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글에는 HFT를 설명하기에 앞서 트레이딩이 무엇인지, 그리고 속도가 트레이딩 세계에서 왜 중요한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번글에서는 실제 HFT 회사들에서 사용하는 전략들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다(자세하게 설명하면 잡혀감). 물론 실제 알고리즘들은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HFT 회사들은 대부분 엄청난 속도를 바탕으로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를 추구한다. 사실 무위험인 전략이라는게 존재할리가 없지만, 속도만 받쳐준다면 리스크 거의 없이 일정량의 profit을 보장받는것이 가능하다. 결국 이런 arbitrage 기회가 존재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제일 빠른 사람만이 이 기회를 차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만 받춰준다면? 5년동안 딱 하루만 손해를 보고 나머진 매일 몇십억대의 수익을 낸 Virtu Financial. 이런 회사들의 직원수는 몇백명채 안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1. correlation trading 혹은 pair trading (물론 이런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지만, 연관성이 99.999%이상인 두 상품 사이에서 가격의 차이가 생기면 재빨리 가서 비싼 상품을 팔고 싼 상품을 사는 것이다. 사실 별거 없다.)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어디로 가야할까? 일반사람들은 그냥 거래 플랫폼에 들어가서 한 종류의 주식에대해 '사자', 혹은 '팔자' 주문만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같은 주식을 취급하는 거래소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용 거래소(public exchange - BATS, NYSE, CME, NASDAQ 등등)가 10~20 군데가 있고, 큰 은행들에서 운용하는 사설 거래소(private exchange, 이 곳에서 일어난 거래들은 바깥 세상에 들어나지 않는다. 골드만 삭스의 Sigma-X, 크레딧 스위스의 Crossfinder가 대표적이다)도 수십 군데가 있다. 즉 결국 투자자가 '사자'주문을 넣으면 그 거래 주문이 수십 군데의 거래소로 가서 가장 좋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이다.
이 방식은 일반인들이 적은양의 거래를 할 때는 큰 상관이 없지만 헤지펀드들이나 자산운용사들이 몇백억어치의 주식을 살때는 문제가 생긴다. 이들은 엄청난 양의 주문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브로커들을 이용하는데, 이 브로커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거래소로 주문을 먼저 거쳐가게 routing을 바꿀 수 있다. 예를들면 Facebook 주식을 사고 싶다고하면 'Nasdaq에서 찾아보고 그 다음 BATS에서 찾고 없으면 IEX로 가라'라는 식으로 거래주문이 도는 순서를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모든 브로커들이 특정 거래소를 선호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BATS 거래소의 경우 거래를 성사시킬시 브로커에서 리베이트를 주고, NASDAQ은 브로커가 수수료를 문다. 그럼 당연히 모든 브로커들은 자신의 주문의 우선순위가 BATS 거래소로 갈 것이다. 이걸 알고 있는 HFT회사들은 모든 거래소에 마켓을 만들어 놓고(마켓을 만든다는 말이 이해가 안가면 저번글을 먼저 읽으셔야 된다) BATS에 매수주문이 오는 순간 우월한 속도를 바탕으로 다른 거래소에 있는 같은 주식을 전부 매수한다. 그러면 몇만주를 사야하는 헤지펀드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HFT회사들에게 더 비싸게 사야되고(BATS에서 샀던 주식 물량으로는 몇만주에 턱없이 부족하다), HFT회사들은 낮은가격에 사고 비싼가격에 팔았으니 무위험으로 수익을 올리게 된다.
다시 설명해드리면, 헤지펀드 A는 애플주식 500주를 사고 싶어한다.
애플주식은 현재 101만원에 사고 99만원에 팔 수 있다. 거래소는 3군데가 있고 그 가격에 100x는 물량이 100주만큼 있음을 뜻한다.
BATS: 100x 99만원 @ 101만원 100x
NASDAQ: 100x 99만원 @ 101만원 100x
IEX: 100x 99만원 @ 101만원 100x
브로커의 주문이 BATS에 들려 101만원에 100주를 사가는 순간 HFT회사들은 애플주식을 사고 싶다는 수요가 높다는 걸 알고, 자신들은 NASDAQ과 IEX에서 200주를 101만원에 사간다. 브로커의 주문이 BATS에서 100주를 사고 나머지 400주를 사기 위해 다른 거래소에 도착한 이상 이미 애플주식의 마켓은 HFT회사들이 100만원 @ 102만원으로 바꿔 놓앗다. 결국 브로커는 102만원에 나머지 주식을 전부 사야되고, HFT 회사들은 101만원에 사서 102만원에 팔고, 포지션을 정리한다. 이는 전부 눈 깜짝할 사이(보다 빠른 10~40 마이크로세컨드)안에 일어나는 일이다.
꼭 같은 주식일 필요도 없다. 예를들면 시카고 CME 거래소에서 제일 많이 거래되는 상품중 하나인 S&P 500 선물(ES라고 한다)는 NYSE에서 판매하는 S&P 500에 속해있는 주식들의 가격을 100% 반영하는 상품이다. 즉 ES 선물의 가격은 S&P 500 주식들의 가격들에 정해진 weighting을 곱한 합과 정확히 같은 상품이다. 개별 주식들의 가격이 선물가격보다 높은 순간이 있으면 HFT 회사들은 곧장 시카고에 있는 CME에 매수주문을 넣고 개별주식들을 전부 매도한다. 만약 CME 선물을 매수한 순간 개별주식의 가격이 다시 떨어진다면? 결국 돈을 날려 먹는 꼴이 된다. 이런 전략을 기회가 사라지기 전에 누구보다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HFT회사들은 시카고와 뉴욕을 있는 광섬유 케이블에 몇백억씩 투자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시간이지만 HFT회사들에게는 무위험 차익거래를 실행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다른예로 어떤 헤지펀드가 EUR/USD 환율페어를 엄청나게 샀다고 하자. EUR/USD 환율에 수요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자마자 HFT회사들은 다른환율들이 이 움직임에 반응하기 전에 EUR/JPY와 JPY/USD를 동시에 사면서 가격이 오른 EUR/USD를 팔면 그냥 포지션 없이 공짜돈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런 arbitrage라는 것은 트레이딩이 자동화되기 전에도 많이 존재했다 (그냥 같은 제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것이랑 다를것은 하등 없다). 영국 200년 전통의 베어링은행을 날려먹은 트레이더 닉 리슨도 결국 싱가포르 선물거래소와 일본 선물거래소에서의 닛케이 225선물 차익거래가 주 전략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딩이 자동화되기 전에는 이런 전략은 무위험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보면된다. 사람이 직접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단착오라든지 사람이 결정을 내리기전에 마켓이 바뀐다든지 여러가지 위험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한 이상 속도만 바탕이 된다면 위험요소가 크게 떨어지고, 트레이딩은 결국 속도 경쟁이 되고만 것이다. 다음 글에 마찬가지로 HFT회사들의 다른 전략들에 대해 간단하게 다뤄볼까 한다.