 쭉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그 다음은 세데뇨입니다. 작년까지 잘 해줬던 '랜들'의 대체자로 온 용병인데요. 두산에서도 마음을 여유롭게 갖고 보고있는 용병입니다. 원
래 좋은 구위를 가지지 못했지만 키워보겠다는 건데요. 예상외로 2군에서 잘 던져줘서 1군에서 테스트를 해 볼 예정이라고 합니다. 두산 팬
분들께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1/4정도 시즌이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 긴긴 시즌을 지켜볼때 용병의 활약은 또다른 변수가 아닐까 싶은데요. 용병들이 많은 활약을
보여줘서 조금 더 볼거리가 많은 야구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