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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18 14:11:19
Name Eternity
Subject [일반] 민국이의 겨울텐트, 그리고 아빠의 마음
민국이의 겨울텐트, 그리고 아빠의 마음



MBC 예능프로 <아빠! 어디가?>를 거의 시청하지 않은 나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한 편 있다. 바로 2013년 2월에 방송된 '춘천호 겨울캠핑 편'. 이날의 주제는 강원도 춘천호의 얼음호수 위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겨울캠핑용 텐트를 치고 함께 빙어낚시를 하며 단란하고 즐거운 1박2일을 보내는 일이었다. 가족들의 캠핑 장비는 각자 준비해오는 것으로 기획되어 있었기에 춘천호에 도착한 다섯 가족은 각자 준비해온 캠핑 장비를 꺼내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겨울캠핑 자체가 처음이라 사전 지식과 정보가 부족했던 김성주네 가족이 김동성으로부터 여름 캠핑용 원터치 텐트를 빌려온 것. 다른 가족들은 다들 크고 넓은 겨울용 텐트를 열심히 치고 있는 와중에 그 속에 초라하게 덩그러니 놓인 김성주와 민국이네 여름 캠핑용 텐트.

우리 텐트가 제일 빨리 쳐졌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던 민국이는 으리으리한 다른 가족들의 겨울용 텐트들이 점점 위용(?)을 드러내자 이와 확연히 비교되는 자기네 텐트의 초라함을 깨닫고는 이내 시무룩해지고는 결국엔 창피하고 야속한 마음에 아빠를 원망하며 서러운 눈물을 와락 터뜨린다. 당황스럽고 답답하기는 아빠인 김성주도 마찬가지. 속상하고 난감한 마음을 추스르고 애써 태연한 척 민국이를 달래보지만 민국이는 달래지기는 커녕 그런 아빠에게서 멀리 떨어져 얼음호수 구석에 홀로 쭈그려 앉아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로 서럽고 슬픈 마음을 억누르질 못한다. 결국 보다 못한 김성주는 그런 아들에게 다가가 "민국아 아빠가, 저 텐트가 겨울에는 저런 거 치는 건지 아빠도 몰랐어.. 우리는 겨울에 한번도 이렇게 텐트치고 나와본 적이 없잖아.. 아.. 아빠가 몰랐다.. 오늘만 저기서 그냥 어떻게 자보면 안 될까? 다음에 민국이랑 겨울에 놀러갈 때는 멋진 텐트 만들어가지고 지아네 집처럼 저렇게 침대도 만들어 놓고 그렇게 한번 해볼게." 라며 "오늘은 아빠가 너무 미안하다.."라는 한마디를 나직히 덧붙인다.
  
이 말이, 가벼운 마음으로 예능프로를 시청하던 내 마음을 순간 짠하게 만들었다. 남들과 비교되는 작고 초라한 여름용 텐트에 창피하고 서러웠던 민국이의 상처받은 마음 또한 안타까웠지만, 그 순간 내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하고 한없이 미안한 아빠가 되어버린 그의 입장, 아빠의 착잡하고 속상한 속마음이 깊게 느껴졌던 것. 서러운 눈물을 펑펑 흘린 채로 풀이 죽은 민국이도 민국이지만, 그런 아이를 바라보면서 태연한 척 감싸 안으며 "아빠가 너무 미안하다.."라며 되뇌이듯 애써 달래주던 김성주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이들의 모습이,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 무언가 낯설지 않아서였을까, 나는 그날 이 프로를 보며 내내 마음 한 켠이 짠했다. 어쨌든 결국 이러한 춘천호 겨울텐트 헤프닝은 제작진의 텐트 지원과 다른 아빠들의 도움으로 다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겨울텐트를 하나 더 추가로 치게 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하지만 만약 이 모습을  작금의 우리네 현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상대적 빈곤에 빠져있는 민국이네 가족이 프로그램 내에서 정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제작진과, 있는 집(?) 아빠들의 공동 지원을 통해 위기를 넘겼으니 빙판 위 차가운 춘천호를 우리네 현실이라고 친다면 제작진은 정부, 겨울용 텐트를 갖고 있는 나머지 가족들은 중산층 정도 되는 셈이 아닐까. 결국 민국이네를 향한 이들의 무상텐트(?) 지원을 요즘 얘기하는 복지담론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선별적 복지'쯤 되는 셈이다. 결국 프로그램 안에서는 이러한 지원과 도움을 통해 민국이네도 남들과 같은 든든한 겨울용 텐트를 갖게 되었고 민국이의 얼굴에서 다시금 해맑은 미소가 번지게 된다. 이렇듯 다행히 훈훈한 결말을 맞이한 '아빠! 어디가? 겨울캠핑 편'이었지만, 나는 프로그램을 다 시청하고 난 후에도 풀이 죽은 아들을 쓸쓸하게 바라보던 아빠 김성주의 안타까운 눈빛이 내내 생각났다. 이른바 '무상텐트(?) 헤프닝'은 훈훈한 모양새로 잘 마무리되었지만 아빠인 김성주의 마음은 1박2일간의 겨울캠핑 여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주변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잘 넘기긴 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는 내내 민국이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함,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자책이 남아있지 않았을까?

사실 요즘 흔히들 우리가 '무상급식 담론'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눌 때 꼭 빼놓지 않는 것이 눈칫밥을 먹으며 공짜 급식을 먹게 될 아이가 받게 될 소외감과 상처이다. 물론 이러한 상처를 보듬는 것이 보편적 복지를 통한 무상급식의 핵심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이에 못지않게,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급식을 먹는 내 아이를 바라봐야만 하는 부모의 미안하고 아픈 마음 또한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선 차라리 스스로가 소외감을 겪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이 골백번 낫지, 내 경제적 부족함으로 인해 우리아이가 학교에서 남들 모를 창피함과 서러움을 조용히 안고 밥을 넘기는 모습은,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기 어려운 상처로 남을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경제적 부족함으로 인해 나를 넘어서 내 아이까지 상처받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안타깝고 가혹한 일이다.

마치 '나 홀로 여름텐트'에 상처받고 서럽게 울던 민국이를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봐야했던 아빠 김성주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아이 앞에서 태연한 척 티는 안냈지만 그 순간 아마 김성주의 속마음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속상함, 답답함과 자책감 등 다양한 감정으로 뒤섞였을 것이다. 만약 제작진이 부모들이 능력껏 각자 텐트를 준비해올 것을 요구하지 않고 애초부터 기본 텐트장비를 가족들에게 제공해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 민국이가 서러운 눈물을 폭발시키며 빙판 위에 쪼그려 앉아 아빠를 원망하는 일도, 그리고 그런 민국이를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던 김성주의 모습을 보는 일도 우린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한 아이의 눈물만이 아니라 그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해 속으로 흐르는 아버지의 눈물까지도 미리 닦아줄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이러한 보편적 복지의 또 다른 미덕이 아닐까.

결국 '아빠! 어디가? 겨울캠핑 편'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어쩌면 보편적 복지라는 게 우리 아이들의 소외감과 상처를 보듬어주는 하나의 방편인 동시에 이 아이들을 어렵게 키워내며 평생을 바라보고 지켜보는 우리네 엄마, 아빠들의 상처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또 하나의 손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 안에서 민국이처럼 서럽고 속상한 마음에 펑펑 우는 아이들이 점차 없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중요한 과제인 것처럼, 내 아이에게 "아빠가 너무 미안하다.."라며 고개를 떨구는 일이 줄어들도록 만들어주는 사회. 한 아이의 상처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부모가 가진 상처까지도 세심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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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란데
15/04/18 14:47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항상 민국이의 입장이었고 그 입장에서만 바라봤었습니다. 제가 부모님은 어떠실지 생각해 본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건지 혼란스럽지만 부모님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게 하는군요.
아팡차차찻
15/04/18 14:50
수정 아이콘
국가 전체적으로 문제없이 시행하고 있는 복지를 도단위에서 내팽개친 홍준표 의원의 행보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보편적 복지의 정당성 자체에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그래서 결국 저 미안함을 나라가 어루만져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네요.
몽실이
15/04/18 14:52
수정 아이콘
좋은 비유입니다만..

제작진이 부모들에게 능력껏 각자 겨울용 텐트를 준비할것을 안내하고 준비가 힘든 경우 대여해주거나 지원해주었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었을것 같습니다.

이상 예산이 부족한데 무리해서 무상급식을 할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이였습니다.
종이사진
15/04/18 15:01
수정 아이콘
촬영장 텐트 주위에 수로를 파는 등의 불필요한 예산집행을 하거나,
출연진들에게 수로를 판다고 예고해놓고 수로건설의 타당성을 출연진으로 하여금 편갈라 다투게 만드는 제작진이 아니라면,
몽실이님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몽실이
15/04/18 15:08
수정 아이콘
좋은 비유이시네요 흐흐
15/04/18 15:14
수정 아이콘
결국 무상급식 문제는 정책결정권자의 철학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예산에 우선 순위를 주고 집행하는가, 뒤로 미룰 것인가, 예산편성을 하지 않을 것인가.

무상급식 중단으로 마련된 640억정도의 예산으로 10만여명의 서민자녀들에게 연간 50만원 정도의 교육지원을 하는데,
어떤 것이 더 효용가치가 있을 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부모입장에서 많이 해주어도 항상 모자란 것 같은 마음이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혹시나 그부분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데,
본문의 짤방을 보니 mc김성주가 아닌 민국이 아빠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네요.
마스터충달
15/04/18 14:56
수정 아이콘
요즘 감사일기를 쓰고 있는데, '고맙다'라는 말 만큼 '미안하다'라는 말도 꽤 적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미안하다고 일기를 쓰면... 조금 마음이 시리긴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안하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민국이처럼 펑펑 울수도 없는 아빠의 마음이 민국이보다 더 쓰라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5/04/18 14: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인데 마침 얼마 전 김성주씨 관련 성토글이 올라왔던 게 생각나 묘하게 겹쳐보이네요.
Love&Hate
15/04/18 15:05
수정 아이콘
갑자기 본문이 보편적 복지로 이야기가 튀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선별적 복지를 하며 다른 지원을 받는것이 부모님 입장에서 나을수 있는 일인겁니다.
단순히 밥먹을때만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거든요.
메이커 신발을 못신기고 남들가는 학원 못보내는것도 마찬가지의 일일뿐이에요.
밥은 우리애만 공짜로 먹고 나이키 신발하나 신기는게 더 낫다고 볼수 있는 일입니다.
(나이키 신발은 예시일뿐입니다)
이런류의 감성적 접근이 옳다고 보지않습니다.
Eternity
15/04/18 15:35
수정 아이콘
갑자기 본문이 보편적 복지로 이야기가 튀는 이유는,
프로그램 내에서 일종의 선별적 복지의 형태로 민국이네 가족이 무상텐트를 지원받긴 했으나 민국이와 아빠 김성주가 받은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는 않은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안타까움에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단순히 밥먹을때만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Love&Hate님의 논리대로 밥은 공짜로 먹이고 나이키 신발이나 혹은 그 외 더 많은 분야에서 지원을 받아 아이에게 제공해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아이나 부모의 훼손된 자존감이 치유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결국 효율성과 선택과 집중을 앞세운 '경남식의 선별적 복지'보다는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아껴가며 빈부격차의 분야를 조금씩 줄여가는 '성남시식의 보편적 복지'를 저는 지지합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건 단순히 효율성만 앞세워 더 많이 지원해주는 게 아니라,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상처를 받는 분야를 조금씩 줄여가는 것(반대로 얘기해서 그 격차를 완전히 지울 순 없어도 성남시처럼 조금씩 그 분야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ove&Hate님께서는 이런 류의 감성적 접근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아이들의 복지 문제만큼은 이런 식의 감성적 접근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Love&Hate
15/04/18 16:18
수정 아이콘
본 프로그램은 선별적 복지이기때문에 김성주가 상처를 받은것이 아니고
보편적 복지이기 때문에 치유할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류의 감성적 접근이 옳지 않다는 것이고

정작 빈부격차를 줄이는 방향은 선별적 복지입니다.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복지로 이득을 보는 계층은 저소득층이 아닙니다. 어차피 받을것을 똑같이 받는것뿐이에요
그게 똑같으니깐 감성적 접근을 하게되는거구요.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바라는 입장도 좋다 이겁니다.
그것을 본인이 생각한 감성적 이유로 저소득층을 위한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그들의 상처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을지 의문입니다.
제가 이 감성논리에 거부감이 드는것은
실제로 낙인효과든 본문같은 부모님이든
실제 그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는겁니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그들을 걱정하기 때문에 이 정책을 지지한다죠.

단돈 십만원이라도 가욋돈을 쥐어줄수 있으면 어느쪽을 지지할까요
전 받을수 있는것을 원한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수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것은 아니고요
그들을 위해서 특정한 시스템이 좋다는 사람들이, 그들의 입장을 정말 생각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저는 선별적 복지가 저소득층을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다 더 혜택이 돌아가는 실질적 효고가 큰 선별적 복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보편적 복지가 절 위해서 좋을수도 있다고 생각하지요. 저야 선별적 복지로 받아볼 혜택은 없으니깐요.
15/04/18 16:42
수정 아이콘
반대로 경상남도의 유상급식전환으로 20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급식비를 내게되었는데, 학생2명이라면 없던 지출이 10만원 늘어난 셈이죠.

물론 저소득층의 지원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월소득 250이상이면 급식비를 내야하는데, 그 언저리에 있는 중산층들에겐 생각지않은 고정비용이 발생한거고
이건 꽤나 큰 비용입니다.

어떤게 효용이 높을지는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소득층에 몰빵지원말고도 효용가치가 있는 복지정책은 있을테니까요
Love&Hate
15/04/18 16:46
수정 아이콘
마찬가지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그 이야기라는겁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아닌데 저소득층의 눈물닦아주는 이야기하는것이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는거죠.
말씀드렸듯 앞으로의 저를 위해 좋은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15/04/18 17:11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Eternity
15/04/18 23:54
수정 아이콘
1. 우선 본 프로그램에서 선별적 복지이기 [때문에] 김성주가 상처받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선별적인 복지 스타일의 지원을 [통해서도] 그들의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음을 아쉬워한 것입니다. 보편적 복지로 치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전 치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애초에 제작진에서 캠핑장비를 모든 가족들에게 지급했으면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았겠죠.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그럴만한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감수성의 영역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선별적 복지만으로는 평생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지요.

2. 경제적인 격차, 그러니까 양적인 빈부격차를 줄이는 더 효율적인 방향이 선별적 복지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질적인 그러니까 감성적 영역의 격차까지 선별적 복지가 제대로 해소해주진 못합니다. 보편적 복지로 이득을 보는 계층은 저소득층이 아니라구요? 겉으로만 보면 그렇죠.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지자체에서 학생들의 교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그 남은 돈으로 운동화까지 지원한다고 쳐보죠.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지원이긴 합니다. 겉으로만 보면 말씀하신 대로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었죠. 하지만 공짜로 지원비를 통해 아이비 교복을 사고 나이키 운동화를 산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교복이나 신발 구입에 관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떳떳하게 마음껏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속으로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 중에 교복이나 운동화 얘기가 안나오길 바라진 않을까요? 백번 양보해서 이러한 창피함이나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로운 친구가 있다고 치죠. 친구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교복 구입과 운동화 구입 얘기를 하는 아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아이가 속으로 갖게 될 남 모를 찝찝함과 이물감,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가 아이에 대해 계속해서 갖게 될 안타까움과 미안한 감정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선별적 복지'를 통해 해소될 수 없는 영역인 거죠. 왜 이러한 감수성의 영역, 감성적인 영역의 문제를 가벼이 여기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성남시가 추진하려고 하는 '무상교복'과 같은 보편적 복지는 그동안 돈이 없어 선배들의 교복을 물려입던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떳떳하게 교복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전 이점이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단순히 급식이나 교복 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 운동화는? 학용품은? 가방은?" 뭐 이런식의 반론을 많이들 하십니다. 그에 대한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우선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민한 끝에 여러가지 빈부격차의 '영역'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 아이들의 피부에 쉽게 와닿는 영역부터 조금씩 그 차이를 줄여나가자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경제적 차이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빈부격차'를 줄여주는 일을 얘기하는 겁니다. 성남시처럼 쓸데없는 예산을 줄이고 아껴가면서 무상급식 -> 산후조리 -> 무상교복(예정) 등으로 빈부격차의 영역을 하나씩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금 당장 저소득층에게 가욋돈을 쥐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 마지막으로, 직접 저소득층의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냐라는 식의 말씀을 해주시는데 이런 식의 반론은 부당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야 말로 똑같은 얘기를 반대로 돌려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진 않겠습니다. 이러한 제 반론 또한 근거가 빈약하긴 매한가지이니까요. 그리고 저 또한 Love&Hate님이 링크하신 실제 저소득층 분께서 쓰신 블로그의 글도 잘 읽어봤습니다. 실제 그러한 의견을 지닌 분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구요. 하지만 그것 또한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죠. 물론 아닐 수도 있구요. 중요한 건 그러한 의견이 저소득층 분들 전체를 포괄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얘기입니다.(반대도 마찬가지이구요.) 대한민국의 모든 저소득층 분들의 입장을 우리가 알 수 없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참고로 저는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교육복지사업에 대한 나름의 애정과 노력으로 이 분야에서 도교육감 표창을 받은 경험이 있기도 합니다.) 제가 Love&Hate님 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봤을지 그런 것까진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적어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무런 실질적인 경험이나 고민도 없이 '그냥 단순히 이럴 것이다'라는 상상과 감성논리만 가지고 책상머리에서 이 글을 쓰진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그 분들 모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저소득층이 처한 개개인의 상황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를 것이란 거죠. 전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에야,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Love&Hate님은 마치, 본인은 이러한 저소득층 분들과의 경험을 충분히 하고 계시고, 저(혹은 저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분들)은 그렇지 못한 것처럼 단정짓는 듯한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저를 특정하진 않으셨지만, [그들의 상처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을지 의문입니다.] 라는 말씀의 '사람들'에서 저는 제외하시고 말씀하시는 걸까요?

이러한 성급한 넘겨짚기는 부당합니다. 더불어, 저소득층 분들이 성남시식의 보편적 복지의 확대를 원할지, 경남식의 선별적 복지의 강화를 원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결국 저나 Love&Hate님이나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가치 판단, 철학을 바탕으로 복지정책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것일 테구요. 그러므로 제 댓글에 '이 문제를 감성논리의 접근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는지 의문이다' 라는 식의 폄하섞인 반론을 펴시는 것이 부당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반론이야 말로, (저나 Love&Hate님 둘다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죠. 어쨌든 저는 이렇게 대립되는 저와 Love&Hate님의 대립된 입장 차를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복지정책을 바라보는 '철학과 가치관의 차이' 즉, '다름'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류의 감성적 접근이 옳다고 보지않습니다.]라는 말씀에 여전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저는 Love&Hate님의 선별적 복지에 대한 주장과 그에 관련된 일련의 비감성적 접근(?)이 틀렸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애초에 접근 방향과 해결점으로 지향하는 방식이 저와 다른 것일 뿐이죠.
lamdaCDM
15/04/18 16:24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무상급식 뿐만이 아니죠
파란무테
15/04/18 15:06
수정 아이콘
오늘 집앞공원에 꽃구경 겸 김밥싸들고 소풍을갔는데 마침 사람들이 많더군요
어떤이들은 돗자리에 또 텐트에
그걸보면서 저도 민국이네가 생각이 나더군요
그런데 피지알에 이런글이 크크

저는 3살아기와 함께 갔는데 모두 장난감을 들고왔더라구요
3대 장난감
비누방울(버블건)
유아용 공
무선 자동차

저중에 하나라도 없는 아이들의 떼를 받아내는게 여간힘든일이 아니데요
특히 마지막 무선자동차만 오면 그 가정빼고 나머지 가정의 아이들은 부러움과 떼씀이 절정으로..
매트리스맨
15/04/18 15:07
수정 아이콘
아이러니한 건 예능이 아닌 현실의 김성주는 월 153만원짜리 유치원에서 자식을 교육시킨다는..
Eternity
15/04/18 15:36
수정 아이콘
방송인 김성주가 중산층인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겠죠. 다만 이 글은 '프로그램 내'에서의 이들의 모습만을 가지고 이야기해봤습니다.
프로아갤러
15/04/18 15:43
수정 아이콘
아이들의 기살려주기를 전제로 한 보편적복지 말도 좋고 의미도 좋죠 단지 돈문제인데
정부예산 딸리지않나요?
마스터충달
15/04/18 15:56
수정 아이콘
사자방에 부은 돈을 생각하면... 예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세금 낭비와 세금 도둑이 많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프로아갤러
15/04/18 16:00
수정 아이콘
그런걸 잡아내서 보편적복지를 할만하다면 했으면 합니다
마스터충달
15/04/18 16:09
수정 아이콘
그 행보를 스스로 보여주는 게 요즘 이재명 성남시장이 아닌가 하네요. 전 시장이 싸놓은 수천억 빛을 갚아나가면서도 육아복지, 무상급식 등을 확대해 가고 있죠. 그러면서 “나쁜 짓, 4대강, 사자방 같은 짓만 안 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다”며 “논쟁이 되고 있는 온갖 복지를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주장을 실제로 보여주는 만큼 그 말에 힘이 실려있다는 느낌입니다.
프로아갤러
15/04/18 16:45
수정 아이콘
이런식으로 가능한 정치인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쪼아저씨
15/04/18 16:28
수정 아이콘
보편적복지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그런걸 잡아내는데 열심인 사람들이면 공감하겠는데,
현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 답답한 것이지요.
프로아갤러
15/04/1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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