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는 한번 짠다고 끝이 아닙니다. 실제로 프로그래머들은 많은 시간을 버그를 잡는 데 씁니다. 프로그래머가 버그 잡는 것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디버거라고 합니다. 웹이 그 여느 때보다 중요한 플랫폼이 되면서, 웹 사이트용 디버거도 중요해졌습니다.
오늘날 웹 브라우저들은 '개발자 도구'라는 이름으로 자체적인 디버거를 갖추고 있습니다. Mihai Șucan은 파이어폭스가 개발자 도구를 처음 만들던 2010년 중반에서부터 얼마 전까지, 개발자 도구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개발자 도구를 만들던 모질라의 부서는 대부분이 재택 근무였습니다. 회의는 전화 통화로 하곤 했는데, 미하이의 목소리는 무언가 억눌린 듯하고 몸부림치는 듯한 목소리였다고 합니다. 기침도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미하이가 말할 때면 제대로 알아 듣기 위해 좀 더 주의 깊게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하이는 계속 버그를 잡았고, 동료로부터 '미하이에게 버그를 충분히 공급해 주기 위해 사람을 한 명 더 고용해야 할 정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탁월한 일처리를 보였습니다.
화상 통화를 처음 도입했을 때, 팀원들은 미하이의 손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타자를 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곧 미하이를 오프라인으로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자세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하이는
수포성 표피 박리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이는 지속적인 고통과 함께 일상 생활의 모든 물건을 위험하게 만드는 질병입니다. 미하이의 경우에는 휠체어에 앉아 키보드를 매우 살살 누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계속 물집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흉터 때문에, 결국에는 피부암을 부르는 병입니다. 그래서 그냥 보통 물건도 이 사람들에게는 날카롭고 위험한 게 되는 것이죠. 마치 매일 매일 거대한 산을 등반하는 것과 같은 난이도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하이는 달랐습니다. 그는 파이어폭스의 개발자 도구를 향상시키는 것을 인생 목표로 잡았습니다. 어떤 이에게 바깥 세상이 그토록 위험하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하이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열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미하이는 지난 2015년 4월 23일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 유산은 오늘날 수억 명이 사용하는 제품인 파이어폭스에 존재합니다. 또한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웹 사이트들이 Mihai의 도구로부터 도움 받은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파이어폭스 개발자 도구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면, 혹은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개발자가 만든 웹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면, 그것도 아니면 미하이가 이루어낸 것에 감명을 받았다면,
EB 리서치에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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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블로그 글에서 일부 발췌해 보겠습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보여 준 놀라운 지원에 모질라에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하고자 합니다. 파이어폭스 개발자 도구 팀과 일하는 것은 영광이자 기쁨이었으며,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더 길고 더 감정이 담긴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저 모질라는 평범한 회사 그 이상이자 평범한 웹 브라우저 제작사 그 이상이라는 것만 말하고자 합니다. 모질라를 놀라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사생활 보호에 가치를 두고, 더 나은 웹을 위해, 기술에 대한 열린 접근을 위해, 그들의 임무를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우선시합니다.
모질라는 모든 성별, 인종, 신체적 능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 열려 있습니다. 나는 한 번도 내 신체적 능력이 보통 사람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이유로 잘못 대해지거나 불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제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습니다. 제 친구인 Marius도 마찬가지인데, 우리 둘 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이 있고, 사람들이 동정심을 느끼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달성한 업적에 의해 우리를 판단하길 원합니다. 사람들은 쉽게 감정적이 되고, 상황을 알게 되면 지나치게 도움을 주려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나요? 앞으로 남은 수명이 수 주 내지는 수 개월에 도달했기 때문에, 제 자부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은 제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현재 목표 중 하나는 수포성 표피 박리증을 더 많이 알리는 것입니다. 특히 EB 리서치라는 매우 촉망 받는 단체를 알리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는 수포성 표피 박리증과 함께 태어난 아이들이 저나 Marius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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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파이어폭스 팀은 프로그램 한켠에 비밀 기능(easter egg)을 만들었습니다. 파이어폭스에서 F12 키를 눌러 개발자 도구를 켠 후, '콘솔' 탭에서
console.mihai() 를 입력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