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19 16:18:02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리뷰] 뮤지컬 <영웅> – 배우 정성화의 힘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리뷰] 뮤지컬 <영웅> – 배우 정성화의 힘

 

"나는 일본재판소에서 재판받을 의무가 없다. 

나는 의병군 참모중장으로 독립전쟁을 하는 중이며


그 일환으로 이토를 죽였다.

따라서 나는 형사범이 아니라 전쟁포로다." (<누가 죄인인가>, '영웅' 中)

2009년 초연 당시 양대 뮤지컬 시상식인 '한국 뮤지컬 대상'과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각각 6관왕을 휩쓸며 최고의 창작 뮤지컬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은 뮤지컬 [영웅]. 2015년 다시 돌아온 [영웅]에는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배우 정성화가 그 선봉에 서있다. 이렇듯 [명성황후] 등과 함께 한국 창작뮤지컬계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이 작품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뮤지컬 [영웅]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영웅]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거사를 계획하는 과정과 이후 이토를 저격하고 뤼순 감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죽기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140분 가량의 러닝타임을 채우기엔 너무 간단한 이야기 구조에 드라마틱한 요소도 적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웅]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서 오는 이야기 구조의 단순함을 안중근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의 힘과 웅장하고 힘있는 넘버들의 향연으로 극복해낸다. 결국 이 작품의 포커스는 도마 안중근의 드라마틱한 일생이 아니라 그가 어떤 심정과 마음으로 이토 히로부미 저격하고, 거사를 치른 후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로 뤼순 감옥 안에서 사형을 맞이했는지에 맞춰져 있다.

이 작품 안에서 정성화가 열연한 안중근이란 캐릭터는 나라의 독립을 위한 열망을 품고 죽음도 불사하는 위인적인 면모와 더불어 동료의 죽음과 자식의 죽음을 눈 앞에 둔 어머니 앞에서 고뇌하고 아파하는 인간 안중근의 면모를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팩션으로의 재구성 과정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비현실적인 로맨스 등 이른바 자극적인 MSG(?)를 최대한 자제하고 담백하고 담담하게 안중근의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만들어냈다는 얘기. 더불어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영웅] 초연 당시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했다는 식의 친일논란이 일었었는데, 내가 보기에 이 작품에서의 이토 히로부미 캐릭터 설정은 지극히 무난하고 현실적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일제 침략의 원흉이자 당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지만, 반대로 일본 내에서는 위인으로 일컬어지는 그를 단순한 악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정치적인 캐릭터로 그려낸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만약 이토 히로부미를 매우 악랄한 악인으로만 평면적으로 그려냈다면 오히려 극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작품성이 훼손됐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미화'를 논하자면, '설희'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름답게만 그려지는 명성황후의 이미지가 아닐런지.

아쉬움을 날려버린 묵직한 넘버들의 향연


이렇듯 이 작품을 보며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여성 캐릭터인 ‘설희’의 존재인데,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사실상 이 작품 안에서 그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로서 명성황후의 시해와 망국의 원흉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이토 히로부미에게 접근해 직접 암살을 기도하지만 결국 실패한 그녀가 한 일이라곤 안중근이 속한 독립운동단체에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 방문 계획을 비밀리에 통보해준 정도이다. 어찌 보면 극 중에서 유일하게 이야기의 흐름과 겉돌며 붕 뜨는듯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로, 개인적으론 그녀가 나오는 애절하고 구슬픈 장면마다 오히려 지루함을 느꼈다. 결국 그녀의 존재 의의는 (명성황후처럼) 망국의 설움을 절절히 표현해내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호소력 짙은 여성 캐릭터로서의 임무와 빈약한 이야기 구조를 조금이나마 두텁게 만드는 역할 정도인데 전체적인 극의 구조상 이러한 캐릭터를 하나쯤 박아 넣을 수밖에 없는 그 나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러한 이해와는 별개로, 어쨌든 아쉽고 지루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더불어 투명 스크린을 이용한, 한겨울밤의 눈발 속 만주벌판을 헤치며 달리는 밤기차의 탁월한 묘사, 일본 경찰과 독립 운동가들의 쫓고 쫓김을 아크로바틱한 군무로 화려하게 역동적으로 표현한 점 등은 인상적이었으나 여기에서도 칼군무의 동작들이 조금씩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몰입을 해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웅장하고 묵직한 사운드로 관객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단지동맹>, <그날을 기약하며>, <영웅>, <누가 죄인인가> 등의 빼곡한 넘버들의 향연만으로도 이 작품을 재관람하고 싶을 만큼의 감동이 있었다. 결국 이 작품을 든든하게 일으켜 세우는 한축이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라면 그 반대 축에는 관객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이른바 복싱 헤비급 챔프의 묵직한 한방과도 같은 뮤지컬 넘버들이 자리하고 있다.



배우 정성화의 힘


마지막으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주연배우인 정성화인데, 배우 조승우에게 [지킬 앤 하이드]가 있다면, 정성화에겐 [영웅]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뮤지컬은 그에게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다. 조승우와의 더블 캐스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2005년 [맨 오브 라만차]가 정성화에게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터닝 포인트와 같은 작품이었다면 2009년에 초연한 [영웅]은 그를 톱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만들어 준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4회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휩쓸게 될 만큼 [영웅]은 말 그대로 정성화를 위한, 정성화에 의한, 정성화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 [아가씨와 건달들]의 김무열, [드림걸즈]의 오만석 등 인상 깊은 남배우들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내겐 [영웅]의 정성화가 가히 압권이라 할만하다. [영웅]의 정성화에 대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관객들에게 '그가 부르는 모든 곡이 메인넘버처럼 들리게 하는' 기현상(?)을 경험하게 하는 배우라 표현하고 싶다. 실제로 <그날을 기약하며>, <영웅>, <장부가>, <누가 죄인인가> 등 그가 부른 모든 넘버들에 하나같이 메인넘버급의 감동이 있었다. 이렇듯 웅장한 뮤지컬 넘버들을 소화해내는 안정적이고 폭발적인 가창력, 그리고 안중근이라는 캐릭터와의 혼연일체 등 정성화 아닌 [영웅]은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관람 내내 마음 속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만들었다. 만약 다음 기회에 이 작품을 또 관람하게 된다면 그 공은 오롯이 배우 정성화, 그리고 그가 부른 넘버들의 몫이다.

여담이지만, 뮤지컬 [영웅]은 내 개인적으론 안중근이란 위인을 넘어 안응칠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그가 뤼순 감옥에 갇혀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두고 있을 무렵 그에게 전달된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소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 리뷰를 마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4/19 16:32
수정 아이콘
엊그제 보고 왔는데, 넘버들이 정말 좋아서 놀랬고, 짜임새나 연출이 좋아서 또 한번 놀랬습니다. 특히 밤기차씬은 꽤나 충격을... 반면 좀 아쉬운 점은 1막 인물 소개 부분이 좀 지루하고 작위적이더군요.
설희의 극중 존재는 말씀대로 좀 아쉽긴 했지만, 나름대로 눈과 귀는 즐겁더라구요. 저는 리사 배우님으로 봤는데, 지킬앤하이드에서 매일 루시 거적데기(...)만 보다가 한복이랑 기모노 입은 모습 보니까 좋았습니다.
Eternity
15/04/19 17:48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껏 뮤지컬을 보면서 가장 신선하게 충격받은 무대장치는 [드림걸즈]에서 공연 무대와 공연장 뒷편을 동시에 돌아가며 보여주는(말로 풀려니까 설명이 안되네요) 공연 씬이었는데 그 이후로 본 작품들 가운덴 [영웅]의 밤기차씬이 가장 신선하고 멋진 장면이었네요.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공연의 여배우는 오진영(?)이라는 분이였는데, 애초에 정성화 말고는 나머지 배우들은 아웃 오브 안중이어서-_- 나머지 배역들은 누가 맡든 크게 신경 안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지킬 앤 하이드] 넘버 중에서 <지금 이 순간>보다도 루시가 부르는 <A New Life>를 가장 좋아하는데, 리사가 루시 역할도 맡았었군요? 몰랐습니다.
15/04/19 18:00
수정 아이콘
헛 그러고 보니 드림걸즈는 마침 어제 보고왔습니다 :) 맞아요 그 무대 연출도 굉장히 인상적이더라구요. 때로는 앞뒤로 때로는 좌우로 무대와 뒷편을 나누어가며 보여주는데..... 극장에 무대장치를 도대체 얼마나 많이 준비한건지 감탄을....

리사가 14-15 시즌 루시를 맡았었는데, 고음부분을 살짝 뭉게는 경향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연기노선이 루시랑 딱 어울려서 저는 꽤 괜찮았었습니다. 뭔가 발랄하고 재기넘치는 소녀스러운(?)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루시랑 딱이더라구요.
Eternity
15/04/19 18:13
수정 아이콘
저는 2009년 초연 당시 [드림걸즈]를 봤는데, 이번에 6년만에 다시 공연한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화려한 무대장치는 여전한가 보네요. 09년 그당시 캐스팅이 에피(홍지민), 디나(정선아), 커티스(오만석)이었는데, (그 이후로 이 공연을 또 보진 못했지만) 제 개인적으론 이 당시 캐스팅 조합이 최고였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의 차지연-윤공주 조합도 전혀 밀릴 게 없지만, 저는 당시 오만석이 연기한 커티스에 반했었거든요. 정성화나 홍지민처럼 폭발적인 가창력과는 다르게, 마치 레이저가 일직선으로 무대에서 관객들의 귀로 꽂히는 듯한 오만석의 발성과 노래실력이 참 멋지더라구요.(그 당시 배우 김승우랑 오만석이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김승우는 노래실력 때문에 꽤 많이 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암튼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음 달 공연 마치기 전에 꼭 한번 재관람하고 싶은 마음이네요.

근데 어떤 캐스팅으로 관람하셨나요? [드림걸즈] 얘기 쫌만 더 해주세요 흐흐
15/04/20 10:29
수정 아이콘
껴들어서 죄송합니다^^ 재밌는 얘기 하고 계셔서
저도 이번 드림걸즈 차지연-윤공주에 커티스는 김도현 배우님이었구요. 저는 뭐 커티스 보다는 워낙 지미 캐릭터를 좋아해서 박은석 배우님이 워낙 잘 소화해주셨어요 오히려 윤배우님이 디나랑 잘 안어울리는 듯한.. 항상 그 약간 트로트 같은 느낌을 자꾸 주는터라 노래할때 몰입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it's all over가 생각보다 좀 약한 느낌이라 재관람은 고민중입니다. 워낙 차에피가 후덜덜해서요 또 보고싶긴 하네요~~
Eternity
15/04/20 12:43
수정 아이콘
이러한 껴들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안그래도 피지알에서 뮤지컬 얘기를 나눌 불판(?)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제 글이 그런 용도로 작게나마 사용되는듯 하여 오히려 기분이 좋습니다 흐흐

이번 [드림걸즈] 캐스팅 가운데 가장 최고의 조합이라고 생각되는 차지연-윤공주 캐스팅으로 보셨군요.(실제론 어떤지 몰라도 네임벨류만 놓고 보자면 이 조합이 최고라고 보거든요.) 주연급의 두 배우를 동시에 보는 기쁨이 있죠. 하지만 디나역에는 윤공주보다는 09년 초연때의 정선아가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외모나 분위기에서 풍겨나오는 색기랄까요? 그런 게 넘사벽이죠. 암튼 시간과 여유가 허락하면 5월 안에 관람하고 싶은데 어찌될지는 모르겠네요.
15/04/20 14:07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PRG에 뮤덕이 많네요 흐흐 맨날 남자 혼자 보면서 은근히 쓸쓸했는데 말이죠. 저도 말씀하신대로 네임밸류상으로는 차-윤 조합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윤공주님 특유의 창법 상 이번 디나 역이나 몬테의 메르세데스나 좀 아쉬운건 어쩔 수 없는거 같아요. 차라리 알돈자 할때가 제일 잘 어울렸던거 같구요. 뭔가 예쁘고 고운 얼굴인데 노래 스타일이 40-50대 스타일로 들려서, 제 생각에도 보진 못했지만 정선아배우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기는 해요 워낙 끼가 많고 다양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능력자셔서. 그래도 차에피님 때문이라도 한번은 볼 만 하실것 같아요!
Eternity
15/04/21 10:34
수정 아이콘
근데 혼자서 뮤지컬 보러가면 많이 심심하고 쓸쓸한가요? 사실 저도 극장은 혼자 자주 가는데 예전에 대학교 때 과제였던 햄릿 연극을 혼자 보러갔다가 넘 쓸쓸해서ㅠ 그담부턴 뮤지컬이나 연극은 혼자 보러 안가거든요. 근데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고민이 되더군요. 혼자 다녀보신 입장에선 어떠신가요?
15/04/21 11:17
수정 아이콘
혼자 극 자체를 관람하는건 전혀 문제가 없는데요 딱 아쉬운게 한개 있다면 공연이 정말 좋았을 때 같이 경험하고 맞장구쳐줄 사람이 없을 때 좀 아쉬워요. 극이 별로면 뭐 별로 생각 안나긴 하더라구요^^
DavidVilla
15/04/20 10:50
수정 아이콘
껴들어서 죄송합니다^^(2)

저도 어제 드림걸즈 관람하고 왔는데, 위의 레프님과는 다르게 에피 박혜나, 디나 박은미에 커티스 김준현이었습니다. 근데 저 역시 남자가 봐도 멋진 매력을 발산하는 커티스 김준현보다는 꿀잼 제대로 선사해주는 지미 역의 박은석 씨가 대박이었습니다!!

그 외 박혜나 씨야 원래 워낙 잘하시니 패스하고, 박은미 씨도 나름대로 좋은 모습 잘 보여줬습니다. 다만 뮤지컬 자체가 영화와는 조금 다르게 에피 위주로 흘러서 비중이 덜하지만 말이죠. 그래도 'Listen' 부를 때는 서로 주고 받으면서 잘하더군요.(비욘세 생각은 접고 들으려고 해도 자꾸 겹쳐서 아쉬웠....)

아, 그리고 본문에 '드림걸즈의 오만석'이 있는데, 전 커티스를 오만석 씨가 얼마나 잘했길래 그렇게 불리는 건지 살짝 궁금하네요.^^;
오히려 저 말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지미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끝으로, 차에피 때 한 번 더 볼까 생각중입니다. 어제 박혜나 씨는 컨디션이 그리 썩 좋은 모습은 아녔던 것 같아서요..
15/04/20 11:07
수정 아이콘
사실 극이나 노래 자체가 커티스가 주목받기는 좀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잘 기억을 못하는것 같네요
제 생각에도 영화가 너무 잘 뽑혀서 뮤지컬이 좀 묻히는 감이 있다고 느껴져요. 특히 반주가 풍성하지 않고 중간중간 비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무래도 노래 자체를 영어랑 한글 섞어서 부르다보니 몰입도도 좀 떨어지는거 같고 하튼 전반적으로 약간 아쉬웠어요. 하지만 차에피..는 정말 엄청납니다 and i'm telling you 이거 들으면서 진짜 펑펑 울었어요 흐아
Eternity
15/04/20 12:57
수정 아이콘
우선 반갑습니다~! 제가 볼 때는 초연때랑 지금이랑 부각시켜주는 배역이 다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09년 초연때만하도 지미 역 보다는 에피(홍지민), 디나(정선아), 커티스(오만석) 이 세명의 트로이카가 공연을 이끈 느낌이었거든요. 실제로 홍지민은 이 작품으로 2009년 제15회 한국 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구요. (여담입니다만, 통통한 체형도 영화 속 에피랑 거의 비슷하다는..-_-)

암튼 폭발적인 가창력의 홍지민, 색기 넘치는 관능미의 정선아 둘 다 좋았지만 제 마음 속의 넘버원은 커티스 역의 오만석이었습니다. 비중이 아주 크진 않았지만, 성공을 위해 사랑까지도 희생시키는 비정하고 냉철한 커티스 역을 아주 완벽하게 소화해냈거든요. 특히나 <Listen>보다 더 기억에 남았던 건 오만석과 무리들(?)의 <Steppin' To The Bad Side>였네요. 아주 멋졌던 걸로 기억해요. 사실 오만석 공연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그의 노래를 듣곤, 이래서 사람들이 '오만석, 오만석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뮤지컬 배우의 클래스가 느껴지더군요.
Shandris
15/04/19 16:41
수정 아이콘
노래 좋네요. 뭐가 되었든 충실한 느낌...
15/04/19 16:49
수정 아이콘
영웅의 정성화는 진짜 그 이름만으로도 보러가야할 작품이죠
저도 조만간 보러가는데 기대중입니다

정성화가 아닌 영웅은 봐도 오히려 제가 어색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니 양준모 배우님은 좋았네요)

개인적으론 영웅 뮤지컬 넘버중에 [장부가]도 좋았어요
Eternity
15/04/19 17:56
수정 아이콘
맞네요, <장부가>도 좋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장부가> 후렴구가 <단지동맹> 후렴구, <영웅> 후렴구랑 멜로디가 똑같이 겹치더라구요.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암튼 좀 짬뽕곡(?)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꼬쟁투
15/04/19 17:06
수정 아이콘
정성화씨 맨오브라만차에서도 멋졌죠...!
좋아요
15/04/19 17:18
수정 아이콘
기회가 되서 어제 보고왔는데 참 이런글 볼때마다 정성화씨의 영웅은 어떤모습인지 궁금하네요-_-a. 돈부담이 너무커서 결국 못지를거 같긴 한데...
암튼 작품으로만 따져보자면 해외진출을 위한 장치들이 감상을 많이 거슬리게 하더라구요. 인간안중근하고 동양평화론을 정말 제대로 다루려했다면 설희랑 이토히로부미파트는 걍 아예 덜어내는게 맞았다 보고 대동아공영론과 동양평화론의 대립을 다루고자 헀다면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이토가 아니라 사상가 이토를 그렸어야 했다는 느낌. 말씀하신 설희파트를 위해 이토의 캐릭터가 좀 이도저도 아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근데 또 극중 최대 볼거리가 바로 그 설희의 겨울열차파트니 원.. 암튼 배우들의 열연은 좋았는데 들은 명성치에 비해선 좀 이래저래 아쉬웠네요. 이것도 결국 정성화의 안중근이 아니라 그런건지.
Eternity
15/04/19 18:26
수정 아이콘
근데 어차피 세세한 스토리 라인이나 각 캐릭터들의 사상 보다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넘버들을 빼곡히 채워넣어 압도하는 형국이다 보니 좋아요님께서 지적하신 그러한 단점들이 생각보다 크게 드러나지 않은 거 같습니다. 단점들이 잘 묻히도록 연출을 영리하게 했달까요?

뭐 그건 그렇고, 정성화의 [영웅]을 안 본신 건 큰 실수하신 겁니다-_- 다른 작품들이야(심지어 [지킬 앤 하이드] 마저도) '꼭 이 배우 아니면 안돼!'라는 작품이 별로 없는데, [영웅]은 정말 그렇거든요. 배우 정성화의 존재만으로도 작품의 질이 한차원 높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변호인]을 멱살잡듯 캐리해서 홀로 끌어올리던 송강호에 비견할 수 있을까요? 송강호 없는 [변호인]은 상상할 수 없듯, 정성화 없는 [영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제 막 보셨다면 이번 공연 내 재관람은 힘드시겠지만 혹시 다음 번에 또 정성화가 캐스팅된다면 그땐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근데 정성화가 다음에 또 할진 미지수이긴 하네요;;)
좋아요
15/04/19 18:50
수정 아이콘
지킬앤하이드는 조승우씨꺼는 못봤지만 류정한씨 연기에 정말 매우 만족했기 때문에 나름 스토리의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포만감있게 공연장을 나왔는데(굳이 조승우씨꺼까지 봐야겠다 싶지 않더라고요. 나한테 지킬은 이정도가 최선이야 느낌?) 정말 영웅은 정성화씨꺼를 봐야하는건가하는 고민이 생기네요-_-a(가격만 좀 낮았어도 하..)
Eternity
15/04/19 19:09
수정 아이콘
네, 맞아요. 사실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 뿐만 아니라 말씀하신 류지킬이나 홍광호 같은 배우들도 워낙 쟁쟁하고 유명하기 때문에 '꼭 조승우일 필요'는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근데 [영웅]은 달라요-_- 아예 안봤음 모를까, 한번 볼거면 어떻게든 정성화 캐스팅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또 어제 보셨다는 분한테 또 보라고 권하기도 뭐하고.. (그리고 막상 또 큰맘먹고 보셨는데 실망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그냥 다음이나 다다음 시즌 때 또 정성화가 주연을 맡게 된다면 그 땐 꼭 한번 보세요. 차라리 그편이 나을 겁니다. 스토리나 넘버가 잊혀질 때쯤 다시 보는 게 더 감동적일 수 있거든요. (물론 정성화가 다시 한다는 전제하에.. 쿨럭-_-;)
15/04/19 17:47
수정 아이콘
맨오브라만차 봤었는데, 영웅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네요.
Eternity
15/04/19 17:49
수정 아이콘
전 이번에 [영웅]을 보고, 다음에 '정성화가 출연하는' [맨 오브 라만차] 공연이 또 올려진다면 꼭 봐야지 라고 다짐했습니다.
JISOOBOY
15/04/19 18:00
수정 아이콘
5월 31일까지 하니 많이들 보러가세요.
MMMMMMMMMMMMMMMM
15/04/19 18:43
수정 아이콘
카이스트의 영향인지 이 배우는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나와요.
생각 난 김에 복습이나 ~
15/04/19 18:43
수정 아이콘
안중근 의사 어머니가 보냈다는 편지는 볼때마다 뭉클해지네요
15/04/19 21:25
수정 아이콘
이번엔 좋은 뮤지컬을 추천해주셨네요. 예전에 [빨래] 보고 너무 좋아서 지인들한테도 추천했었는데 역시! 반응이 다들 좋았습니다. 영웅도 시간되면 5월안에 보러가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ternity
15/04/21 10:32
수정 아이콘
네, 대형 뮤지컬이라서 티켓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이왕 보실 거라면 좋은 좌석으로 보시길 권하구요.
정성화가 하는 [영웅]은 이번 기회 아니면 언제 또 할지 모를 정도로 희소성과 가치가 있는 공연입니다. 단지 [영웅]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성화가 출연하는' [영웅]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걸 생각하면 비싼 티켓값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죠. 지금 아니면 평생 못볼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암튼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려요. 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최고의 뮤지컬 두편을 [영웅][드림걸즈]를 꼽는데 마침 이번에 둘 다 하더라구요. 암튼 강추입니다^^
크라쓰
15/04/20 10:13
수정 아이콘
카이스트 그 형 맞죠?
15/04/20 18:36
수정 아이콘
네네 카이스트 그 형이요..
그 때 천리안 카이스트 팬클럽에서 토요일 저녁 10시에 정팅을 했는데 (요즘엔 정팅이라는 말 쓰는 사람 없겠죠...)
정성화 배우는 거의 다 참석하셨던 것 같아요 하하 진짜 옛날이네요.
DavidVilla
15/04/20 10:56
수정 아이콘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봤습니다. 그땐 JK김동욱 씨가 안중근 역이었는데, 정말정말 많이 아쉬웠거든요.. 듣다가 집중력 흐트러져서 사람들이 살짝 웃고 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노력하는 모습과 열정적인 모습에는 충분히 감동했습니다.

그 외 인상 깊었던 것은, 저 어머니 등장씬이었는데 정말 폭풍 눈물 나올 정도로 어머니 연기하시는 분.. 잘하시더군요.
그리고 기차씬도 참 생생하고, '누가 죄인인가'의 포스는 말 안해도 대박이니 뭐!
이번에 정성화 씨 다시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는 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으으으..

리뷰 감사합니다. 퇴근 후 다시 한 번 정독하겠습니다!
Eternity
15/04/21 13:03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작년 예술에 전당에서 JK 김동욱 주연으로 [영웅]이 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땐 그냥 넘겼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 생각에, '영웅을 안봤으면 안봤지, 본다면 꼭 정성화 캐스팅으로 봐야지!'라고 항상 다짐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정성화 주연의 [영웅]이 하는 걸 알았을 때 무척 흥분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이건 VIP로 꼭 봐야해!!" 이런 느낌이었죠 크크

암튼 말씀하신 부분들 저도 전부 공감하구요. 특히나 그 어머니 등장씬에선 저랑 같이 가신 분이 폭풍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 저는 눈물까지 흘리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감동적이었어요.(근데 개인적으론 어머니나 설희 같은 다른 캐릭터보다 안중근이 노래 부를 때가 항상 폭풍 감동이더라구요. 어쩌면 정성화의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주연배우 덕에 200% 만족하고 나온 공연이었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657 [일반] [리뷰] 뮤지컬 <영웅> – 배우 정성화의 힘 [31] Eternity8195 15/04/19 8195 7
57656 [일반] [WWE] 스티브 오스틴을 스타로 만들어준 오스틴 VS 하트 파운데이션의 대립 [15] 신불해9210 15/04/19 9210 3
57655 [일반] "국제결혼은 성적순"vs"한국어 능력 결혼의 기본" 기사를 읽고 [54] 구들장군10064 15/04/19 10064 1
57654 [일반] 1 [59] 삭제됨11379 15/04/19 11379 8
57652 [일반] 삼촌팬이 리얼리티를 만들때, 에이핑크뉴스 시즌3 [18] 좋아요6682 15/04/19 6682 10
57651 [일반] 초보 여행자의 유통기한 지난 간사이 여행후기 [38] 호구미5576 15/04/19 5576 2
57650 [일반]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High Frequency Trading - 2 [11] Elvenblood6453 15/04/19 6453 13
57649 [일반] '일베 기자'라는 호칭이 주는 불편함 [39] 삭제됨7685 15/04/19 7685 7
57648 [일반] 이별, 그 뒷 이야기 [21] 삭제됨3620 15/04/19 3620 10
57647 [일반] 세월호 범국민 대회 광화문 현장-해산중. [373] 삭제됨14423 15/04/18 14423 1
57646 [일반] PGR을 한다는것.. [7] 삭제됨3114 15/04/18 3114 9
57645 [일반] 판타지 느낌나는 메탈 [7] opxdwwnoaqewu6922 15/04/18 6922 2
57644 [일반] [연재] 웃는 좀비 - 4 드라카2046 15/04/18 2046 2
57643 [일반] 전 세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역대 프로 복서 Top10 [17] 김치찌개12573 15/04/18 12573 1
57642 [일반] 무한도전 식스맨 확정 [341] 발롱도르18247 15/04/18 18247 1
57641 [일반] 너무나도 직설적이고 솔직한 선거 포스터 [55] 카시우스.8598 15/04/18 8598 1
57640 [일반] 공공기관 취준생인데 너무 화가 나고 분합니다. [98] 카시우스.16932 15/04/18 16932 4
57639 [일반] [K리그] 전북은 사기팀입니다. [33] ChoA5813 15/04/18 5813 1
57638 [일반] 세월호의 '비단원고' 희생자들 [15] jjohny=쿠마7081 15/04/18 7081 21
57637 [일반] 민국이의 겨울텐트, 그리고 아빠의 마음 [26] Eternity6979 15/04/18 6979 10
57636 [일반] Star Wars EP7 Official Teaser #2. 부제-We're home [11] Graves2715 15/04/18 2715 0
57635 [일반] 조선일보 "성완종 장부 야당인사있다" vs 검찰 "그런 자료 본 적 없다" [59] 발롱도르10380 15/04/18 10380 3
57634 [일반] SBS 동물농장 방송조작 논란(수정) [22] 상상력사전11912 15/04/18 11912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